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보잉 B777 여객기. ⓒphoto 진에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보잉 B777 여객기. ⓒphoto 진에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의 후속조치로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통합이 예고된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3사(社)를 합쳐 통합 LCC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기준 3사의 매출액 합계는 진에어 9102억원을 필두로 에어부산(6332억원), 에어서울(2335억원)까지 합쳐 1조7769억원에 달한다. 기존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1조3840억원)을 능가하는 규모로, 3사 통합이 이뤄지면 국내 LCC의 판도가 뒤바뀌는 셈이다.

통합 LCC에 대한항공 인수합병 후 사라지는 ‘아시아나’ 브랜드를 붙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은 지난 12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LCC는 대한항공-아시아나와 별도의 법인과 별도의 경영진이 운영할 예정”이라며 “양사 통합과 유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며, 유사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LCC 3사가 운항하는 주력 기종이 달라 시너지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에어의 주력 기종은 보잉 B737이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주력은 에어버스 A320이다. 대개 LCC로 떨어져 나올 때 모회사의 노후 항공기를 들고 독립하는 까닭에 3사의 주력 기종 역시 모회사의 주력 기종과 비슷한 체제가 됐다. 전 세계 LCC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전략이 단일기종 운항을 통한 조종사 교육비와 운영유지비 절감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종이 상이한 3사 통합은 시너지 효과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동일하게 A320을 주력으로 쓰고 원래 아시아나항공 계열로 한솥밥을 먹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대한항공 계열로 B737을 주력으로 하는 진에어까지 합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B777과 같은 복도가 2열로 된 E급 광동체기도 4대나 보유 중이다. 과거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노선 신증설이 막히자 고육지책으로 대형기를 도입하면서부터다.

A320 같은 복도가 1열로 된 C급 협동체기를 주로 운항하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조종사들이 B777과 같은 대형기를 조종하려면 새로 교육을 이수하고 운항경력을 쌓아야 한다. 일례로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조종석 설계부터 상이하다. 전 세계 LCC들이 주력 기종으로 가장 많이 채택하는 B737과 A320의 경우, B737은 조종석 앞에 자동차 핸들과 유사한 조종간이 놓이지만, A320의 경우 이 같은 조종간이 없다. 항공사고의 경우 조종사의 작은 실수가 곧장 대형참사로 이어지는데, 서로 다른 기종을 운항하던 조종사들의 교차투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했던 것도 주력 기종이 B737로 동일한 까닭이었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모든 항공기가 B737-800 단일 기종이다. 이스타항공 역시 파산위기에 몰리며 대부분의 기종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주력 기종은 B737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모든 기종이 B737-800으로 통일돼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장기적으로 A330(E급) 도입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인력 구조조정도 사실상 어려운 만큼 운항기종 단일화부터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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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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