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아마존을 비롯해 새로운 플레이어(player)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미지 세계에서의 전쟁이다.”

지난 8월 4일 일본 신문·방송의 경제면을 장식한 발언이다. 주인공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도요타(豊田)자동차의 사장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마쓰다자동차와 공동출자한 전기자동차(EV) 개발 발표식장에서의 연설이었다. 그의 발언이 주목을 끈 것은 그의 머릿속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같은 기존 자동차 경쟁사가 아니라 글로벌 IT회사가 이미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도요타 사장은 연설 말미에 “자동차가 단순 일용품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자동차가 도요타 같은 전문회사가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누구라도 간단히 조립해서 만들 수 있는 장난감 같은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였다. 여기에도 자동차 업계가 IT산업의 부품 공급처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녹아 있다. 자동차산업 전체가 IT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잘 알려진 대로 전기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사운을 걸고 추진하는 눈앞의 미래다. 중국처럼 국가적 차원의 엄청난 지원을 바탕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곳도 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나서고 있지만 핵심은 역시 IT다.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의 가격이나 수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옆 차선에서 달리는 운전사와 통화가 가능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 등 수많은 첨단 테크놀러지를 동원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IT에 있다. IT기업은 자동차 기업을 겸할 수 있지만 자동차 기업은 IT기업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돌파구를 찾으려 하겠지만 전기차를 만드는 IT기업에 추격을 허용해 도요타란 회사 자체가 10년 뒤에 사라질 수도 있다. 10억달러 규모의 공동출자 발표식에서 내보인 도요타 사장의 위기의식은 결코 엄살이 아닌 현실이다.

아마존이나 구글을 ‘IT 포식자’로 표현하지만 언제부턴가 IT산업 전체가 포식자로 변신하고 있다. 신문·방송에서 접할 수 있는 21세기 모든 변화는 IT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업무가 IT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으로 대치될 것이란 얘기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폰처럼 모바일 디바이스를 IT의 전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다. 필자도 워싱턴 시내에서 시속 40㎞(도심부 제한속도)로 달리던 구글 무인자동차가 1m 앞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을 피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적인 판단을 무인자동차는 간단히 소화해낸다. 아니 무인자동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인자동차가 시속 40㎞로 달릴 경우 50㎝ 앞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도 피해갈 수 있다고 구글 측은 설명한다. 인간처럼 140도 시야각에서 장애물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360도 시야각을 가진 인공지능을 통한 3D 분석의 결과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지금 현실을 변화시키고 있는 21세기 대표 IT 기업들이다. 글로벌 IT산업을 이끄는 이른바 4대 천왕으로 불린다. 산업혁명 이후 축적해온 인류의 모든 산업 역량을 먹어치우는 인정사정없는 포식자이지만 이들이 그리는 미래에 인류의 가능성이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7년 가을, IT 4대 천왕이 새롭게 개척 중인 IT산업의 미래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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