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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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악화로 신규 항공사 3사(社)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에 조건부로 신규 국제항공운송사업면허를 발급했다. 당시 국토부는 “면허 발급으로 건실한 사업자가 항공시장에 신규 진입하게 되어 경쟁촉진과 더불어 우리 항공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신규 항공 3사가 국토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확인한 결과, 한·일 노선취항을 향후 핵심 사업계획으로 밝히고 있어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 등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지방공항을 모항으로 신규 출범하는 저비용항공사(LCC)다. 충북 청주공항 기반의 LCC로 출범 예정인 에어로케이는 2019년 하반기부터 나리타(도쿄), 나고야, 기타큐슈 등 일본 노선에 취항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9년까지 180석이 들어가는 A320 항공기 3대를 도입한 뒤, 이를 점진적으로 6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2020년 하반기에는 하코다테(홋카이도)에 추가 취항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 역시 2020년 상반기부터 나리타(도쿄), 오사카, 나고야 노선에 취항하고, 2020년 하반기에는 히로시마에 들어간다는 사업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를 위해 2019년 B737 3대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두 B737 9대를 도입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승객 중 80%는 해외여행사와 협약을 체결해 해외관광객으로 채울 예정이었다. 플라이강원의 한 관계자는 “사업계획서대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상황이 바뀌면 국토부와 협의를 해서 변경신청을 할 것”이라며 “변경신청 후 비행기 3대가 도입되면 제일 처음 대만에 들어가고 주력 노선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 기반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한다는 사업계획을 밝힌 에어프레미아 역시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에어프레미아는 취항 목표시점으로 밝힌 2020년 9월부터 오사카, 나리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는 계획이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그나마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충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10석의 중대형 항공기인 B787을 주력 기종으로 정한 터라 향후 한·일 노선 승객감소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는 다른 항공사 못지않다. 다른 신규 항공사들은 LCC들이 주로 쓰는 소형기종인 B737, A320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2007년 한·일 항공자유화

신규 출범 항공 3사가 한·일 노선을 주력 노선으로 사업계획서에 밝힌 까닭은 불과 수대의 항공기로 회전율을 극대화하기 좋은 국제노선으로 일본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2007년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서울 김포공항과 도쿄 하네다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을 상대국 항공사에 개방하고 있다. 양국에 난립한 지방공항 활성화라는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한국 항공사들로서는 수요만 있다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노선이 일본이다.

중국의 경우 자국 항공사 보호 차원에서 자국 영공을 꽁꽁 묶어 두고 있다. 한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곳은 중국 산둥성과 하이난성 정도에 불과하다. 그간 한국 LCC 항공사들이 단기간에 활성화된 것은 비행거리가 가까워 항공기 회전을 극대화할 수 있고, 상용수요와 여객수요가 골고루 뒷받침되는 일본 노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당시 하루아침에 전세기 취항허가를 취소하는 등 정치적 변수에 노출된 한·중 노선과 달리 일본 노선은 외부변수의 영향도 덜했다.

이에 지난 3월 조건부 국제면허를 받은 신규 항공 3사 역시 한·일 노선에 우선 취항해 운영노하우를 쌓은 뒤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중국 산둥성과 하이난성에 들어가는 전략을 세워왔다. 실제로 에어로케이는 2019년 하반기 산둥성 칭다오(靑島), 2021년에는 하이난성 하이커우(海口)에 취항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플라이강원 역시 2020년 하반기에 웨이하이와 옌타이, 지난(이상 산둥성), 산야와 하이커우(이상 하이난성)에 취항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라 신규 항공 3사 이외의 기존 LCC들까지 한·일 노선 승객수 감소 가능성에 따른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LCC 역시 지난 1분기 한·일 노선 의존도가 제주항공은 25.6%, 진에어는 24%, 티웨이항공은 30.6%에 달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국교정상화(1965) 이래 최악으로 흘러가면서 한·일 양국 간 비자발급 제한 같은 카드도 거론되는 현실에서 높은 한·일 노선 의존도가 경영에 족쇄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방문 한국인 관광객 감소

벌써 국내 여행시장에서는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1~5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누적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341만명) 대비 4.7% 줄어든 325만800명으로 집계됐다. 경기악화와 엔고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되지만, 강제징용 판결 이후 나타난 양국 간 긴장 국면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생일을 맞아 일본여행을 떠난 연예인을 비난하고, 소속사가 이에 대해 해명하는 등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또는 내년 정식 취항을 앞둔 항공사가 수요확보를 위해 거점공항을 바꾸는 등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토부가 신규 면허 발급 조건으로 면허심사 시 제출했던 사업계획대로 거점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할 의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수요가 취약한 청주공항이나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나 플라이강원의 경우 사업계획 때 밝힌 거점공항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에어로케이나 플라이강원에는 충북도와 강원도 같은 지방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어 거점공항 변경도 여의치 않다.

신규 항공 3개사는 향후 1년 내 운항증명(AOC·안전면허)을 신청하고, 2년 내에 노선허가를 받아 취항해야 한다. 국토부는 2년 내에 취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귀책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면허취소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신규 항공사 3사 가운데는 플라이강원이 지난 4월 운항증명 검사를 신청한 상태다. 결과는 오는 9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플라이강원의 한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잘 만들었지만 시대상황이 바뀔 수 있고 약간의 변경이 가능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측 논리가 타당하다면 국토부에서도 양해를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로케이 역시 오는 8월 운항증명 검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에어로케이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업계획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운항증명 검사가 통상 6개월쯤 걸리는데 그때 가서도 한·일 간 문제가 장기화되고 사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국토부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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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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