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테크놀러지 제임스 사이먼스 회장
르네상스테크놀러지 제임스 사이먼스 회장

미국의 금융잡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스 알파 매거진이 2015년 헤지펀드 매니저 상위 25명의 연봉을 발표했다. 이들이 받은 연봉 합계가 129억4000만달러라고 한다. 1위는 17억달러를 받은 르네상스테크놀러지의 제임스 사이먼(James Simons)이다. 제임스 사이먼스는 원래 수학자다. 미국 수학회가 주는 베블렌상(기하학 부문)을 받기도 했고 하버드대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의 수학교수이기도 했다. 그가 1982년 뉴욕의 롱아일랜드에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러지를 만들었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는 수리 모델을 이용한 퀀트펀드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의 대표 펀드인 메달리안펀드(Medallion Fund)는 지난 20년간 평균 약 35%의 연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실적이 안 좋은 해에도 21%의 수익을 냈고 금융위기이던 2008년에는 98%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메달리안펀드는 르네상스테크놀러지의 직원들만 투자할 수 있고, 르네상스테크놀러지는 다른 두 개의 펀드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직장 이동이 빈번하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흔한 편이다. 필자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중 르네상스테크놀러지에서 일했던 사람을 한번 만난 적이 있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 직원들의 이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회사 직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없었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의 직원은 200명 정도로, 이들이 200억달러 규모의 대형 헤지펀드 자산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 직원들 중 3분의 1 이상이 수학과 물리학, 통계학 박사라고 한다. 또 월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잘 채용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 같은 르네상스테크놀러지가 오랫동안 좋은 수익률을 올려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리서치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는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발견해 이것이 자산 가격에 언제,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리적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의 펀드들은 투자를 위한 연구 못지않게 많은 연구와 노력을 트레이딩에 필요한 비용에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레이딩 비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브로커에게 주는 커미션이다. 이것은 거래 시 예상이 가능한 비용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비용은 트레이딩 시장에 주는 영향(Market Impact)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면 처음 거래할 때의 주식 가격보다 거래를 마친 후 주식 가격이 올라 있다면, 이 오른 만큼의 가격이 거래와 관련한 비용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거래 비용은 사실 시장의 수요공급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르네상스테크놀러지는 이런 상태에 대해 리서치를 하는 것이다.

리서치와 합리적 거래 비용

르네상스테크놀러지가 오랫동안 좋은 수익을 내는 두 번째 이유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금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혹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거래 주문을 내고 이 주문이 거래소에 접수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같은 건물에 서버를 놓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그렇다. 몇백 분의 1초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해 서버를 거래소와 가까운 곳에 설치한다. 서버 크기를 생각하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또 FIX(금융사 간 데이터 전송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등의 프로토콜을 이용해 거래소나 브로커·딜러들의 시스템에 연결해 시장가격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기도 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전략을 짜고 주문을 실시간으로 내기도 한다.

이런 펀드에서 일을 배우고, 또 첨단 기술을 이용한 거래와 연구를 해보는 것은 매우 좋은 경력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비슷한 일을 꼭 르네상스테크놀러지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나 규모가 작은 기관투자자들은 많은 돈을 들여 이 같은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브로커와 딜러가 있다. 이들이 FIX나 API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것이다. FIX인 경우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지만 API를 이용하면 비용 없이 쓸 수 있다. 거래소에서 API를 이용해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자신의 알고리즘에서 쓸 수도 있다. 개인과 기관에 따라 사용료의 차이가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한 달에 한 거래소당 몇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받은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리서치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용을 생각한다면 헤지펀드처럼 거래소에 서버를 놓을 장소 마련이 사실상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소가 없어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면 나쁜 것이 아니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미국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것을 한국에서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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