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촉구하는 국민의힘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사기판매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펀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자산들이 줄줄이 압류 및 경매절차를 밟고 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 일정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던 옵티머스펀드가 사실상 ‘폰지 사기’로 드러나면서 환매중단으로 깡통을 찬 피해자와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옵티머스와 연관된 전국의 자산을 찾아내 가압류 조치를 걸면서다. 옵티머스 관련 자산이 속해 있는 지자체들 역시 압류 등 관련 행정절차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옵티머스 관련 자산 가운데 압류 및 강제경매 등의 절차 돌입이 확인된 것은 지난주 주간조선이 보도한 옵티머스의 최대 투자처인 경기도 용인 아트리파라다이스 스포츠센터 외에도 4건이다. 옵티머스 2대주주인 경남 밀양의 폭력조직 신동방파 출신의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이모 대표(구속기소)와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변호사)의 남편 윤모 변호사(구속기소)가 감사로 있는 용인 아트리파라다이스 스포츠센터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의 추징명령에 따라 가압류되고, 9월 용인시에 압류된 상태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워터밸리파크 사우나 겸 찜질방도 현재 강제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탄 워터밸리파크는 옵티머스의 단일 투자처 가운데 가장 많은 2053억원이 흘러간 부동산 컨설팅업체 ‘씨피엔에스’가 관리해온 업체다. 씨피엔에스는 아트리파라다이스와 동일하게 이 대표와 윤 변호사가 각각 대표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동탄신도시 최대 유흥가인 동탄남광장의 한 상가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는데, 법인 주소지는 워터밸리파크 사우나 겸 찜질방이 있는 곳과 동일했다. 워터밸리파크는 용인 아트리파라다이스가 회원들을 상대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홍보하는 사업장이기도 하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워터밸리파크 사우나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워터밸리파크 사우나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동탄 최대 사우나 겸 찜질방

지난 10월 26일 찾아간 화성 동탄신도시 워터밸리파크. 동탄신도시 내 최대 규모로 2000명을 동시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대형 사우나 겸 찜질방은 평일 낮 시간대를 감안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였다. 9층 상가건물의 6층부터 9층까지 4개층을 통째로 쓰는 큰 규모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우나와 찜질방이 고위험시설로 간주되면서 발생한 영업손실만 해도 상당한 듯했다. 손님이 급감한 탓인지 사우나 안에는 아예 물을 비우고 바닥을 드러낸 탕도 여럿 보였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해당 사우나 겸 찜질방이 있는 층의 상가건물은 2018년 3월경 코리아리츠의 박모 대표 명의로 소유자 변경이 이뤄졌다. 코리아리츠는 옵티머스 2대주주인 이씨가 대표로 있는 대부업체 ‘대부디케이에이엠씨’와 수십억원대 금전거래를 했던 회사로, 2017년 STX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STX건설을 인수하기도 했다. 소규모 시행사였던 코리아리츠의 박모 대표는 이후 STX건설 대표에 취임했고, 이씨 역시 STX건설 영업이사 직함으로 수주활동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서 조회 결과, 이씨가 대표로 있는 ‘트러스트올’과 STX건설은 금전거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가건물은 지난 9월 수원지방법원의 결정으로 강제경매개시가 결정되면서 위험물건으로 전락했다. 실제 옵티머스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관련자들은 워터밸리파크가 있는 해당 상가건물을 담보로 대부업체 등 여러 곳에서 각종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상가 소유자인 코리아리츠 박모 대표가 해당 물건을 담보로 서울의 한 대부업체와 새마을금고로부터 수십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을 비롯해, 박씨가 대표로 있는 STX건설 역시 이 건물을 담보로 2018년 7월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채권최고액 기준 약 18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별도의 펀드 사기사건인 라임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기소)으로부터 8000만원의 금품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을 지역위원장이 상임감사로 있었던 곳이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키루크’란 필명으로 활동한 이상호 위원장이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로 있었던 시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로, 해당 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이 이뤄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다행히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설정한 해당 건물의 근저당은 모두 말소된 상태였지만, 옵티머스와 라임 사건에 모종의 접점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옵티머스 2대주주 이모 대표 역시 2018년 12월경 해당 건물을 담보로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최고액 기준 약 36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해당 채무는 2019년 11월, 윤 변호사가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모 전 행정관(변호사)의 남편인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2대주주인 대부업자 이씨가 대표로 있는 거의 모든 법인에 감사로 등재돼 있는데, 윤씨는 이씨와 수십억원의 채무를 주고받을 정도로 사실상의 경제공동체였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터밸리파크가 있는 동탄신도시의 해당 상가건물과 용인의 아트리파라다이스 스포츠센터는 인천의 향토건설사인 두손건설이 개발한 건물이란 공통점도 있었다. 두손건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용인 스포츠센터의 경우 시설은 좋은데 그리 재미를 못 봤다”며 “인천으로 스포츠센터를 옮기면서 옵티머스 측에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 스포츠센터의 경우 옵티머스 2대주주 이씨가 해당 건물을 인수한 직후 간판을 바꾸면서 신장개업했지만, 동탄의 상가건물에서는 해당 상가를 최초 개발한 건설사의 상호를 여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충북 단양군 장회나루의 충주호유람선 선착장 ⓒphoto 이동훈
충북 단양군 장회나루의 충주호유람선 선착장 ⓒphoto 이동훈

