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photo  뉴시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photo 뉴시스

2020년 6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주식이 있다. 이 주식은 채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주가가 10배 이상 폭등하며 시장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는 이 주식의 주가를 두고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뒤늦게 ‘사자’ 대열에 뛰어든 개미들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의 조선과 토목사업 계열사인 삼성중공업, 그중에서도 삼성중공업 우선주 이야기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6월부터 ‘급등’을 넘어 말 그대로 ‘폭등’하고 있다. 주가가 며칠 사이 200~300%, 즉 두세 배 정도가 아니라 며칠 사이 1000% 이상 솟구치며 개미투자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10여일 만에 10배 넘게 상승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가 단기간 얼마나 폭발했는지 실태를 보자.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는 지난 5월 내내 5만원에서 5만4000원대를 오르내리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런 주가 상황이 6월 1일부터 급변했다. 지난 6월 1일 5만4500원으로 주가가 살짝 올랐다가 6월 2일 바로 상한가로 직행하며 6만원대를 건너뛰어 7만800원으로 올랐다.

다음 날인 3일에는 9만2000원으로, 4일 역시 상한가로 뛰어오르며 10만원 선을 뚫고 11만9500원으로 급등했다. 6월 5일에도 상한가를 찍으며 15만5000원으로 솟구쳤다.

이 폭등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거세졌다. 6월 첫 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쉰 주식시장이 6월 8일 개장하자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는 어김없이 상한가로 올라서며 20만1500원으로, 20만원 벽도 단숨에 허물었다. 6월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6월 9일 한국거래소는 삼성중공 우선주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해 이날 거래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6월 9일 한국거래소의 하루 거래정지 조치는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비정상적 주가 폭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6월 10일 거래가 재개되자 다시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주가가 26만1500원으로 폭등했다. 상한가가 계속될수록 주가 상승폭은 더 커졌다. 다음 날인 11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날 26만원을 조금 넘었던 주가가 단숨에 33만9500원으로 솟구쳤다.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6월 9일을 제외하고 6월 1일부터 거래일을 기준으로 불과 7일 만에 주가가 6배 넘게 뛰어오르는 비정상적인 폭등을 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음 날인 6월 12일 삼성중공업 우선주를 두고 한국거래소가 다시 나섰다. 이번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에 대해 투기적인 수요와 뇌동매매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으로 규정해 아예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고, 이날 거래를 재차 중단시켰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주가는 투자위험종목 지정에도 불구하고 6월 15일 거래중지가 풀리며 또다시 폭등했다. 역시 상한가를 기록한 이날 하루만 주가가 10만원 이상 폭등해 44만1000원으로 솟아올랐다. 다음 날인 6월 16일 역시 상한가로 올라서며 57만3000원으로 폭등했다. 기사를 마감한 6월 17일에도 이 주식은 상한가로 올라서며 74만4000원으로 폭등했다.

거래가 정지됐던 이틀을 제외하고 6월 2일부터 기사를 마감한 17일까지 주가가 무려 12배나 폭등했다. 6월 1일 종가에 삼성중공업 우선주 1억원어치를 사들였다면, 투자원금을 포함해 6월 16일 계좌의 평가액이 13억6500만원 이상으로 불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 상황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중공업의 또 다른 주식인 ‘보통주’의 주가 상황과 비교하면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비정상적인 주가 폭등 실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보통주(이하 삼성중공업 주식으로 표기) 주가도 6월 초부터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폭이 3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6월 1일 4980원(종가)이던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6월 17일 6470원으로 올라섰다. 이 기간 29.9%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우선주의 폭등세와 비교하면 같은 삼성중공업 주식임에도 보통주의 주가 상승폭은 ‘올랐다’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카타르발 계약 소식에 폭등 시작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가 6월 1일부터 갑자기 왜 이렇게 펄펄 끓어오르는 것일까. 취재에 응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투자사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비정상적 움직임’과 ‘과열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 최근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폭등 이유를 딱히 끄집어내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그럼에도 굳이 이유를 찾자면, 6월 초 언론을 통해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가 한국의 3대 조선사들과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용 슬롯을 예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 정도라고 했다.

