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열린 구글 I/O 2017 행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구글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5월 17일 열린 구글 I/O 2017 행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구글렌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 구글 I/O 2017’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에 ‘머신러닝(machine leaning)’을 접목한 ‘인공지능 퍼스트(AI First)’를 선언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기존의 구글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번 구글 I/O의 가장 큰 흐름이 바로 머신러닝의 접목이다.

‘머신러닝’은 말 그대로 기계학습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주어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해 의미를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뜻한다. 입력된 정보와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알고리즘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또한 머신러닝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알파고는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 끝에 결국 이긴 것이다.

무엇이든 식별하는 구글렌즈

구글은 머신러닝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기존에 주로 ‘음성 인식’으로 작동해온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를 ‘시각 인식’으로도 활용도를 넓힐 예정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눈’ 역할을 할 ‘구글렌즈(Google Lens)’의 기술이 성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번 구글 I/O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구글렌즈였다.

구글이 호기롭게 내놓은 구글렌즈는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돕는 똑똑한 카메라 앱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구글렌즈를 켜고 궁금한 사물에 카메라를 비추면 그 내용을 분석하여 관련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 카메라로 꽃을 비추면 구글렌즈가 이미지를 인식해 무슨 꽃인지 식별하여 이름을 알려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꽃의 종류까지 알려준다. 촬영한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게 핵심이다. 신기한 것은 사진을 찍을 때 방해물이 있으면 포토샵 기능처럼 알아서 그것을 없애고 촬영해준다. 꽃을 배경으로 아이를 찍어주고 싶은데 앞에 철망이 있다면 그 철망을 알아서 지우고 찍어준다는 얘기다.

구글렌즈는 일정 추가 기능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콘서트 정보나 영화 관람을 자동으로 내 스케줄에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콘서트 포스터나 극장을 가리키면 구글렌즈가 알아서 표를 사고 이용자의 지문 인식을 통해 결제까지 해준다. 뿐만 아니다. 콘서트나 영화 티켓을 촬영한 후 ‘내 일정에 추가해 줘’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상영시간과 함께 일정에 추가된다. 길을 걷다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봤을 때도 구글렌즈 아이콘을 누르고 카메라로 간판을 보여주기면 하면 된다. 해당 레스토랑의 주소, 리뷰와 전화번호, 지도 팝업 등 각종 정보를 알려주고 나아가 예약까지 돕는다.

지나간 여행 사진에도 구글렌즈의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시카고로 여행을 갔다고 해보자. 사진 속에는 멋진 건축물이 많이 찍혀 있다. 그런데 나중에 무슨 빌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글렌즈를 켜면 사진이 있는 건물 정보를 볼 수 있다.

구글렌즈는 또 무선 인터넷에 자동 접속하는 기능도 갖췄다. 무선 공유기 뒷면의 제품정보(아이디와 비밀번호)에 카메라를 대기만 하면 그 정보를 인지해 해당 와이파이(WiFi)가 자동으로 연결된다.

구글렌즈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되어 있어 번역 기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일본어로 작성된 메뉴판을 촬영하면 영어로 변환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만두라고 적힌 메뉴판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댄 뒤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영어로 번역해 답을 해주면서 다른 만두들의 이미지도 함께 띄워준다. 구글은 어시스턴트의 서비스 언어를 확대해 올 연말까지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일본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구글렌즈의 기술은 이미지 분석과 문맥을 이해하는 머신러닝의 접목이다. 핵심은 카메라를 통해 입력되는 이미지에서 맥락을 얼마나 잘 읽느냐에 달려 있다. 그 부분이 바로 머신러닝의 역할이다. 구글은 구글렌즈의 출시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글홈. 구글포토.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데이드림’ 플랫폼.
(왼쪽부터) 구글홈. 구글포토.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데이드림’ 플랫폼.

