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한 아파트단지 부근에 밀집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photo 뉴시스
경기도 과천시 한 아파트단지 부근에 밀집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photo 뉴시스

전국 10만2000곳, 서울 경기에만 5만여곳이 있다. 통계상으로 편의점의 2배, 치킨집의 4배인 이곳은 바로 공인중개사 사무소다. 신축 아파트단지엔 마트는 없어도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가득하다. 서울 강남구에만 2300곳이 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있다. 그 많은 중개소는 다 장사가 잘되는 걸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2015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9%는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답했다. 통계까지 들먹일 것도 없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해부터 등장횟수가 잦아졌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다. 그중 하나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6억원짜리 집 한 채 거래하면 수수료 0.4%, 계산하면 240만원에 부가세 24만원을 달라 합니다. 매도·매수인 합쳐 500만원이라는 금액을 한꺼번에 받게 됩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한 달 월급입니다. 1억원을 거래하든 10억원을 거래하든 하는 일은 똑같습니다. 중개소 보증금액도 같습니다. 거래금액에 따라서 수수료를 달리 받습니다. 10억원이 넘어가면 0.9%, 900만원에 부가세 90만원을 수수료로 냅니다. 매도·매수인에게 받으면 2000만원입니다. 이 가격이 이해가 되십니까?’

아파트값 8배 오를 때 중개수수료 18배

인터넷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한 달에도 수백 건씩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아파트를 샀는데 중개보수로 이 정도 냈으면 어떤가요?’ ‘이사를 해보니 느꼈어요. 이삿날 네다섯 명이 와서 하루종일 고생하는 이삿짐센터엔 150만원을 냈는데, 집을 보지도 않고 급하게 계약했는데 중개수수료로 800만원을 달라니 부당하다 느꼈어요’ 하는 식이다.

부동산 서비스 이용자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대략 3가지다. 첫째, 수수료 자체가 너무 비싸다. 중개보수 요율은 1961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됐다. 당시에 비해 수수료를 결정하는 ‘모수’인 부동산 가격 자체가 올랐다. 4월에 나온 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4000만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서울시 아파트를 제일 비싼 것부터 싼 것까지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 지점에 있는 아파트가 7억4000만원이란 뜻이다. 이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얼마일까.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구간은 매매가의 1000분의 5, 즉 0.5가 상한선이다. 상한선을 꽉 채워 받을 경우 중개사는 한 건 중개로 740만원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급등한 강남 서초라면 어떨까. 송파구 잠실엘스 84㎡(32평)의 가장 최근 거래가격은 16억원이다. 이 한 건을 성사시킨 대가로 중개사는 매도·매수인 각측으로부터 1440만원, 양쪽 합해 28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2억원 미만 주택의 경우엔 수수료 상한선이 80만원이다. 2억원 이상은 상한선이 없다. 주택 가격이 8배 오르면, 중개수수료는 18배 뛴다. 참고로 이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거래하고 계약서만 중개소에서 쓸 경우 양측 합해 10만원가량의 대필 수수료를 낸다.

둘째, 공인중개사가 하는 업무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불만이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중개수수료 논쟁이 벌어지면 중개사들이 곧장 들고나오는 수치가 있다. 외국과의 비교다. 외국에 비하면 한국은 낮다는 취지다. 정말 그럴까. 미국의 경우는 중개수수료를 정해놓지 않았다. 자유경쟁 체제다. 한국은 매수·매도 양측에서 수수료를 받지만 미국은 매도인에게만 받는다. 매도인은 지불한 수수료만큼 세금 혜택도 받는다. 미국 공인중개사인 김진성 태경파트너스 대표의 말이다. “미국 공인중개사는 집 한 채에 서류 500쪽 이상을 봐야 한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든다. 주택이 한국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으니, 한 건의 거래 성사를 위해 100군데 이상을 자신의 차로 돌아다닌다. 주택 거래에 문제가 생기면 중개사가 모두 책임을 진다. 그러다 보니 거래 과정도 제도적으로 정비되어 있다. 서부 지역은 거래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안전하게 예탁하는 에스크로제도를 주로 이용하고 동부는 변호사가 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식이다.” 중개사가 종합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단 얘기다.

사실 외국과 한국의 수수료를 단순비교하는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엔 무리가 좀 있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공인중개사는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주택을 거래하게 해주는 마케팅 역할과 거래의 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법적 서비스다. 한국은 외국과 주택 형태가 다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의 비율이 높다. 한국을 연구한 프랑스 학자가 ‘아파트 공화국’(발레리 줄레조)이란 책을 썼을 정도다. 주로 단지 내 상가에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같은 구조의 단지 안 아파트를 중개하는 식이란 얘기다. 매수나 임차 희망자들도 아파트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위치나 내부구조, 시세를 다 알아보고 ‘32평 매물 볼 수 있나요?’ 하는 식으로 집 상태를 확인하고 거래 가능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공인중개사를 찾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공인중개사가 확인해야 하는 서류가 몇 가지 안 된다. 오죽하면 ‘주민센터에서 직거래 중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나마도 정작 거래가 이뤄질 때 법적인 부분은 법무사가 처리한다. 법무사의 등기대행 수수료는 최근 들어 20만원대로 내려갔다. ‘법무통’ 같은 앱이 등장해서다. 이용자가 계약 건을 미리 등록하면 법무사들이 수수료를 제시하며 입찰하는 앱이다. 그 금액이라도 아끼기 위해 스스로 등기 업무를 처리하는 매수인들도 있다.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을 팔고 넓은 평수를 샀는데, 매도·매수 중개수수료만 1000만원을 냈다. 등기 비용이라도 아끼려고 하루종일 뛰어다녔다.’