이 계약은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한국의 3대 조선사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중공업과 LNG선 건조를 위한 슬롯을 예약하는 것으로 총 규모가 23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규모면 향후 수년간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에 인도할 LNG선 약 100척을 한국 조선사들이 건조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저조한 선박 건조 계약 실적에 시달려 온 게 한국 조선사들의 현실이다. 인력 감축과 협력사 축소를 넘어 현대중공업처럼 국내에서 운영하던 대형 조선소를 아예 폐쇄해야 할 만큼 조선산업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조선사들의 주가를 수년 동안 끌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의 LNG선 건조용 슬롯 예약 계약이 ‘잘만 되면 상황 반전의 신호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주식시장 일각에서 일고 있다.

지난 6월 11일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측은 “최근 LNG선 발주를 앞두고 있는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대상으로 건조 본계약을 체결하기 앞서 건조 도크부터 예약할 정도로 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카타르, 모잠비크, 야말의 세 프로젝트만 감안해도 한국 조선소들은 2027년까지 연 평균 30척에 가까운 인도량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향후 5년간의 선박 영업 목표의 절반가량이 해결된 셈”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3대 조선사 주가 많아야 20% 상승

그런데 이 뉴스는 사실 정확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는 아직 한국의 3대 조선사 LNG선 건조 계약을 실제로 맺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계약의 정확한 내용은 ‘카타르 국영 카타르페트롤리엄이 LNG선 건조가 가능한 한국 조선 3사의 공간을 미리 예약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실제 본계약에서는 LNG선 발주 규모와 조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런 내용이 삼성중공업 보통주 주가에는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보통주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3대 조선사 주가 모두 이 사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이들 조선 3사의 주식 모두 이 뉴스가 알려진 지난 6월 1일부터 3일까지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공사발 호재가 동시에 날아든 이들 3대 조선사의 주가는 6월 1일부터 17일까지 많아야 20% 조금 넘게 상승했거나, 아예 6월 1일 주가보다 더 하락한 곳도 있을 정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 주가가) 급등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며 “우선주의 투기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보통주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주식수가 수급의 불균형을 확대하고 있다”며 “6월 초 호재 뉴스에 주가가 순간적으로 한두 번 상한가로 올라서자 투기세력과 개인들 중심의 투기적 수요가 이 주식에 몰려든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자산운용사 관계자 말처럼 6월 1일부터 15일까지 삼성중공업 우선주 거래에는 개인투자자만 북적이고 있다. 이 기간 삼성중공업 우선주 거래의 98.66%(매수액 기준)가 개인투자자에 의한 것이다. 5월까지만 해도 통상 적으면 하루 200~600주, 많아야 2000~3000주 정도 거래되던 주식이 6월 2일부터 갑자기 10만~25만주 이상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매일 상한가로 폭등하고 있는 주식을 사고판 투자자의 99%에 육박하는 이들이 바로 개인투자자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는 거래액도 미미하지만 그나마도 둘 모두 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데 치중했다.

개미들끼리 사고팔며 주가 폭등시켜

결국 6월 1일 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가 사실상 사라진 삼성중공업 우선주에 개인들이 몰려들어 서로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삼성중공업 우선주 폭등이 사실상 폭탄으로 보인다”며 “6월 초에 투자한 일부를 제외하면 자칫 심각한 투자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총 발행 주식과 유통 주식이 극히 적다. 또 폭등 직전인 5월까지만 해도 하루 몇백 주에서 많아야 몇천 주가 거래됐을 만큼 거래량도 극히 적은 주식이다.

이런 특성상 주가 상승세가 꺾이면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적은 거래량으로 인해 주식을 팔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 폭등세를 확인하고 뒤늦게 ‘매수’를 외치며 1주당 수십만원의 고가에 사들였던 개미투자자들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 폭등 상황은 분석도 설명도 힘든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시장과 투자 전문가들조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적 폭등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우선주 폭등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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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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