충북 단양 충주호유람선

옵티머스 자금 160억원가량이 흘러간 것으로 알려진 충주호유람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충주호유람선은 국내 최대 수력발전소인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국내 최대 내륙호인 충주호(청풍호)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는 수상레저업체다. 충주호유람선은 충주댐 완공 직후인 1987년부터 충북도로부터 면허를 얻어 영업을 시작한 오래된 유선 업체다. 1994년 충주호유람선 화재참사로 세간에 각인된 재향군인회가 운영하는 충주호관광선과는 충북 단양 장회나루터에 나란히 선착장을 두고 있다 뿐이지 전혀 별개의 업체다.

이 선사는 옵티머스의 2대주주인 대부업자 이모 대표가 대표이사,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구속기소)의 부인 윤모씨가 감사로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옵티머스 관계자들은 지난해 3월 충주호유람선의 창업주 윤모 대표로부터 선사를 인수해 각각 대표이사와 감사로 경영권을 장악했다. 창업주 측 관계자는 “창업주 내외가 건강상 문제가 있어 좀 더 탄탄해 보이고 큰 회사에서 유람선을 맡아 키워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매각한 것”이라며 “창업주는 옵티머스 관계자로 언급되는 윤모 변호사나 윤모 감사와 같은 윤씨일 뿐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지난 10월 28일, 충주호유람선이 뜨는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봉이 바라보이는 충북 단양 장회나루 선착장을 찾았을 때는, 가을 단풍철을 맞아 유람선을 타러 온 관광객들이 제법 보였다. 코로나19로 지난 3~4월 두 달간 휴항(休航)하는 등 최악의 불경기는 막 넘긴 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옵티머스 사건이 터지고 충주호유람선으로 약 300억원의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KB증권은 지난 9월 충주호유람선이 승객용 주차장으로 쓰는 장회나루 일대 토지와 선착장 건물에 약 10억원대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였다.

창업주 측 관계자는 “유람선 매각 당시 옵티머스 자금이 전혀 들어온 적 없고 이모 대표는 젠틀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보였다”며 “옵티머스와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유람선 식구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경남 고성군의 블루웨일 글램핑장 ⓒphoto 블루웨일
경남 고성군의 블루웨일 글램핑장 ⓒphoto 블루웨일

경남 고성 글램핑장

경남 고성군에 있는 대형 글램핑장 ‘블루웨일’도 마찬가지다.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에 있는 블루웨일은 ‘공룡엑스포’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성에서 가장 큰 글램핑 시설이다. 야영장을 비롯 야외수영장과 해수사우나, 찜질방까지 부대시설로 거느리고 있어 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글램핑 시설이다. ‘블루웨일’ 역시 용인 스포츠센터 아트리파라다이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홍보하는 업체 중 한 곳으로,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으로 등록된 이 업체 역시 옵티머스의 2대주주 대부업자 이모(구속기소)씨와 윤모 변호사(구속기소)가 각각 대표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있다.

