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오너 정우현씨.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 오너 정우현씨.

최근 벌어진 일부 기업의 오너와 오너 가족들이 저질러온 갑질, 불법행위에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해당 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물론 이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최근 갑질과 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해당 기업과 오너들에 대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 경찰과 검찰도 해당 기업과 오너,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며 이들 기업 오너들이 저질러온 불법행위 중 그동안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횡령과 배임 등 기업 범죄 혐의들까지 드러나고 있다.

현재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큼 심각한 갑질과 불법행위를 저질러온 대표적 기업으로는 피자 회사 MP그룹과 닭고기 가공회사 하림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이 두 기업과 오너, 그리고 오너 가족들이 저질러온 일탈 행위가 세상에 드러나며 자본시장 역시 이들에 대해 싸늘하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MP그룹과 하림에 대한 반응은 주가 폭락을 넘어 주식 거래정지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폭행·갑질 대명사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MP그룹은 ‘미스터피자’라는 피자 브랜드와 ‘마노핀’이라는 테이크아웃 커피·머핀 판매점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오너인 정우현(69)씨가 MP그룹 경영은 물론 미스터피자와 마노핀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지배해왔다. 또 그의 아들 정순민(44)씨를 부회장에 앉혀 MP그룹과 미스터피자를 가족회사처럼 운영해왔다. 정우현씨는 이전부터 다수의 갑질과 불법행위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2016년 4월 경비원 폭행과 욕설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우현씨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MP그룹이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프랜차이즈 식당이 입점해 있던 건물의 경비원은 당시 건물관리 규정을 준수해 밤 10시 정각에 건물 문을 닫았다. 그런데 정우현씨는 밤 10시가 넘어 프랜차이즈 식당을 나가며 자신이 나가지 않았는데 왜 건물 문을 닫았냐며 60대 경비원에게 폭언과 함께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며 폭행을 가했다.

정우현씨의 폭행 모습이 건물 CCTV에 그대로 녹화됐고, 언론을 통해 정씨의 갑질이 알려지며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그런데 지난해 벌어진 폭행사건보다 더 심각한 정우현씨와 정씨 일가의 갑질과 불법행위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정우현씨와 정씨 일가에 대해 ‘치즈통행세’로 불리는 불공정거래와 ‘가족 위장취업’ ‘거액의 회사자금 횡령과 배임’ ‘가맹점에 대한 보복 영업’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였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7월 6일 법원이 정우현씨의 구속을 결정했다.

검찰은 정우현씨의 동생 정모(64)씨를 횡령 혐의로, 최병민(51) MP그룹 대표이사 등 이 회사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또 정씨가 지배하고 있는 MP그룹도 기소했다.

검찰은 정우현씨와 그의 가족에 대해 ‘갑질 경영의 완성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MP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정우현씨와 정씨의 자녀와 동생 등 그의 가족들이 미스터피자의 가맹점 업주들을 상대로 이른바 ‘갑질 경영’을 벌였고 이를 통해 부당하게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우현씨와 그의 가족들은 가족회사를 만들어 이 회사를 통해 미스터피자 등 가맹점 업주들에게 부당하게 돈을 걷었다. 이른바 ‘불법 통행세’를 챙겨온 것이다. 미스터피자 등 MP그룹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들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치즈를 필요로 한다. 정씨와 그 일가는 이점을 악용했다.

친인척 동원 통행세 챙기며 156억 횡령·배임 혐의

2005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정우현씨는 가맹점이 치즈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 유통 업체로 끼워 넣게 했다. 그런데 정씨 동생 회사는 사실 치즈 공급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유통 과정에 이름만 넣는 형태로 돈을 챙기는 ‘통행세’ 기업이었다. 검찰은 정우현씨 일가가 불법 통행세를 이용해 치즈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렸고, 이렇게 부풀린 치즈 가격을 통해 57억원의 이익까지 빼돌린 혐의까지 수사했다.

정우현씨와 그의 동생 정모씨는 치즈 유통에 필요 없는 회사를 만들어 치즈 가격을 올렸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가맹점 업주들에게 전가했다. ‘통행세’를 챙겨간 정우현씨의 동생은 수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신용불량자로 꾸며져 있었는데, 세금 내기도 힘들다며 신용불량자처럼 꾸며져 있던 정씨의 동생이 실제로는 11억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며 외제차를 타고 돌아다녔다는 내용도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가맹점 업주들에게 부당하게 통행세를 받아 챙겨 호화생활을 했던 셈이다.

