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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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자니 집중이 어렵고, 카페에서 일하자니 여러모로 불편한 이들을 위한 분산오피스! 높으신 분들만 쓴다는 집무실, 나도 한번 가져보자!’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이런 문구를 내세운 색다른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펀딩 형식으로 신제품을 파는 와디즈에 ‘1인 사무실’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1인 사무실’ 사용권을 펀딩 제품으로 내놓은 이 프로젝트는 ‘모두가 매일 아침 서울 중심부로 향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프로젝트는 목표액의 187%를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2020년 공유오피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위워크’의 추락과 함께 공유오피스 시장의 전망은 어두웠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공유’가 위험 요인이 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자 “공유오피스 시장은 끝났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공유오피스를 찾는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 위워크가 주춤한 사이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토종 공유오피스 기업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패션 쪽에 특화된 ‘무신사 스튜디오’, 오래된 건물을 활용해 문화를 담고 지역을 연결하는 ‘로컬스티치’, 1인 분산 오피스 ‘집무실’처럼 다양한 형태의 공유오피스들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오피스 공간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재택근무, 원격근무와 함께 ‘거점오피스’ ‘위성오피스’가 급부상하면서 공유오피스 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공유오피스가 ‘거점오피스’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 실제 대기업이 분산근무를 위해 일부 들어와 있고, 스파크플러스도 거점오피스 기업 잡기에 나섰다. 주 수요층도 1인 기업, 스타트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의 돌풍이 국내 공유오피스 1.0이라면, 2020년 토종 기업들이 공유오피스 2.0을 이끌고 있다. 공유오피스 진화를 통해 미래 사무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토종 공유오피스의 질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서울 지역의 공유오피스 면적은 57만8700㎡로 2016년보다 6배가 늘었다. 특히 올해 토종 공유오피스들의 확장 속도가 빠르다. 토종 공유오피스 업계는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위워크를 제치고 지점수 기준 국내 1위인 패스트파이브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문의가 늘었다. 총멤버수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1월 1만2000여명에서 6월 기준 1만7000여명으로 늘었다. 5개월간 33%가 증가한 것이다. 연내 IPO(기업상장)를 준비 중인 패스트파이브는 3년 내 80호점까지 확장하고 멤버수는 7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 뒤를 쫓고 있는 스파크플러스도 지난 1월 성수점(12호)을 시작으로 올해 4개 지점을 오픈한 데다 10월에도 강남 4호점이 계획돼 있다. 현재 15개 지점이 있고 내년까지 서울 전역에 40호점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IPO 실패 이후 흔들리던 위워크도 최근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멤버수 기준 7%가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위워크는 서울, 부산 지역에 2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멤버수는 2만명에 달한다.

공유오피스의 질주는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미국 최대 부동산회사 CBRE는 미국 전체 오피스 시장에서 공유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2030년 13%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는 2018년 600억원에서 2022년 7700억원(KT경제경영연구소)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공유오피스(2019년 7월 기준) 기업은 70여개로 모두 231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권에 56.7%가 몰려 있고 도심권(중구·종로구)에 14.3%, 여의도권에 5.6%, 마포·성동·송파구 등에 23.4%가 분포하고 있다. 공유오피스들이 도심 교통 요지에 대규모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임차인으로 부상했다. 공유오피스가 입주한 건물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면서, 거꾸로 건물주들이 공유오피스를 찾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생존 전략이 된 ‘오피스 프리(office free)’ 시대에 거꾸로 공유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패스트파이브 강남2호점에서 만난 박지웅 의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2~50인 기업의 이동이다. 이 기업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사무실은 이면도로에 있는 낡은 저층 건물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방역 등이 중요 이슈가 되면서 더 안전한 공유오피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움직임이다. 바로 ‘거점오피스’의 확산이다.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점오피스를 곳곳에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근하게 한다. 30~50여명 규모의 거점오피스를 만든다고 할 때 건물 찾고 임대하고 인테리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공유오피스라는 것이다. 공실이 있는 곳에 바로 입점하면 되고, 계약기간이 유연하니 거점오피스를 만들 때도 없앨 때도 간단하다. 분산 수요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박 의장은 “중소규모 회사는 심리적 요소로, 대기업들은 구조적 요소로 공유오피스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SK텔레콤이 ‘전 직원 출퇴근 시간 20분 이내’를 목표로 서울, 수도권에 거점오피스를 만든 데 이어 롯데, 한화 등 기업들이 잇달아 거점오피스 실험에 나서고 있다.

비대면 시대 거점오피스, 위성오피스로!