머신러닝으로 진화하는 구글포토

구글포토 역시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기능이 강화되었다. 자동으로 사진을 추천하고 공유하는 기능과 함께 사진 인화를 원한다면 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핵심은 공유다. 필름 사진의 끝이 인화였다면 디지털 사진의 끝은 공유다. 구글포토는 촬영한 사진 중에 사람 얼굴을 인식해서 같은 사람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여 묶어주는 기능이 뛰어나다. 사진 속의 특정 인물을 인식하여 특정 사람과 자동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포토에서 내 아이가 촬영된 사진을 터치하면 그 밑에 아이가 찍힌 다른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 사진들을 남편과 공유하도록 설정하면 앞으로 구글포토에 등록되는 아이 사진은 모두 자동으로 남편의 구글포토 앨범에 쌓이는 방식이다. 특정 사람이나 특정 날짜의 사진을 공유해 해당 인물에게 자동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미지)을 식별하는 머신러닝의 기능에 사진 전송 기능을 더해 전혀 다른 기능의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글은 구글포토 내의 사진을 골라 실제 포토북(종이 앨범)으로 만들어주는 기능도 구현한다. 머신러닝으로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 사람, 장소, 사물, 이벤트 등 특정 주제나 관련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정렬해주는 것이다. 검색해서 추린 사진 중에 포토북에 넣고 싶은 사진을 선택하면 구글포토는 중복 사진이 있는 경우 화질이나 해상도가 떨어지는 사진을 제거하고 화질이 좋은 사진만 선택해준다. 현재 구글 포토북은 소프트커버가 9.99달러(1만1000원), 하드커버가 19.99달러(2만2000원)에 판매된다. 구글포토는 매달 5억명이 이용하는 앱으로, 하루에 백업되는 사진 수가 12억장에 달한다.

머신러닝과 관계된 구글의 또 다른 서비스는 구글홈이다. 혁신적인 비서 서비스인 구글홈은 집안 곳곳을 챙겨주는 ‘집 로봇’ 역할을 하는 장치. 이번 구글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핸즈프리 통화 기능’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기술을 도입해 가족 개개인의 목소리를 인식한다. 이렇게 인식된 사용자는 발신인으로 지정돼 ‘문자보내기’ 혹은 ‘전화걸기’가 가능한데, 상대방의 목소리를 구분하여 공통된 주제에서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각각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말로 요청할 때, 홈 스피커는 남편과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해 각각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준다. 또 가령 ‘오케이 구글(Okay, Google)’ 또는 ‘헤이 구글(Hey, Google)’로 구글홈을 깨우면 구글홈은 누구의 음성인지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 서비스나 출퇴근 길, 캘린더 내용, 미리알림 내용 등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남편 알렉스가 “오케이 구글, 나의 오늘 일정을 말해줘”라고 하면, 구글홈이 “안녕 알렉스, 교통이 혼잡하여 직장까지 차로 45분 걸린다”라고 대답한다. 이번엔 부인 라스가 “헤이 구글, 나의 오늘 일정은?” 하고 물으면 “안녕 라스, 오전 10시에 첫 번째 미팅이 있어”라고 알려준다. 이름을 정확히 구별하여 개인별로 맞춤식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구글홈은 최대 6명의 목소리를 학습해서 구별하고, 해당 목소리의 계정과 서비스를 연결한다. 사람이 목소리만으로 누구인지 구별하는 것처럼 목소리 정보를 학습하는 것 역시 머신러닝의 역할이다. 물론 목소리, 즉 성문은 그 자체로 지문이나 홍채만큼이나 치밀한 생체 보안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사용자가 다른 계정 사용자의 정보에 관해 물어볼 경우에는, 그것에 대답하지 않음으로써 데이터 보안도 지킬 수 있다.

상상의 나래 펼칠 ‘데이드림’

구글홈의 두 번째 기능은 다양한 기기들과 연동된다는 것이다. 음성으로 검색한 정보를 스마트폰과 TV 등 넓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기능은 곧 국내 가전제품 회사와 연계할 예정이다.

구글은 가상현실(VR)도 빼놓지 않았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데이드림(Daydream)’ 플랫폼 서비스와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휴대폰을 사용해 VR을 취향대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금빛 모래가 가득한 사막을 만들고 한가운데 지프를 두는 공간을 만든 후 차 안에 360도 카메라 아이콘을 붙이면 두바이 사막투어가 완성된다는 것. 이는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데이드림은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현재는 삼성전자와 LG, 모토로라, 에이수스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 머신러닝은 의료와도 만난다.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인간의 질병을 의사 대신 인공지능이 케어할 수 있는 날이 한발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구글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통해 하나하나 현실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의 것이다. 머신러닝은 이제 곧 세상의 모든 곳에 적용돼 우리의 눈과 귀를 대신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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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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