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첫날 코스피가 장중 2300포인트를 넘어섰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첫날 코스피가 장중 2300포인트를 넘어섰다. ⓒphoto 뉴시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자본·주식시장과 금융권의 시선은 일단 우호적이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4월 26일, 코스피 지수는 2207.84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 약 6년 만에 2200포인트를 넘어서며 각종 부패와 비리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를 대신할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대감을 키웠던 주식시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날인 5월 10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2323.22포인트까지 폭등했다. 장중이었지만 코스피가 23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평가다.

조금 성급한 면이 있지만 몇몇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외국인투자자들의 지속적 한국 주식 대량 매입, 지난해 연말 결산과 올해 1분기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기대 이상의 영업실적, 또 정치적 불안요인을 키웠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 종료 등을 이유로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를 넘어 2400~2500포인트까지도 갈 수 있다는 희망적 이야기들을 꺼내고 있다. 여기에 새 정부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해진 ‘허니문랠리’가 현실화되면 시장이 당분간은 안정적 강세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새 정부 초기, 어떤 산업과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강세장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반대로 어떤 산업과 어떤 주식을 피해야 좋은 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을까.

새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당선과 동시에 바로 국정 운영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한 내용들 중 상당수를 정책에 빠르게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기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투자 키워드 역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내세웠던 중점 공약들이다. 중점 공약들과 관련된 종목들이 상승장을 주도할 수도 있고, 반대로 힘겨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플랫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관련 공약 중 가장 주목받았던 것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플랫폼 구축’이다. 이에 대해 사실 시장에서는 “공약을 통해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정부가 어떤 산업에 어떤 방식과 형태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화된 정책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벌써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식·정보화 관련 산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책 수혜주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정보보호 관련 산업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 지원 방향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관련 산업으로 향후 정부의 정책 자금과 법률·행정 지원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로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공약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불리는 빅데이터 관련 산업과 기업, 고성능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과 기업들 역시 시장에서 문재인 정책주 옥석(玉石) 가리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등 IoT와 빅데이터 관련 산업과 기업들 역시 정책 수혜를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해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는 전자·전기·기계·반도체·에너지 관련 산업은 물론 도시와 도로, 스마트그리드(전기·전력 송배전), 위성 등 각종 인프라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연구·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과 관련성이 크다고 해서 모두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IT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통신산업을 보자. 통신산업은 정보와 지식 공유, 각종 산업과 기술 간 연계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약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망(5G) 구축 등 통신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육성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통신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련 통신사(社)에 대한 투자 관점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인 5G망 구축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가 이동통신사업과 관련해 대선 기간 언급한 내용만으로 KT 등 개별 통신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동통신의 기본요금 폐지’를 강하게 언급했다. 통신사만 배를 불린다는 악명을 떨쳐왔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폐지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단말기 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구분해 표기하는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도입’ 등도 공약했다. 이 공약들이 100% 지켜지면 통신사들의 이익이 지금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즉 5G망 구축 지원으로 통신산업은 진화하지만 소비자보다 통신사들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던 각종 법규와 규제들이 사라지게 되면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통신사들은 수익 축소 현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 5월 5일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을 발표하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5월 5일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을 발표하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photo 뉴시스

국민 휴식권 보장과 내수 활성화

‘국민의 휴식권 보장’ 관련 공약들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플랫폼 구축 공약만큼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 국민의 휴식권 보장과 관련해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휴가권을 보장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명절과 어린이날 이외 기타 공휴일이 휴일과 겹치면 국민 휴식권 보장을 위해 대체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대체휴일제 확대도 약속했다. 또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 공휴일로 지정해 휴식을 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그리고 국민에게 보장하는 이 같은 휴식권을 내수 활성화와 연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장과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국민의 휴식권 확대와 내수 활성화라는 경제적 효과가 만나는 산업이 무엇이냐’에 문재인 정부 초기 주식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여행과 레저 분야가 정책 수혜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근로시간의 실질적 단축으로 여가시간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여행과 취미 계발 등에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다.

국민의 휴식권 확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커다란 공약 틀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수혜는커녕 새 정부의 시작과 함께 움츠러들고 있는 내수 산업도 있다. 바로 한국 시장의 대표적 내수 산업으로 꼽혀온 대형 유통산업과 관련 기업들이다. 대형 유통산업과 관련 기업은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다른 정부가 출범했어도 정권 초기 자연스럽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 대형 할인점에 적용돼 온 월 2회 의무휴업 등의 영업제한 조치와 복합쇼핑몰 입지제한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소상공인 보호와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이 대형 유통기업들의 확장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롯데와 신세계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바짝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롯데는 확보해 놓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2만644㎡(약 6200평)의 땅에 백화점과 시네마, 업무 시설 등을 결합한 대규모 쇼핑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롯데 측은 상암동에 추진했던 대형 쇼핑몰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역시 5월 중순 경기도 부천시에 추진해온 신규 백화점 건설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내용들이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신세계가 경기 안성과 인천 청라에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 역시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로서는 “새 정부와 날을 세워가며 확장에 나서지는 않겠다”며 스스로 몸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자본력과 추진력을 앞세웠던 대형 유통기업들이 당분간은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만한 사업은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 역시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또 사드 배치와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대중국 관계 개선 가능성

대선 기간 이 같은 언급을 해온 문재인 정부에 대해 중국이 이전 정부와 달리 어떤 형태라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들 중에는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동안 일방적 제재로 일관했던 중국의 자세가 조금은 약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 같은 전망대로 머지않은 시점에 중국의 제재가 약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큰 화장품과 화학 관련 산업과 기업들의 상황이 지금보다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통관 지연과 검역 강화 같은 각종 비관세 장벽에 막혀 고전했던 식음료와 소비재 관련 산업과 기업들 역시 시름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중국 간 대화가 본격화되면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한국 관련 콘텐츠 규제 역시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상당수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다. 한국산 게임과 영화,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연예 관련 기업들의 중국 사업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드 배치의 본질이 사실은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생각만큼 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언급하는 등 특히 사드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 역할에 무게를 둬왔다. 따라서 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와 국회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 역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벌개혁에 누가 울고 웃나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플랫폼 구축, 국민의 휴식권 확대와 내수 활성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의 키워드만큼이나 시장과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있다. 바로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재벌개혁 추진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 재벌들의 불투명하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벌 총수 일가가 벌여온 편법·불법적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를 제한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해 편법으로 지주사 체제를 운영하는 꼼수를 막고, 재벌그룹들의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점도 공약으로 밝혀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기업들이 당장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해 있다. 특히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얽혀 있는 삼성그룹이 어떻게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지배구조 핵심에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움직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그동안 오너일가 간 경영권 편법 승계와 부당거래·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일으켜온 일부 재벌들 역시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재벌들 중에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주사 체제에서의 지분율 요건 강화에 필요한 돈을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은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개혁이 본격화되고,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각종 제도가 정비되면 이렇게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일부 재벌그룹에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정권 초기 정부가 제시할 경제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편법·불법 경영권 승계와 부당내부거래가 꾸준히 지적돼온 재벌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축소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그룹처럼 일부 언론과 시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몇몇 재벌그룹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주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선기간 약속한 공약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 초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좋은 공약이 좋은 정책으로 실현돼 시장은 물론 기업들의 건전성까지 키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키워드

#증시
조동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