일본에서도 위성오피스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일본 최대 부동산 회사인 미쓰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와 위성오피스 수요 확대에 대비해 ‘도쿄 도심 집중’ 전략을 수정해 교외, 지방 도시에 위성오피스 거점인 ‘워크 스타일링’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직원이 8만명에 달하는 후지쓰는 오는 2023년까지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위성오피스와 재택근무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거점오피스’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 앞서 소개한 1인 분산오피스 ‘집무실’이다. OECD 평균 출퇴근 시간이 30분인 데 반해, 우리나라 평균 출퇴근 시간은 2시간. 출퇴근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도록 집 근처에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것이 ‘집무실’의 주장이다. ‘집무실’은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인 ‘로켓펀치’와 브랜드 개발 전문기업인 ‘엔스파이어’가 합병해서 만들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의 결합으로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창출 효과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로켓펀치의 경우 2015년부터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 경험을 ‘집무실’에 녹여냈다고 한다. ‘집무실’은 지난 8월 서울 정동에 체험관 격인 제1호점을 냈다. 재택이나 카페는 산만하고 공유오피스는 도심에 있으니 멀고,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집무실’이다. 기업들도 필요한 좌석만큼 계약하고 직원들이 각자 집에서 가까운 ‘집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볼 수 있다. ‘집무실’ 측도 B2B(기업 대상) 수요를 집중공략할 계획이다.

스파크플러스도 올 1분기 입주 문의가 지난해 4분기 대비 1.5배 늘었다. 스파크플러스 선릉점에서 만난 목진건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고 2월에 성수점을 오픈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완판이 됐다”고 말했다. “위워크 이슈와 함께 사람들은 공유오피스 시장이 무너진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플레이어 중에서 하나가 무너졌을 뿐이다. 위워크는 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오너리스크 등 내부의 문제였다. 공유오피스라는 큰 파도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목 대표의 설명이다. 목 대표는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업의 진화 방향을 봐야 한다. 공유오피스의 고객은 양쪽에 있다. 건물주와 사용자다. 양쪽의 변화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공유오피스는 그 변곡점에 있다”고 말했다. 목 대표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사용자 측 변화이다. 과거 기업의 경우 조직 중심이고 하청 구조이다 보니 미래예측이 쉬웠다. 사무실 장기 계약이 자연스러웠다. 2010년 이후 기업들이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예측 가능한 시간이 프로젝트 기간으로 한정됐다. 미래예측이 불가능하니 오피스가 자산에서 비용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만들려면 공간, 부동산, 인테리어, 보안, 인터넷 등 계약만 수십 번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할 때 공유오피스가 등장한 것이다.

건물주의 입장에서 보면 급속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이 변했다. 성장기에는 오피스가 부족했지만 성숙기엔 공실률이 늘어난다. 현재 서울 오피스의 공실률은 지역별로 13~17%로 평균 15% 선이다. 변곡점을 넘어가게 되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다. 건물주 만나기도 어렵던 시대에서 거꾸로 수요자가 누구냐에 따라 건물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가 됐다. 건물주로서는 운영 사업자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양쪽의 급격한 변화에다 코로나19가 불을 붙인 격이다.

공유오피스의 진화는 외적인 성장만이 아니다. 단순히 공간만 임대하는 ‘서비스드 오피스’를 넘어 입주기업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입주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거나 입주 기업에 직접 투자까지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사무실 임대를 넘어 플랫폼으로

입주사들을 위한 회계, 법률 지원부터 멘토와의 오피스 아워,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를 열고 홍보 서비스도 지원한다. 입주사와 제휴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북클럽, 와인클럽, CEO 교류행사 등 매달 다양한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회원전용 앱을 통해 입주사 간 물건 나눔, 정보 교류 등도 활발하다. 입주 직원들의 체력관리를 위한 PT시설에 이어 최근에는 공동직장어린이집도 등장했다.

월 평균 임대료는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독립형 사무공간의 경우 1인당 47만2000원, 개방형 라운지(비지정+지정좌석)의 경우 30만7000원이다. 위치,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임대료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대기업을 위해 맞춤형으로 사무실을 제공하거나, 공유오피스 안에 개별 기업의 사옥을 만들어주는 ‘커스텀 오피스’ 서비스도 있다. 1인 기업, 카페족을 위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정액 회원제도 인기다.