부동산 중개사 시장 포화 상태

세 번째 문제점은 같은 가격의 부동산을 거래하고도 제각각 다른 중개수수료를 낸다는 점이다. ‘중개사가 사람 봐가면서 중개수수료를 요구한다’는 하소연이 등장할 정도다. 중개보수 요율은 어디까지나 상한선이다. 마치 법적으로 정해진 정액인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틀린 주장이다. 한도 내에서 서로 협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중개보수 요율이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토지 거래다. 상한선이 0.9다.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토지의 경우 주택 거래보다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게 보통이다. ‘컨설팅비’라는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주택 거래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높고 토지 거래에 대한 수수료는 낮다.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은 이렇다.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 중개사들도 힘들다.’ 현재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는 40만여명이다. 여기에 무자격으로 실질적인 중개 업무를 하는 중개보조원까지 더하면 인구 1000명당 1명 이상이 공인중개사인 셈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급증했다. 격년제였던 자격시험을 매년 치르는 걸로 바꾼 탓이다. “거래가 성사됐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다. 집만 보고 계약 안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란 주장도 한다. 집을 보기만 하고 계약은 안 한 이의 비용까지 계약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2016년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에 진출했을 때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결사적으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변호사 복덕방’으로 알려졌던 ‘트러스트부동산’이 타깃이 됐다. 중개사법 위반으로 주춤하나 했지만 공인중개사와 협업하는 형태로 현재 영업을 하고 있다. 변호사가 권리분석을 해주고 중개사가 중개를 하는 식이다. 수수료는 저렴하다. 3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서울·경기 기준으로 최고 99만원이다. 등기료도 포함된 가격이다. 전월세 직거래 서비스 ‘집토스’도 등장했다. 서울대 학부생 3명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집주인에게만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관악·왕십리·강남에 오프라인 지점도 냈다. 올해 서울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약 30% 급등했다. 9억원 초과 아파트 소유자의 경우 최대 50%까지 세금이 늘 수 있다. 높은 거래세는 그대로 있는데 보유세는 상승한다. ‘거래세’에는 사실상 세금처럼 인식되고 있는 중개수수료도 포함되어 있다. 들끓는 불만에 정부와 공인중개사 업계가 답할 차례다.

부동산 고수들이 털어놓는 중개수수료 아끼는 법

1. 집을 내놓거나 구할 때 미리 수수료율을 결정해야 한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를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거래금액의 0.4%에서 0.5%가 적당하다. 그보다 많이 요구하면 협상이 필요하다. 중개수수료 분쟁 때문에 법정에 가도 보통 0.5% 이하를 내라는 판결이 나온다. 중개 업무를 잘해줘 고마운 마음에 더 줄 수도 있지만, 더 준다는 걸 서로 알고 더 줘야 하지 않나.

2. 현금영수증 처리를 요구해라. 차후 주택 매도 시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때 부가세 포함 여부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일반과세자인 중개사의 경우 부가세 10%를 나중에 추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 간이과세자의 경우 10%의 부가세를 요구할 수 없다. 부가세 포함인지 아닌지 사전에 확실히 해둔다. 가능하면 문자 메시지나 음성녹음 등 증거를 남겨두는 게 좋다. 만약 현금영수증 처리를 안 해줄 경우 국세청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는다. 포상금은 해당 중개수수료의 20%다.

3. 본 계약 시 두 번째 장, 즉 중개수수료가 쓰여 있는 부분을 확인해라. 이 자리에서 여러 서류를 한 번에 들추며 분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장을 달라고 해 직접 날인하는 공인중개사가 많다. 계약 내용 중 공인중개사의 가장 큰 관심은 중개수수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00명이면 100명, 거의 모든 중개사가 중개수수료를 최고 요율로 적어둔다. 공인중개사들이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자체가 중개사가 고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최고 상한 요율로 설정되어 있다. 반드시 중개수수료 부분을 확인하고 사전에 합의한 숫자로 바꿔야 한다.

4. ‘거래할 때 깎으면 복 날아간다’고 사실상 위협하는 중개사들도 있다. 워런 버핏은 맥도날드에서도 할인쿠폰을 낸다. 세계 5대 부자 안에 꼬박꼬박 들어가는 사람이 그렇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부동산 매입할 때 엄청나게 깎는 걸로 유명했다. 지난해 기준 그의 재산은 약 35억달러(4조원)다.

5. 사실 가장 좋은 건 중개수수료 후하게 내고 현금영수증 처리도 중개사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대신, 목표하는 금액에 매매하는 거다. ‘1000만원 깎아주면 수수료 얼마까지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사전에 성공보수를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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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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