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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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테마성 단기투자 정보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대선’과 ‘잠재적 대권 후보’가 중요한 투자 소재로 부상해 있다. 정치 1번지 여의도의 관심은 내년 총선을 향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1번지 주식판의 분위기는 이보다 앞서 벌써 대선판인 셈이다.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 2위를 다퉈온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관련 테마주는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고전’에 속한다. 이보다는 유시민 테마주가 조금 더 신선하다. 올 초부터 조금씩 바람이 불다가 지난 5월 이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와 대권 도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대선 테마주로 떠올랐다. 여권 인사 중 최근에 가장 뜨거운 대선 테마주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테마주다. 조금 식은 감은 있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대선 테마주다.

야권은 일찍부터 거론돼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외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관련 테마주도 아직 살아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주식판에서는 아직 가능성 있는 잠룡이다. 여기에 18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던 홍정욱 전 헤럴드 회장까지 최근 대선 테마주에 편입되는 모습이다.

동생과 연결된 이낙연 테마주

현재 주식판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대선 테마주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여권에서는 이낙연 테마주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받아왔다. 국무총리 지명자 시절부터 줄곧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로 거명돼왔기 때문이다. 알앤써치가 지난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이낙연 총리는 24.7%로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 대표적인 이낙연 테마주는 ‘남선알미늄’이다. 남선알미늄은 알루미늄 섀시와 PVC창호, 자동차 범퍼를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최근 몇 년 3400억원에서 4000억원대 초반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7%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수년간 2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유지했다.

얼핏 보면 오랫동안 기자와 정치인으로 살아온 이낙연 총리와 남선알미늄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건설사인 삼환기업의 이계연 대표가 이 총리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식판에서 남선알미늄이 집중 부각되기 시작했다. 남선알미늄은 2007년 SM그룹 계열사가 됐는데, 이런 SM그룹이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8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삼환기업을 인수했다. 이 총리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삼환기업과 같은 SM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로 남선알미늄이 이낙연 테마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 전남신용보증재단 등 보험사에서 주로 일했던 이계인 대표를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직접 삼환건설 대표로 영입했다는 사실도 남선알미늄이 순식간에 이낙연 테마주가 되는 데 일조했다.

재미있는 것은 남선알미늄의 주가 폭등 실태다. 편차는 있지만 남선알미늄 주가는 2018년 초부터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1주당 900원대 후반에서 높아야 1500원 정도를 오르내렸다. 그런데 이낙연 테마주로 본격 부각된 2018년 10월 중순부터 폭등을 시작해 12월 12일에는 3180원으로 3000원을 돌파했다. 2019년 들어서는 2000원대 중·후반의 주가를 유지했지만 5월 다시 대선 주자 이슈가 부각되자 또 폭등을 시작했다. 5월 13일만 해도 2925원이던 주가가 5월 16일 4070원으로 급등했고, 6월 7일에는 4310원까지 치솟았다. 2018년 10월 11일부터 올해 6월 7일까지 불과 9달 만에 주가 332.3%나 상승한 것이다. 대선 테마주가 활개를 친 올해 5~6월 단 두 달간만 따져도 주가가 23.34% 넘게 상승했다. 7월 3일 현재 주가는 3515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낙연 총리가 직접 나서 “회사 이름을 처음 들었다”며 자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도 했지만 주식판 투자자들은 이 총리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언론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거나, 여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총리의 2020년 총선 역할론’이 나올 때마다 남선알미늄 주가는 어김없이 폭등하고 있다. 현재 이낙연 테마주로는 남선알미늄 외에도 남화토건과 부국철강, 한국선재, 디와아, 이월드 등이 있다. 이월드의 경우 이 총리와 광주제일고, 서울대 동문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지배하는 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 역시 회장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이 총리와 학연으로 얽혀 있다는 점 때문에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photo 뉴시스