공간 운용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오피스 공간을 장기임대한 후 입주기업에 재임대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통해 매출을 나누는 형태로 계약하는 ‘빌딩솔루션’ 방식이 등장했다. 건물주가 아쉬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동안은 공유오피스가 건물을 장기임대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전부 부담했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위워크의 추락도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10~15년 장기임대이다 보니 공실률의 부담도 위워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다. ‘빌딩솔루션’은 건물주가 건물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테리어 비용도 부담하기 때문에 공유오피스로서는 적은 자본으로 지점을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오피스 상권 규모는 72조원에 달한다. 공유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에 불과하다. 그 비중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변곡점에 서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표적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최소한 유지하거나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유오피스의 진화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던 사무실이 사라지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박지웅 의장

“임대료 시장 70여조 네이버 같은 회사 몇 개는 더 나올 수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나라 커피시장이 맥심에서 에스프레소로 넘어오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요? 스타벅스가 맥심 수준까지 올라가는 데 7~8년이 걸렸습니다. 우버도 택시를 따라잡는 데 5년밖에 안 걸렸습니다. 우리나라 임차료 규모는 연 70조원이 넘습니다.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걸 공유오피스 쪽으로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박지웅(37) 패스트파이브 의장은 중요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패스트파이브 2.0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단순한 부동산 임대를 넘어 기업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연내 IPO 상장을 앞두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의 행보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박지웅 의장은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겸하고 있다. 2012년 설립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컴퍼니빌더형 스타트업 지주회사이다. 박 의장은 지금까지 10개 회사를 만들어 그중 8개를 성공시켰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경영자를 영입해 회사를 키우고 파는 형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헬로네이처, 푸드플라이가 대표적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아시아 내에는 패스트파이브, 패스트캠퍼스, 패스트벤처스가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플랫폼 계획에는 이 회사들이 모두 연결돼 있다. 예를 들면 패스트파이브 입주 멤버는 패스트파이브가 투자한 공유하우스에서 살면서, 공유주방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패스트캠퍼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 의장은 이런 관점에서 공유오피스를 일종의 ‘구독경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실험의 관건은 패스트파이브의 확장이다. 박 의장은 “멤버가 2만명이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사업모델이 심플했지만 이제부터는 올라가는 계단이 높아졌습니다. 건물을 임대해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서 고객의 수요를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건물주들이 건물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오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박 의장은 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하는 단계까지 가면 스타벅스처럼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룬 것이 많지만 박 의장은 “한 것보다는 할 일에 집중한다”고 했다. “패스트파이브와 패스트캠퍼스를 합쳐 연 매출이 올해 1000억원을 넘을 것 같은데 한참 멀었습니다. 광고 시장이 10조원 규모인데 네이버가 2조~3조원을 차지합니다. 임대료 시장이 70조원인데 네이버 같은 회사를 몇 개는 만들 수 있어야죠.”

박 의장은 자신의 동력을 ‘결핍’이라고 말한다.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수백 곳에 이메일을 보내 겨우 두 달짜리 인턴 자리를 구했다. 출근해 보니 아빠 찬스로 프리패스한 ‘누구 아들’이 옆에 앉아 있더란다. “미국 50대 부자들을 보면 대부분 자수성가를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상속, 상속, 상속입니다. 공정하지 않습니다. 이걸 뒤집고 싶습니다. 사업을 끌고 가는 지향점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만 저는 어디에 가장 큰 기회가 있나만 보고 갑니다.”

스파크플러스 목진건 대표

“코로나19가 사무실 패러다임 바꿨다 인테리어가 아니라 니즈 만족시켜야”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1월 성수점, 5월 강남2호점, 6월 강남3호점, 7월 성수2호점, 10월 강남4호점. 올해 들어 스파크플러스가 새로 오픈하거나 오픈 예정인 공유오피스들이다. 2016년 말 후발주자로 시작한 스파크플러스는 빠른 속도로 지점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4개 지점을 열었는데 이전에 비해 입주 문의는 20%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대비 대기업 입주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스파크플러스의 확장은 공유오피스 시장의 확장을 보여준다. 스파크플러스 목진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무실의 패러다임이 반강제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사, 한 사무실이라는 공식이 깨졌습니다. 하나의 사무실을 두고 총무팀이 통제하던 시대에서 유연한 사무실이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재택근무는 한계가 있다 보니 거점오피스, 분산오피스가 등장하고 위생, 환경 등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안전이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미래예측이 어려워지면 사무실 투자도 아끼게 됩니다. 그 대안으로 공유오피스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목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운영사업자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목 대표는 실제로 최근 건물주들의 요청이 많다고 했다. 이젠 공유오피스 업계로 키가 넘어온 것이다. 앞으로는 건물주가 건물을 제공하고 매출 셰어 방식으로 가는 것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목 대표는 공유오피스의 장점으로 무엇보다 유연함을 꼽았다. 계약기간도 공간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파크플러스에 입주한 스타트업 중 직원이 30명에서 순식간에 700명까지 늘어난 회사도 있다고 한다.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면 직원이 늘 때마다 필요한 공간을 바로바로 확보할 수 있다.

