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내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세종특별자치시 내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주민들은 요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건설이 확정되면서 나들목(IC) 개설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민자(民資)사업 시절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작해 경기도 안성을 거친 고속도로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천안시 수신면) 인근서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한 뒤 세종시 전동면을 거쳐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신도시)까지 내려가는 노선이 유력하다. 전동면 바로 옆 조치원읍은 세종시 출범과 함께 폐지된 충남 연기군청 소재지로 한때 대읍(大邑)이었으나 경부고속철도 개통, 세종시 출범과 함께 활력을 잃었다. 조치원읍에서 만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새로 뚫리고 나들목(가칭 연기IC)이 생기면 땅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땅값이 올라가니 원주민들이 땅을 잘 안 내놓으려고 해서 오히려 거래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세종시는 지난 5년간 제주·부산과 함께 전국의 땅값 상승을 주도한 주범(主犯)이다. 세종시 땅값은 올 상반기에도 3% 상승해 전국 시도 가운데 최고치를 찍었다. 올 상반기 토지거래량은 56.3%가 증가해 역시 시도 중 최고를 기록했다. 세종시 지가는 지난해에는 4.78% 상승해 제주도(8.3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공시된 2017년 개별공시지가 역시 세종시는 전년 대비 7.52%가 올라 전국 평균(5.34%)을 상회했다. 지난해보다 오름폭이 많이 줄어든 것이 이 정도다. 지난해 세종시의 개별공시지가는 15.28% 상승해 제2공항 신설 호재로 땅값이 폭등한 제주도(27.7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세종시 면적 15%만 규제 대상

지난 7월 27일 국토교통부는 “개발 수요가 많은 세종, 부산, 제주 등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며 “개발 수요 및 투기 우려가 많은 지역에 대해서는 토지 가격과 거래 상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8월 2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서울 11개구(區)와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국토부 소관), ‘투기지역’(기재부 소관)으로 중복 지정하면서,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예정지’로만 그 대상지를 한정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면적으로는 72.91㎢로 세종시 전체면적(465㎢)의 15% 정도에 그치는 극히 일부다. 자연히 조치원읍을 비롯 행복도시를 둘러싼 세종시 대부분 지역은 ‘8·2부동산대책’의 예봉(銳鋒)을 피해갔다. 그동안 세종시 땅값 상승을 주도해온 것은 정부세종청사와 세종시청이 자리한 세종시 남쪽의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지역에 국한됐는데, 국토부의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건설 방침과 함께 그 바통을 주변 지역이 넘겨받아 이어달릴 태세다.

공교롭게도 8·2부동산대책이 나온 8월 2일, 국토부는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기본계획’을 관보에 고시(제2017-512호)했다. 기존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를 확장개량해 천안역(충남 천안)에서 서창역(세종시), 오송역(충북 청주)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이어지는 복선전철 건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부선 천안역~서창역(세종시 조치원읍) 간에는 32.2㎞의 2복선이 신설되고, 세종시 전의역과 전동역 구간은 노선 개량을 통해 직선화될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는 당초 7787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이 사업의 사업비를 8216억원으로 429억원이나 증액하는 통 큰 선심을 썼다. 오는 2022년 마무리될 이 사업에 드는 돈은 전액 국고(國庫)에서 지원된다.

이로써 세종시 북부 지역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건설과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신설 등 쌍호재가 겹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지금은 세종시 남부지역인 행복도시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이중으로 묶인 데 따른 반사이익도 내심 기대하는 중이다. 행복도시를 제외한 조치원읍, 전동면, 전의면 등 세종시 북부지역은 8·2부동산대책의 핵심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조치원 최대 규모인 조치원자이아파트(1429가구) 앞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행복도시는 LTV, DTI 40%가 적용되는데, 조치원에서는 기존 60%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대출도 금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치원읍의 아파트는 112㎡(약 34평) 기준 매매가 2억원 내외로 행복도시의 같은 면적 아파트 매매가의 절반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헐값에 사들여 행복도시의 절반까지만 치고 올라간다고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

특히 고려대 세종캠퍼스(서창캠에서 개명)와 홍익대 세종캠퍼스가 자리한 조치원읍 서창리 일대는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이 일대는 타지에서 온 대학생과 교직원들을 겨냥한 주택 투자가 비교적 활발하다.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현재 신호장으로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서창역은 새로 신설돼 천안~청주공항 간 복선전철의 주요 정거장이 된다. 서창리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도 조치원역에서 서울역까지는 무궁화호로 1시간30분 정도로, 고속철 오송역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따지면 비슷하다”며 “향후 천안~청주공항 간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조치원역보다 서창역 일대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도시 남쪽의 금남면 일대도 추가 개발은 시간문제로 손꼽힌다. 행복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금강 이남의 금남면은 행복도시와 대전 유성구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 역시 8·2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종시는 호남고속철이 지나가는 금남면 발산리에 고속철 세종역을 신설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세종시와 대전시는 대전 유성구 반석역에서 끝나는 대전지하철 1호선을 13.6㎞를 연장해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행복도시까지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석역에서 세종시까지 지하철을 연장하는 사업은 ‘세종시 2030 도시기본계획’에 이미 ‘장기계획’으로 잡혀 있다. 세종시와 대전시는 지난해 10월 ‘대전세종연구원’을 발족하고 ‘1호 과제’로 대전지하철 1호선 세종 연결을 다루고 있다. 8·2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도시’ 세종시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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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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