각종 논란·의혹에도 황교안 테마 득세

황교안 테마주의 이상 과열도 만만치 않다. 주식판에서 황 대표와 연결된 대표 테마 기업은 한창제지다. 연매출이 2000억원쯤 되고 순이익이 100억원 정도 되는 기업으로, 사실 주가가 급등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다. 그럼에도 제1 야당 대표 황교안이라는 이름과 연결되며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가 자유한국당 대권 주자로 부상한 지난해 10월 11일 주당 888원이던 주가가 11월 5일 1850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1월 2일에는 3200원까지 올랐고 지난 6월 11일에는 3710원까지 솟구쳤다. 황교안 테마주로 본격 급등을 시작한 지 꼭 6개월 만에 무려 317.8%나 오른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논란, 아들의 KT 입사 허위 스펙 발언과 특혜성 인사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주식판에서는 야권 테마주 중 황교안 테마주가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한창제지가 황교안 테마를 대표하는 주식으로 뜬 이유는 학맥과 법조인맥 때문이다. 한창제지 최대주주이자 회장인 김승한씨가 황교안 대표와 성균관대 동문이고,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이 회사에 단 1명밖에 없는 사외이사가 황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법무법인 충정의 목근수 변호사다. 경영권을 쥔 최대주주이자 회장이 대학 동문, 이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연수원 동기라는 사실이 한창제지를 황 대표와 연결 짓게 만들었다.

한창제지 측은 “최대주주인 김승한 회장과 황교안 전 총리가 성균관대 동문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이상 아무런 친분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목근수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사법연수원 동기인 건 사실이지만 역시 그 이상 아무 친분 관계가 없다”며 특히 “과거도 현재도 황 전 총리와 한창제지가 사업 관련으로 얽힌 내용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황교안 테마주는 기독교 모임 관련 기업인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황 대표가 대구고검장 재직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대구기독CEO모임’ 관련 기업인과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전자저울로 알려진 카스와 대구지역 방송 티비씨, 농기계를 생산하는 아시아텍 등이 대표적이다. 올 초부터 이들 기업의 대표·사외이사 등 핵심 경영진이 대구기독CEO모임에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가 돌며 황교안 테마주에 편입돼 단기간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대선 테마주로 최근 가장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건 조국 테마주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실패 논란과 능력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최근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로 등장하며 시장에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의 차기 대권 도전 시나리오까지 쏟아내면서 더욱 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주식 관련 각종 커뮤니티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국 수석 관련 인맥, 학맥, 친인척 등 관련 소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뜨거워지는 조국, 아니라는 유시민

그런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화천기계다. 이 회사 감사인 남광 변호사가 조국 민정수석과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다. 5월만 해도 2000원 정도이던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6월 중순 이후 폭등하고 있다. 6월 27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3620원으로 솟구쳤다. 5월 23일 2010원이던 주가가 불과 한 달 만에 80.1%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이런 주가 폭등과 달리 화천기계의 실적은 상당히 저조하다. 지난해 1807억원 매출에 영업적자가 31억원, 순적자 역시 7억원일 만큼 실망스럽다. 올해 1분기(1~3월) 경영실적 역시 이미 영업적자 18억원에, 순적자도 12억원이다. 경영 실적만으로는 최근의 주가 폭등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화천기계 측 역시 조국 테마주로 분류돼 단기간 주가가 폭등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화천기계 측은 “남광 감사와 조국 수석이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 아무 친분 관계가 없다”며 “조국 수석이 회사 사업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제도권 정치판을 떠나 있지만,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유시민 이사장 관련 테마주도 여전히 주식판에서 관심 대상이다. 유 이사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보해양조가 대표적이다. 차기 대권 도전과 관련해 유 이사장이 직접 꺼내놓는 말들, 또 이에 대한 언론의 전망과 평가, 정치권의 해석이 나올 때마다 보해양조의 주가가 폭등락하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에 대한 언급이나 전망은 즉시 폭등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5월 중순 주가 폭등이 대표적 사례다.

정작 유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이름이 붙은 테마주에 대해 “그거 다 사기다”라며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돈 갖고 장난 치는 것”라고 일축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5월 18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이후 정계 복귀 가능성이 확산되자 “2013년 2월에 정치를 떠난다고 SNS 글을 올린 후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물론 이런 언급이 나올 때마다 급등하던 유시민 테마주들의 주가가 순식간에 가라앉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주식판에는 김경수·이재명·오세훈·홍정욱 테마주가 관심을 받고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귀국 소식이 나도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관련 테마주까지 다시 뜨고 있다.

2019년 여름 한국 주식판이 벌써부터 대권 테마주로 출렁이는 현상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으며 투자자들의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가장 쉽게 빨아들이는 게 정치 이슈, 특히 대권 이슈”라고 진단했다.

정치인과 대선 테마주는 사실 실체가 모호하다. 동문·동창 등 학맥과 인맥, 동향 등 지역정서, 가족과 연결된 기업들이 테마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기업인들은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정치인 테마주들은 어느 순간 개미들의 무덤 혹은 폭탄 돌리기로 돌변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주식판에 불고 있는 때이른 대선 테마주들이 투자자들에게 폭탄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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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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