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SK바이오팜 상장을 축하하는 한국거래소 전광판.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일 SK바이오팜 상장을 축하하는 한국거래소 전광판. ⓒphoto 뉴시스

하루 수조원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SK바이오팜 주식을 사겠다며 몰려들고 있다. 이런 열기에 주가도 폭등세를 이어갔다. 상장과 함께 불어닥친 SK바이오팜 열풍에 시장에서는 ‘바이오·신약산업 재평가’ 시각 대(對) ‘전형적인 이상 과열’ 현상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하다.

SK바이오팜 열기는 상장 전 이미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주식 공모 청약에서부터 시작됐다. SK바이오팜 공모(1주당 4만9000원)에 30조9900억원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몰려들었다. SK바이오팜 열기는 지난 7월 2일 실제 상장과 함께 더 거세지고 있다. 당장 7월 2일 개장 전 동시호가부터 공모가의 두 배인 9만8000원으로 올라섰다. 9시 본격적으로 거래가 시작되자 가격제한폭인 12만7000원까지 뛰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거래 둘째 날인 7월 3일 역시 SK바이오팜 주식은 상한가로 직행해 16만5000원으로 치솟았다. 공모가와 비교해 상장 이틀 만에 236.73% 넘게 폭등했다. 거래 3일째인 7월 6일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주가가 다시 상한가로 오르며 21만4500원으로 뛰었다. 기사 마감일인 7월 8일 현재 전날보다 500원 올라 상장 이후 가장 적게 상승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주가는 21만7000원을 찍으며 공모가 대비 342.86%나 폭등했다.

폭등에 개미들 ‘사자’ 매수 대기 쏟아져

SK바이오팜 주가 폭등은 기본으로 상장과 함께 매수 대기세가 예상을 넘어설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7월 2일 SK바이오팜의 거래량은 63만7890주였다. 이날 9시 개장 전부터 매수 주문이 몰렸고, 주가가 상한가로 올라선 후에도 사자 주문이 계속 쏟아져 들어왔다. 이날 하루 매수 창구로 몰린 돈이 3조원에 이른다. 55만9500주 정도가 거래된 7월 3일에도 매수 대기세는 여전히 강했다. 이날 매수 창구에는 956만주의 대기 물량이 쌓였다. 반면 상장 첫 이틀간 ‘팔겠다’는 물량은 극히 적었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 수량이 많지 않았다. 우선 ㈜SK가 보유한 75%의 지분은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는 주식이다. 결국 6월 공모를 통해 기관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 주식 중 일부인 1000만주를 조금 넘는 정도가 실제로 거래 가능한 주식인 셈이다.

그런데 7월 2일과 3일 확인된 실제 거래량은 유통 가능 주식 중에서도 5.5%에서 6.2% 남짓에 불과했다. 사자 열기를 받아줄 만한 매도 물량이 없었다는 뜻이다. 상장 직후 이틀간의 상황만 보면 SK바이오팜의 주가 급등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영향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7월 둘째 주, 주가가 21만원을 훌쩍 넘어서고부터는 특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SK바이오팜 주식을 팔겠다는 매도 물량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마감일을 기준으로 여전히 개인들의 전체 매수 주문이 매도 물량을 상회하는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의 사자 열기는 거래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7월 6일 현황을 보면, 이날 SK바이오팜 주식 거래액이 1조5000억원을 넘었다. 코스피시장 전체 거래액의 13%에 이를 만큼 투자자들의 SK바이오팜 주식 매수 열기가 뜨거운 것이다.

지난 7월 2일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일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에서 열린 상장 기념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바이오 테마·유동성의 힘·홍보 효과

연이은 상한가와 주가 폭등에도 상장 직후 며칠간 SK바이오팜 매도 물량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주가 강세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또 상장 이전부터 신약 개발과 단계별 임상 과정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울 만한 소재들을 언론에 소개해온 SK그룹 차원의 홍보 전략도 주가 폭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이미지와 기대감을 상장 이전부터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주입한 영향이 있다는 뜻이다. ‘세노바메이트’나 ‘엑스코프리’ 같은 신약 물질명과 제품명 등 생소한 용어들을 주식투자 초보자들까지 꿰고 있을 만큼 상장 초반 적극적으로 벌어진 홍보·마케팅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중 유동성 역시 SK바이오팜의 매수 대기 물량을 키우고 있다. SK바이오팜 주식 공모에 몰린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30조9900억원이다. 여기에 시중 대기자금까지 더하면 SK바이오팜으로 향하는 유동성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모가 4만9000원이던 SK바이오팜 주가는 기사를 마감한 7월 8일 1주당 21만7000원까지 상승했다. SK바이오팜의 이 같은 시장 가치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 부분에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 의견이 나뉘고 있다. “국내 신약·바이오 기업 중 미래가치가 뛰어난 기업”임을 강조하는 증권사 관계자들은 “주가가 짧은 시간 공모가 대비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두고 ‘고평가’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2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팜.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팜. ⓒphoto 뉴시스

한국계 “2030년 수익 1조 될 수도”

소속 증권사에서 SK바이오팜 관련 공식 보고서 등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수준과 기업 가치는 절대적 기준과 상대적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절대적 기준만 보면 짧은 시간 주가가 급등한 게 맞지만 상대적 기준으로 바라보면 ‘비싸다’고 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 주요 기업 중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신약·복제약·바이오 기업을 꼽으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라며 “2016년 공모가 13만6000원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최근 75만~81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이후와 비교해 보면 현재의 상승을 고평가로만 보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은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수의 신약(물질)을 승인받은 곳이라는 호재가 있다”며 “뇌전증과 수면장애 약품 매출이 짧으면 5~6년, 길어도 10여년 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고 시장점유율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팜 상장일에 첫 보고서를 내놓은 삼성증권 서근희 연구원은 “2024년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을 7784억원으로 전망하고,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30년 30%로 확대될 수 있고, 이때 엑스코프리의 매출액이 1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역시 7월 2일 SK바이오팜 보고서를 내놓은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도 낙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엑스코프리 미국 직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매출액이 연평균 약 45% 성장해 1조8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랫동안 대규모 적자 상태에 빠져 있는 영업이익에 대해서도 “2023년 185억원 흑자로 전환, 2030년 8388억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에 대해서는 삼성증권이 10만원, 유진투자증권이 11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주가는 7월 2일 상장과 동시에 이미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를 훨씬 넘어섰다.

외국계 “급등 가능하지만 낙관론 지나쳐”

SK바이오팜을 바라보는 외국계 투자사들의 시각은 한국계 증권사들과는 조금 다르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성장성과 신약 기대감, ㈜SK가 최대주주라는 배경, 보수적으로 봐도 수백조원에 이를 수 있는 유동성, 적은 수의 유통 가능 주식 수 등을 고려하면 신약 개발 이슈를 가진 SK바이오팜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좀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SK바이오팜의 2~3년 후 실적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좋아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실제 SK바이오팜의 실적은 상당히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영업손실이 1400억원에 이르는 등 매년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 적자에 대해 ‘R&D 투자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2030년 뇌전증 치료제 시장점유율 30%를 가져갈 수 있다는 일부 전망은 지나친 낙관론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관점 때문인지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투자자들만은 상장 이후 SK바이팜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상장과 함께 개인투자자들 사이 ‘개미들의 희망’으로 불리며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이미 정상적 기업 가치를 넘어선 과열 상태라는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자칫 과열 상태에서 뛰어든 뒷북 개미들에게는 늪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SK바이오팜이 개미들의 희망일지, 늪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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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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