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중고차 판매 업계와의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 문제를 들어 공신력 있는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고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10월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의 중고차 시장. ⓒphoto 연합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중고차 판매 업계와의 갈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 문제를 들어 공신력 있는 완성차 업체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중고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10월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의 중고차 시장. ⓒphoto 연합

‘중고차 허위매물 딜러 참교육하고 왔습니다.’

유튜브에는 중고차 허위매물 딜러를 찾아가 이들과 ‘싸우는’ 영상이 한때 인기를 끌었다. 대개 중고차 딜러를 겸업하고 있는 유튜버들은 허위매물 수법에 당한 손님과 함께 딜러를 찾아가 이들의 사기 수법을 영상에 담고, 환불까지 받아오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다 시비가 붙어 서로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나는 장면도 그대로 영상에 나타난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이런 방법을 활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는 정직하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한다.

중고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4%가 중고차 시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의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가 올해 6~7월 온라인 중고차 업체 31곳을 대상으로 총 3096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95.2%(2946대)가 허위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식 등록 차량은 4.8%(150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중고차 시장이 보다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기업이 하면 대놓고 사기를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정부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지난 15일 "시대가 변하고 있어 어느 한쪽만 생각할 수 없다"며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매매업체간) 상생방안을 찾는게 맞다"고 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사실상 허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전체 시장 규모 약 20조원, 거래 대수  240만대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기간이 만료됐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의 판로가 열리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동욱 현대자 전무는 지난 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매물로 꼽히는 출고 5년 미만 차량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독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레몬마켓’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대기업이 ‘투명성’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할 경우 이 정보 비대칭성이 오히려 나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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