아예 개별 기업에 맞춘 ‘커스텀 오피스’도 반응이 좋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 정장처럼 공간 설계 단계부터 기업 규모와 니즈에 맞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커스텀 오피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50인 이상부터 700명 규모까지 다양하다. ‘커스텀 오피스’를 경험 삼아 스파크플러스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점오피스 유치에 나서고 있다.

목 대표는 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M&A 업무를 하다 10여년 전 무턱대고 창업을 했다. 모바일앱에 이어 퀵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했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 과정에서 초보 창업자에게 필요한 사무실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비품 구입 하나부터 시작해 정작 일보다 잡무에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 경험이 스파크플러스에 녹아 있다.

목 대표는 “공유오피스는 노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워크처럼 한때 무제한 맥주 제공이 공유오피스의 상징처럼 됐다. 스파크플러스도 맥주를 줬는데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되더란다. 맥주 대신 간단한 아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회계·세무 지원, 법률 자문, 온오프라인 홍보 서비스 제공, 인사채용 지원 등 입주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목 대표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공유오피스의 답이라고 말했다.

1인 분산오피스 ‘집무실’ 만든 조민희·김성민·정형석

“출퇴근 시간 2시간? 걸어서 15분 이내로! 분산오피스가 동네로 찾아갑니다”

왼쪽부터 조민희·정형석·김성민.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왼쪽부터 조민희·정형석·김성민.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집 근처 사무실을 내건 ‘집무실’의 슬로건은 거창하다. ‘출퇴근에서 해방된 삶을, 인류에게’이다. ‘집무실’은 일주일에 평균 10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고, 경단녀(경력단절녀)가 170만명이고,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4년 새 2배 증가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집무실’이라고 주장한다. 집무실은 경제인구 20%가 출퇴근 없이 일할 때 경단녀의 고용창출 효과 7조원,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가 4000억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집무실’이란 이름부터 독특하다 싶었는데, 심상찮은 이들이 일을 벌였다.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조민희 대표·37)와 브랜드 개발 전문회사인 ‘엔스파이어’(김성민·37, 정형석 공동대표·36)가 합체한 회사이다. 360만명의 회원(로켓펀치)을 거느린 온라인 강자와 업무환경 구축 프로젝트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디자인어워드를 수상(엔스파이어)한 오프라인 강자의 만남이다.

이들의 합병은 단 3시간 만에 결정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이 바뀔 것이다’란 전제하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동창생 조민희·김성민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집무실’이 탄생했다. 마침 ‘SK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이 있었다. SK그룹, 신한금융 등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낼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였다. 단 조건은 두 개 회사 이상의 연합체여야 했다. 두 회사가 연합한 ‘집무실’은 ‘집 근처 1인을 위한 분산오피스’ 아이디어로 6개팀 중 하나로 선정돼 30억원의 투자를 받게 됐다.

지난 8월 서울 정동에 체험관 삼아 문을 연 ‘집무실’ 1호에서 3인방을 만났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여서 일하는 대신 흩어져 일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흩어진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회사”라고 집무실을 소개했다.

집무실은 개방형(네스트), 집중형(케이브)과 그 중간 형태(하이브)로 3가지 타입 ‘워크모듈’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워크모듈은 업무에 필요한 모든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용료는 개방형에서 집중형으로 갈수록 비싸다. 30만~50만원대라고 보면 된다. 집중형의 경우 파티션으로 사방을 가릴 수 있고 화상회의도 가능한 구조이다. 집무실 안에 수십 개의 ‘마이크로 오피스’가 있는 셈이다. ‘워크모듈’은 탈부착 조립이 가능하고 이동이 쉽다. ‘워크모듈’을 개발한 정형석 공동대표는 “‘워크모듈’을 활용하면 지점 하나를 만드는 데 2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내 80석 규모의 5개 지점으로 시동을 건 후 내년 100개 지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성민 대표는 “선판매 후출점 방식으로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B2B 전략을 통해 기업들의 분산오피스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필요한 좌석만큼 계약하고 직원은 동네 ‘집무실’로 출근하면 된다. ‘집무실’은 주택가의 노후 건물주에게도 기회이다.

‘집무실’의 경쟁자는 공유오피스가 아니라 아직도 기존의 사옥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이들의 변화가 관건이다. 조민희 대표는 “아날로그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모두가 도심으로 출근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거점오피스를 넘어 분산오피스로, 이들의 도전은 우리에게 미래 사무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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