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기지인 부산항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컨테이너 운송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수출입기지인 부산항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컨테이너 운송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분기 대비 -3.3%로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떨어진 적은 있다. 이를 제외하면 분기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절정이던 1998년 1분기 -6.8% 이후 경제성장률이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실상 22년 만에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1분기에 -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 역시 17년 만의 일이다. 카드사태가 벌어졌던 2003년의 경우 1분기와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각각 -0.7%와 -0.2%로 내려앉았었다. 이후 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제는 플러스 성장으로의 전환이나 하락폭 축소 같은 반등은 고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차와 2차 등 상반기에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해 재정을 확대했고, 0.5%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며 시장에 돈을 뿌리고 있지만 경제성장률 반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중에 풀려나간 천문학적 유동성이 특정 투자자산으로 집중되면서 버블 확산에 대한 우려만 커지고 있다.

56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수출

이대로라면 3분기와 4분기 등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와 만난 한 경제학자는 “지표들을 보면 이제는 ‘우리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크다’로 표현할 게 아니라 ‘침체 상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고 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강타하고 있다. 내수가 빈약한 상태에서 한국 경제를 키워온 것은 수출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이른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약점은 단연 수출 길이 막히는 것이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감염자와 사망자를 쏟아내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력시장은 물론이고 남미와 인도 등 오랫동안 공들여온 신흥시장으로의 수출길 역시 꽉 막힌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혈액 공급처 역할을 해온 수출 상황을 보자. 지난 7월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한국의 수출은 직전 분기 대비 -16.6%로 급락했다. 사실 우리 수출은 1분기 -1.4%로 2019년 1분기 이후 꼭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상태로 빠져들며 우려를 키웠었다. 이런 수출 상황이 2분기에는 ‘추락’으로 표현될 만큼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단순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2분기 수출 증가율 -16.6%가 담고 있는 의미가 상당하다.

한국의 수출이 전분기와 비교해 이 같은 수준으로 하락한 역사를 최근 50년 동안 찾아볼 수 없다. 전분기 대비 2분기 수출 증가율 -16.6%는 1963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무려 만 56년6개월 만에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가장 둔화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기에는 내수가 너무나 빈약한 상황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출 급락이 한국 경제를 중장기적 저성장 상태로 몰고 가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가 크다. 수출의 급락은 당장 민간 부문에서의 투자, 특히 재화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출이 -16.6% 급락한 2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와 비교해 -2.9%(한국은행 자료)로 추락했다. GDP(국내총생산) 관련 주요 지표들 중 수출과 수입(-7.4%)에 이어 2분기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한 것이 바로 설비투자다.

수출 급락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설비투자의 악화는 생산성과 생산력을 모두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문제는 내수시장이 빈약한 국가나 사회에서 이렇게 생산성과 생산력이 동시에 약화됐을 때 향후 경제 회복이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3.3% 경제성장률과 -16.6%에 이르는 수출 급락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위험 경고를 넘어선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 이미 침체 상태”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 교수는 “이미 1~2차 추경 효과가 사라졌다”며 “정부의 또 다른 돈 풀기 정책이 없다면 조금 격하게 표현해 내수시장은 기대할 게 없다”고 했다. 결국 수출이 풀려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점점 더 상황이 꼬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분기나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넘는 마이너스 상태라면 이미 오래전에 스케줄이 잡혀 있는 기존 수출 물량 이외 신규 수출이 극히 적거나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것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수출 악화가 깊어진 것이 코로나19의 영향이 절대적인 건 맞지만, 저부에서부터 원인을 따지면 기본적인 산업 경쟁력의 문제”라며 “이런 난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거나 위험이 해소된다 해도 수출과 경제성장률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승석 부연구위원도 비슷하게 진단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태이고,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이 커진다면 그건 ‘침체’로 정의하는 게 맞다”라며 “지금이 침체 상황임을 인식하고 한국 경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올해 안에 나오지 못한다면 경제성장률의 빠른 회복이나 수출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무역 질서에서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큰 흐름이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이라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는 매우 불리한 지형이 형성된 상태”라고 했다. 또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고, 그동안 우리 주력 산업으로 불리며 수출을 주도했던 다수의 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잃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가격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술력까지 이미 후발국들이 우리를 따라잡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리스크에서 벗어난다 해도 반도체 이외 산업군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악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들에 대한 해법 없이 경제성장률 회복을 전망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지는 말하기 힘들지만 올해는 상당한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분명하다”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반등한다 해도 우리 경제가 1%대 혹은 그 이하, 저성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했다.

3분기 이후 기저효과로 성장률 개선 가능성

물론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말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따라 3분기에는 이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 교역국들의 경제성장률 상황이 3분기에 반전된다면 우리 수출 상황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 상황은 2019년부터 악화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것”이라며 “3분기 이후 코로나19 충격이 조금씩 해소되고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내년의 경우 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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