검찰은 정우현씨 일가의 또 다른 불법행위도 수사했다.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정씨는 사촌, 사돈 등 친인척을 MP그룹 직원인 것처럼 꾸몄다. 마치 취업을 한 것처럼 꾸며, 이들에게 29억여원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주목한 이 혐의대로라면 정씨와 그의 친인척들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셈이다. 2008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가맹점 업주들에게 광고비 명목으로 5억7000만여원을 받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우현씨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우현씨가 차명으로 운영하던 MP그룹 브랜드 가맹점에만 로열티 7억6000만원을 전혀 받지 않았다. 또 이 가맹점에 파견된 본사 직원들의 급여 14억원을 청구하지 않는 수법으로 회사에 총 64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정우현씨가 쓴 ‘나는 꾼이다’란 책을 가맹점 업주에게 대량 강매한 의혹도 확인되고 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가맹점의 실내 인테리어와 간판 등에 대한 공사를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에 하도록 해 공사비의 10~15%를 중간 리베이트로 챙겼던 점도 검찰이 밝혔다.

정우현씨와 정씨의 가족, MP그룹 경영진이 벌인 이런 기업 범죄의 규모가 무려 156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정우현씨를 구속했다.

문제는 정우현씨와 그의 가족, MP그룹 경영진이 벌인 이 범죄로 인해 ‘주주’들이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폭락했다. 심지어 현재 오너와 그 일가가 저지른 횡령 등 기업 범죄로 MP그룹의 주식 거래까지 전면 중지돼 버렸다. 거래조차 할 수 없는 MP그룹의 주가 상황을 살펴보자. MP그룹 주가는 지난해 2000원대를 유지했다. 올 2월 8일에는 2220원이었다. 하지만 올 봄 이후 정우현씨와 그의 가족들이 저질러온 불법행위가 조금씩 드러나고, 또 정씨의 아들 정순민씨의 국적 문제와 병역회피 의혹까지 터지며 이들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정우현 수사에 주가 40% 폭락·주식 거래 정지

주가는 폭락해 지난 2월 말 주당 2000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6월과 7월 1200원대까지 추락했다. 특히 정우현씨가 구속되고, 7월 25일 정씨의 횡령·배임 범죄가 주식시장에 공개되며 다음 날인 26일부터 한국거래소가 MP그룹의 주식 거래를 전면 중단시켰다. 주식 거래 중단 전날이던 7월 25일 MP그룹 주가는 1315원이다. 5개월 만에 주가가 40.8% 폭락했다. 오너인 정우현씨와 그 일가의 갑질과 범죄로 주식 가치가 단숨에 40.8%나 사라졌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정우현씨와 아들 정순민씨 등 정씨 일가와 특수관계인 소유 MP그룹 지분은 48.92%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MP그룹 전체 주주 중 32.1%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과 외국인 등을 합쳐 나머지 투자자들의 지분이 19% 정도다. 정우현씨와 정씨 일가가 저지른 범죄 혐의로 인해 개인 투자자와 기관 등 일반 주주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취재 결과 장기 투자자의 피해가 특히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MP그룹 주식은 지난 7월 26일 거래 정지됐다. 이로부터 1년 전인 2016년 7월 26일 주가를 확인해 보니 2505원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정우현씨와 정씨 일가의 범죄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MP그룹 주가는 무려 47.5% 이상 추락했다. 이것은 MP그룹 주식을 1년 보유한 장기투자자의 손실이 47.5%가 넘는다는 의미다. MP그룹 주식은 현재 거래 정지까지 당한 상태다.

닭고기 회사 하림의 오너 김홍국씨. ⓒphoto 뉴시스
닭고기 회사 하림의 오너 김홍국씨. ⓒphoto 뉴시스

하림 김홍국의 빗나간 아들 사랑

닭고기 회사로 알려진 ‘하림’의 상황도 비슷하다. 하림은 최대주주이자 회장인 김홍국(60)씨가 아들 김준영(25)씨에게 비상장기업을 동원해 편법으로 재산과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김홍국·김준영씨 부자의 주도로 불법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증여 행위가 하림에서 벌어진 게 아닌지 조사에 나섰다. 올 봄부터 하림과 김홍국씨, 아들 김준영씨가 비상장사와 일감몰아주기를 동원해 편법 재산증여와 경영권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조금씩 시장에 떠돌았다.