해당 글램핑장이 소재한 곳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씨와 윤씨가 각각 대표이사와 감사로 있는 용인 아트리파라다이스는 2019년 3월경 해당 사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은 ‘사해행위 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 등기말소청구’ ‘사해행위 취소를 원인으로 한 원상회복청구권’ 등 각종 가처분이 여러 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옵티머스 사태가 표면화된 지난해부터 올해 3월을 전후로 부동산 처분을 둘러싼 일체의 행위를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이었는데, 해당 자산 역시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의 추징보전명령과 하나은행에 의해 10억원 상당의 가압류 조치까지 걸려 있었다.

옵티머스가 투자자를 속여 긁어모은 수천억원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곳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관광, 스포츠, 레저 산업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관광, 레저업은 올해 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엉뚱한 곳에 투자해 돌려막기 하던 옵티머스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깡통을 찬 셈이다. 법무법인 SH의 임성욱 변호사는 “옵티머스 사태로 법원경매에 나온 물건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경매절차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며 “다만 공사대금 등 숨겨진 유치권이나 임차인의 권리행사 가능성 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집의 원영섭 변호사는 “피해자가 많은 금융사기는 관련 부동산을 피해자들이 점거하고 실력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낙찰받더라도 제대로 점유를 인도받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제휴 호텔에 무슨일이?

각종 소송 휘말려 사실상 폐업 수순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그린라군호텔 ⓒphoto 이동훈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그린라군호텔 ⓒphoto 이동훈

옵티머스 관련 자산으로 추정되는 강원도 속초시의 그린라군호텔은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정류소가 있는 외설악 신흥사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설악동 숙박단지에 있는 그린라군호텔은 305개의 객실을 갖춘 분양형 온천호텔이다. 다른 업체와 달리 법인 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옵티머스 관련자들과 명확한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지만, 옵티머스의 최대 투자처인 용인 아트리파라다이스 측이 동탄 워터밸리파크, 고성 블루웨일 글램핑, 단양 충주호유람선과 함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홍보하는 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실에 복합기를 무상 제공한 ‘트러스트올’이 기업 소개에 ‘강원도 속초 호텔’을 언급한 점 등에서 모종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해당 호텔을 언급하는 회사는 모두 옵티머스 2대주주 대부업자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곳들이다.

지난 10월 27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차단막이 쳐 있어 아예 호텔 진입 자체가 불가했다. 분양형 호텔인데 각 객실을 소유하고 있는 구분소유자들과 법적 분쟁에 휘말린 탓인지, 창문 곳곳에는 ‘소송 중’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호텔 진입로에는 아예 공사가림막이 쳐 있고, ‘사유지, 무단출입 시 형사고발’이란 현수막까지 걸려 있어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주변의 한 상인은 “비교적 새 호텔이고, 온천사우나를 갖추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라며 “호텔 진입로의 땅 주인들이 입구를 막으면서 문을 닫았다”라고 했다.

2018년 3월, 속초시 설악동 숙박단지 안에 ‘스파스토리호텔’이란 이름으로 개장한 이 대형 온천호텔은 2018년 11월경 서울의 한 대부업체에 의해 인수돼 ‘그린라군호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하지만 대부업체에 의해 인수되고 간판을 바꿔 단 이후 객실수익금(위탁수수료)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1년도 채 안 돼 망가진 것이다. 옵티머스 측과는 이때 최소한 사업제휴 이상의 관계를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라군호텔의 한 관계자는 “초창기 대주주 쪽과 일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창궐 직후인 지난 3월에는 급기야 ‘임시휴장’에 들어갔는데, 호텔 입구까지 막히면서 반년이 넘도록 휴장 상태는 이어지고 있다. 설악산 최대 행락철인 가을 단풍철 관광특수도 고스란히 놓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해당 호텔은 2019년 10월 이미 속초시에 의해 압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속초시의 한 관계자는 “지방세 체납으로 압류를 한 것”이라며 “분쟁 상황이 해결되는 것을 봐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워드

#커버스토리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