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직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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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6만가구 사전청약 계획’을 공개했다. 3040세대의 내집마련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내년 7월부터 2년간 경기도 하남 교산지구 등 3기 신도시와 과천지구,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등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 주택 공급 사업을 서둘러 2022년까지 예정 물량의 44%를 청약시장에 쏟아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번 계획에서는 8·4 공급대책의 핵심 입지로 꼽혔던 과천 정부청사 유휴부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등 ‘알짜’ 지역이 모두 빠져 도심공급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례적인 정부의 대규모 사전청약은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국내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공급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수도권 전세난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 6만가구 사전청약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사전청약을 본청약보다 1~2년 앞서 시행하는 것으로, 기존 주택시장에 몰렸던 30~40대 무주택자들을 분양시장으로 돌려놓는 효과는 있다. 매매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 당첨되려는 실수요자들이 오히려 임대차시장에 머물면서 임대료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 매수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다는 얘기인가. “3기 신도시 청약조건이 ‘무주택 세대주’이다. 또 사전청약에 당첨되고 본청약까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 그 결과 전월세 가격의 꾸준한 오름세가 예상된다. 청약 선호도가 높고 아파트 입주가 부족한 지역은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 실제 전세 물량이 많이 줄어들었나. “지난해 국토부 계약일 기준 8월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4만1942건이었으나, 올해 8월에는 2만7498건으로 급감했다. 향후 신고건수가 증가해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으나 전월(7월) 7만4288건에 비해서도 전세거래량이 크게 급감한 것으로 볼 때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전세가 반전세(보증부월세)로 전환되고 있고, 임대차 3법 통과로 전세재계약이 증가하였는데 보증금 증액 없는 재계약은 확정일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서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에는 전세난을 부추기는 다양한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세가격 상승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갭투자 규제, 아파트 매입 임대사업자 폐지, 분양시장 선호에 따른 무주택 자격 유지, 임대차 3법 개정 등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주택시장이 보증부월세로 바뀌는 것도 전세 물량을 줄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입주(2020년 상반기 2만3777가구, 하반기 1만6711가구)도 줄어들어 전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 서울의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물량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보나. “서울은 매년 3만~4만호, 전국은 30만호 안팎의 아파트 공급이 필요할 전망이다. 작년까지 전국 기준으로 2017년 31만호, 2018년 39만호, 2019년 32만호로 비교적 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 27만호, 내년 22만호 정도로 평년보다 아파트 입주량이 감소하며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 다행히 수도권 30만호 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입주까지 시차가 있어 내년에도 전세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 이번 정부의 사전청약 발표에서 과천과 용산 캠프킴, 태릉CC 등 정부가 거론하던 서울의 주요 부지가 빠져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다소 아쉬울 수는 있다. 다만 용산정비창이 2022년 공급될 예정이고, 3기 신도시 중 교산과 과천신도시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올해 하반기 본청약에 들어가는 위례지구(2300호), 성남판교대장(700호), 과천지식정보타운(600호)도 있다.”

- 서울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오히려 인구가 줄어서 문제인데 향후 지방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지 않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감정원이 조사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올해 34.11%, 대전은 11.6% 등으로 나타나 수도권보다 많이 오른 지방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는 2.45% 올라 서울 2.18%보다 더 가격이 올랐다.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인구감소 외에 교통망, 자족기능, 수급요인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므로 인구감소는 중장기적인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 직방 회사 통계로 현 정부 들어서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어느 정도 올랐다고 보나.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을 분석해 보면 2017년 3.3㎡당 3142만원에서 2020년 4696만원으로 49% 올랐다. 특히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거래비중이 2017년 17.53%에서 2020년 45.56%로 28%포인트 급등했다. 그다음으로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거래가 30.76%로 나타났다. 두 거래가액 구간의 거래가 66%를 기록하고 있어 서울 여타 지자체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다.”

-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에 집중해서 아파트를 지으려 하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지역 주거환경이 나빠지지 않을까. “수도권의 인구집중 현상이 강한 상황에서 도심의 고밀화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다만 서울 등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방안으로 추진되는 고층화, 고밀화가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을 포화상태로 이끌거나 정주환경의 악화를 야기할 정도면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슬럼화에 따른 정주인구 감소와 집값 하락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서울은 35층 층고 제한 등 정비사업 규제가 강한 상황이라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보며, 역세권 위주로 고밀화 정책을 쓰되 지역 내 인구와 기반시설의 컨디션을 고려한 장기적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시장 감시를 통해 시장 교란을 막겠다는 정부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거래량과 거래가격 등을 구매자의 소득과 나이, 성별, 자산 등의 정보를 엮어 거래시장 패턴을 살펴보고 부동산 세금납부 여부부터 비실거주 및 외지인 거래 비중까지 정부가 규제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의 규제 및 공급확대책의 병행이 장기적으로는 옳은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 내집마련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실수요자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생초자) 및 신혼부부 특공 확대, 13만2000호 추가 공급 등 8·4대책으로 진입문턱이 낮아진 분양시장의 청약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현명하다. 특히 정부가 공급할 3기 신도시 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사업지는 주목해야 한다. 청약 가점이 높거나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들은 좀 더 임대차로 머물다가 내년부터 공급되는 분양시장을 노려볼 만하다. 정부가 대출을 꽉 묶어놔서 조정지역 내 물건을 무리하게 사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 분양시장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게 현명하다.”

-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무엇일까. “우선 정부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는 대출·세제·청약 규제를 통해 수요 억제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발표한 수도권 30만호뿐만 아니라 13만2000호도 추가로 공급한다. 저금리도 영향을 주고 있다. 5월부터 기준금리 0.5%인 저금리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 와중에 시중 통화량은 6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077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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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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