실제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림과 김홍국·김준영 부자가 얽힌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편법 증여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을 정도다. 결국 지난 7월 19일 공정위는 시장감시국 직원들을 주축으로 50여명의 인력을 구성해 하림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공정위 관계자들이 하림 본사에서 계열사 간 거래 자료, 매출표 등의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오너와 오너 일가가 개입해 벌인 일감몰아주기를 직권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 하림이 처음이다.

하림 김홍국·김준영씨 부자의 불법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재산증여 및 경영권 승계 의혹의 시작은 2012년이다. 당시 20살이던 김준영씨가 김홍국씨에게서 비상장사인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의 지분을 100% 물려받았다. 올품은 하림 지배구조의 사실상 정점에 있는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20살짜리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물려받기 직전 연도이던 2011년 올품의 매출은 706억57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하림 오너의 아들 김준영씨가 올품의 지분 100%를 손에 넣자 매출이 폭증했다.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손에 넣은 다음 해인 2013년 올품 매출액은 3464억4100만원을 훨씬 넘었다. 오너 아들이 회사 지분을 100% 손에 넣자마자 이 회사 매출이 390.3%나 폭증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올품의 매출은 계속 증가해 2016년에는 무려 4039억4200만원에 이르렀다. 김홍국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의 지분이 전혀 없던 2011년과 비교해 불과 5년 만에 올품의 매출액이 무려 3332억8000만원, 즉 471.7%나 폭증했다. 하림 오너 김홍국씨의 아들 김준영씨 소유 비상장기업 올품의 비상식적 매출 폭증은 꽤 오래전부터 시장에서는 말이 많았다. 하림의 내부 일감몰아주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20살 아들에 편법 증여·일감몰아주기 의혹

2012년부터 벌어진 이런 노골적 일감몰아주기를 바탕으로 현재 25살에 불과한 김준영씨가 하림의 경영권을 챙길 수 있는 틀을 갖췄다는 게 시장과 업계의 평이다. 현재 하림의 외형상 지배구조 정점에는 제일홀딩스라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하림 오너 김홍국씨와 아들 김준영씨가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하림 전체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법성 짙은 일감몰아주기로 덩치를 키운 김준영씨 소유의 올품이 제일홀딩스의 지분 5.31%를 보유 중이다. 또 이런 올품이 투자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한국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가 제일홀딩스의 지분 26.44%를 갖고 있다. 결국 하림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제일홀딩스의 지분 31.75%는 사실 하림 오너 김홍국씨의 25살짜리 아들 김준영씨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참고로 하림 회장인 김홍국씨가 소유한 제일홀딩스 지분은 29.74%에 불과하다. 하림의 실제적 지배구조는 최정점에 사실상 김홍국 회장의 25살짜리 아들 김준영씨가 있다는 비정상적 형태가 만들어져 있다.

이런 비정상적 지배구조의 시작이 바로 2012년 김홍국·김준영씨 부자가 벌인 올품의 편법 증여, 또 편법 증여 이후 가속화된 불법성 의혹이 큰 일감몰아주기였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어쨌든 이런 의혹들이 올해 조금씩 시장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김홍국·김준영 부자가 벌인 편법 증여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됐고, 특히 공정위 조사 후 사안에 따라 국세청 조사는 물론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 역시 시장에 있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하림 오너 김홍국씨와 아들 김준영씨가 벌인 이 같은 편법 증여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은 하림에 냉담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4월 6일, 미스터피자 오너 정우현씨가 60대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대해 미스터피자 가맹점 업주들이 정씨 대신 사과에 나선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해 4월 6일, 미스터피자 오너 정우현씨가 60대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대해 미스터피자 가맹점 업주들이 정씨 대신 사과에 나선 모습. ⓒphoto 뉴시스

오너 의혹 두 달 만에 하림 주가 25% 이상 폭락

하림의 주가는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폭락하고 있다. 5월까지도 하림의 주가는 6000원대였다. 하지만 하림 오너 김홍국·김준영씨 부자 문제가 본격화된 5월 말부터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5월 26일 6190원이던 주가는 8월 1일 4630원으로 내려앉았다. 두 달 만에 주가가 25.2%나 폭락했다. 현재 하림의 주가 폭락세는 매우 가파르고 강하다. 공정위의 조사와 이 과정에서 드러날 편법과 불법성 내용 여부에 따라 주가 하락세가 더 크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취재 중 만난 시장 관계자의 분석이다. 더구나 자칫 공정위 조사 후 국세청 조사와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하림의 주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주가가 폭락해 버린 하림의 최대 피해자 역시 주주들이다. 오너와 오너 가족들이 저지른 문제들로 인해 결국 하림의 주주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를 일으켜 주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기업 오너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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