지난해 11월의 부산항 감만부두 모습. ⓒphoto 김종호 조선일보 기자
지난해 11월의 부산항 감만부두 모습. ⓒphoto 김종호 조선일보 기자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이로 인해 한국 내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부진까지 겹치며 2016년 한국 금융시장은 어느 해보다 비관적 전망이 강한 상황이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한국 경제를 해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상당한 해가 2016년으로 보인다.

먼저 미국 경제를 보자. 미국 경제는 2015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장밋빛이었을 만큼 좋았다. 대규모 부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2016년 미국 경제는 대체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의 이익 때문이다. 비금융산업 기업의 순이익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말 이들 기업의 순이익이 최고점인 것처럼 보인다. 2015년 비금융산업계 기업들이 조달한 부채의 양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기업의 순이익률이 아직 최고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홀로 잘나가는 미국

2016년 미국의 경제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원자재 가격과 미국 외에서의 수요다. 미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과 미국 이외에서의 수요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현재 원자재 가격 하락 압박과 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경제 부진 등이 미국 경제에 압박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지난해 미국의 에너지와 자재 관련 기업들의 부채(자금) 조달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조달한 부채의 상당 부분이 하이일드 본드(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투자등급 채권보다 커서 높은 이자율을 지불해야 하는 채권)에 의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 상승이 이들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 이는 긍정적 전망 속 미국 경제에서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다행인 건 미국 경제 전체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경제를 말할 때 국제정치를 빼 놓을 수 없다. 2015년 세계경제는 국제정치 역학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 흐름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유럽을 보자. 2015년을 보내며 EU 관련 가장 큰 관심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였다. 이 이슈는 최소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영국은 EU에 크게 네 가지를 원하고 있다. 무역·경제 교류와 관련된 3가지는 그럭저럭 해결의 기미가 있다. 하지만 ‘이민자 문제’는 전혀 다르다. 영국은 이민자에게 첫 4년간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되게끔 EU에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주장에 EU의 입장이 애매한 상태다. 현재 EU는 영국을 잃으면 안 된다.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단기적으로는 기술력과 생산성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EU는 현재 자본시장의 통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구상하고 있다. 그런 EU에 영국의 탈퇴는 금융시장 개혁과 자본시장 통합을 위한 커다란 추진체를 잃게 됨을 의미한다. 현재 EU의 상황은 영국의 ‘안 되면 말지’ 식의 강한 요구에 골치를 썩을 만큼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태다.

2015년 유럽중앙은행(ECB)은 지속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세계 금융시장의 일반적 견해는, ‘ECB가 금리 인상을 통해 양적완화를 중단한 미국과는 당분간 다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 상황을 개선해 줄 딱히 좋은 뉴스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이 EU와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서는 분위기고, 2016년 말이 되면 다시 그리스 문제가 부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유럽 상황이다. 쉽게 말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영국 ‘EU 탈퇴’ 큰소리

EU는 매우 이질적인 나라들을 한 울타리 안에 묶은 것이다. 이것은 유럽 경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단점을 보자.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인해 EU가 통일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다. 다른 나라의 문제를 나누어 떠맡아야 할 위험을 누구도 부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민자 문제는 물론 그리스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향후 18개월간 유럽 각국에서 벌어질 선거를 생각하면 이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질적인 나라들이 모여 있음으로써 예상치 못한 깜짝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CEE(Central and Eastern Europe)로 불리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을 보자.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CEE 국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EU예산펀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혜택으로 인프라를 확충한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성장률과 고용확대는 눈부실 정도다. 게다가 폴란드 등은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현재 CEE 국가들의 성장률은 다른 유럽보다 훨씬 낙관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CEE 국가가 지금 당장 유럽 경제를 바꿔 줄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하지만 유럽 상황 개선을 위한 물꼬 정도는 틀 수 있다.

이번에는 중동을 보자.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원유 생산량 유지 결정과 저가격정책을 생각하면, 원유 가격은 여전히 지정학적 정치(geopolitics)에 의해 결정이 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한 것을 두고 ‘저유가가 사우디 국가 재정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하지만 사우디가 쓴 저유가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적으로 보인다.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비OPEC국가들의 원유 생산량 증가율 둔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세계 원유시장은 공급 초과 상태다. 특히 지난해 미국 등 서방국가와 화해 무드에 접어든 이란산 원유까지 시장에 쏟아지면 더 심한 공급 과잉 상태를 맞게 된다.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풀리며 이란의 원유 수출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상황을 종합하면 2016년 원유 가격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확률은 낮지만 저유가 상황이 반전될 요인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올해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IS 문제도 있지만, 현재의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게끔 받쳐줘야 할 재정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은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들 만큼 채산성이 열악하다.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급량을 줄일 경우 원유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사우디 역시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2016년이 시작되자마자 이슬람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이 충돌하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을 시작으로 여러 주변 국가에 간섭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 정세들이 큰 사건으로 확전된다면 시장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 카드 꺼낼까

중국의 저성장은 세계 원자재 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이는 원자재값 하락을 불러와 개발도상국들을 힘들게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의 산업과 부동산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다. 당분간 이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쉽지 않다.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2016년 중국 경제에 대해 ‘경착륙할 것’이라는 예상과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한다. 올해 중국의 성장은 불확실성이 크다. 이 불확실성의 중심에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있다. 2015년 하반기 중국이 실시한 통화완화 정책은 신용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중국은 올해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이루기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제는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없다면 이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통화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다. 이자율이 내려가니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야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에 연동되어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인위적 가치 하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중국 정부는 두 번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켰다. 이때 ‘통화 전쟁’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며, 미국이 반발했다. 현재 중국 입장에서 지금 미국과 통화 전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미국과의 외교 상황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이 이 부분을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상황이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을 힘들게 해, 경기 부양을 저해하면 더 큰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필자는 2016년 중국이 취할 정책들이 결국 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울함 속 한국의 깜짝 기대 가능성은

이 복잡한 세계경제 구도 속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3%도 안 된 2015년 경제성장률, 줄어든 국제 교역 규모, 조선·중공업 등 기존 주력 산업 부실화, 기업과 가계의 심각한 부채는 2016년 한국을 우울하게 한다. 그럼에도 2016년 한국 경제에 깜짝 선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될 듯하다.

2016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은 외부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불확실성에 빠진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 한국의 첫 번째 경제 불안 요소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면 한국의 대중국 교역 규모는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도 눈여겨봐야 한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한국 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쉽게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주요국 통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분명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남아있다.

두 번째 위기 요소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부 자금 유출 문제다. 2016년 경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한국보다 먼저 심각한 문제에 빠질 이머징 국가가 많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30% 이상 증가한 가계부채를 제대로 조율해야 한다. 한국 상황에서 현재 바로 금리를 인상하기 힘들다.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가계부채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정치인과 정부, 한국은행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다. 이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어야 미국과 중국, 유럽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2016년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