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홍성국 의원실
ⓒphoto 홍성국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경제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홍성국(57) 의원은 지난 12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코로나19가 강타한 새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라고 단언했다. 기술의 진보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기존 추세를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키면서 새해에는 경제적 하층부의 문제를 어떻게 방어할지가 각국의 핵심 정책과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의원은 “기존의 시장방임에서 최근 케인스식으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새해에도 이 문제가 핵심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에셋대우 CEO 출신의 글로벌 경제 전문가인 홍 의원은 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증권사 CEO 출신으로는 최초다.

정부가 새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55조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이 중에서 72.4% 를 상반기에 집행하는 것도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홍 의원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보통 상하반기 예산을 6 대 4로 편성하는데 2021년은 예외”라며 “경제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상반기에 최대한으로 받쳐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재정을 투입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악화를 막은 뒤 백신의 안전성이 확보돼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글로벌 경제에 반전 현상이 나오고, 이후 2분기나 3분기쯤에는 해외여행을 비롯한 내수 경기가 일시적으로 상당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홍 의원의 예측이다. 쉽게 말해 상반기 경기를 재정을 투입해 최대한도로 떠받치면, 그 힘으로 하반기에는 경제가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는 얘기다. 홍 의원은 “백신과 치료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뭘 해도 5~6월 전에 경제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재정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어떻게 수정할지 논의해야”

현재 전 세계 각국의 양극화 추세가 심화되는 계기로 홍 의원이 꼽는 요인은 기술의 진보다. 디지털화가 촉진되면서 특정 기술을 선점한 사람(회사)이 시장을 독식하는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고, 스마트팩토리 등 기계가 적극 도입되면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져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진단이다. 그는 “결국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져가는 게 문제인데, 이 같은 경향이 모든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화장품 가게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10년 전만 봐도 동네마다 화장품 판매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올리브영으로 갔습니다. 그냥 두면 화장품 유통은 CJ올리브영이 다 하는 거예요. 그 이익을 과거에는 자영업자가 가져갔지만 지금은 종업원 월급을 제외하면 올리브영이 다 가져갑니다. 규모의 경제로 더 싸게 물건을 구입하고 물류를 효율적으로 하니까, 결국은 집중화가 될 수밖에 없어요. 쌍용차가 회생신청을 했죠.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하나로 가고 있고 온라인쇼핑은 네이버로 가고 있죠. 배달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쳐서 시장점유율이 95%입니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게 진행되고 있어요. 그래서 자본주의를 어떻게 손볼 것인가가 우리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는 거예요.”

홍 의원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1인 독식 체제 심화에 따라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대책으로 “크게 보면 사회적으로 보듬어주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며 “기본소득 등 우리 사회의 담론도 암암리에 그런 쪽으로 다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의 진보에 자본주의의 진화가 겹치면서 나타난 양극화 추세와 함께 인구의 고령화, 국가 간의 보호무역 전환 추세 등 모든 변화가 한꺼번에 닥쳐오고 있다는 것이 홍 의원의 설명이다.

홍 의원은 다만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현재의 문제는 양극화가 벌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등 기존에 존재하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양극화가 심각한 부분, 국가 간의 경쟁이나 기술의 전환이 가중되고 있는 부분의 취약계층을 먼저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30만원 준다고 달라질 게 없다. 일단 하층에 대한 지원을 먼저 해놓고 나라가 건강해진 다음에 기본소득 도입 관련 논의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모든 계층에 대한 보편지급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지급이 맞는다는 의견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이 최근 입법을 주도한 경제3법에 대해 “경영권 침해와는 관련이 없고, 다만 오너를 불편하게 만드는 입법”이라며 “나도 시장에서 온 사람이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 움직임 모두를 두고 ‘반시장적이다’라고 얘기하는 식으로 단순한 이념공세를 펼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국민의힘도 경제 정책에서 길을 잃고 있다. 지금 시장에 개입 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했다. 그는 “일단 (시장) 개입은 전제를 하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이제 국가가 모든 걸 다 하는 시대로 바뀌었고, 중국 같은 나라는 이미 국영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국가가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등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정부’가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돈 거둬들이는 게 모든 정책의 기본”

홍 의원은 새해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경기가 좋아지면 모든 나라가 엑시트(출구) 전략을 펴야 하는데, 뿌려놓은 돈을 거둬들이고 낮춘 금리를 일단 올리는 게 모든 정책의 기본”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산(주식·부동산)가격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잡히면 주가가 오를 거라고 흔히들 보는데, 홍 의원은 반대로 “코로나19 종식 전에 증시가 기대감으로 오르고 자산시장이 정상화되면 주식은 오히려 조정 국면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금리에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며 “이미 미국 금리는 10년물(국채 금리)이 0.5에서 0.9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새해 투자자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으로 “비슷한 투자자들끼리 몰려 생기는 확증편향”이라고 조언했다. 2020년 코로나19 때 주식장에 새로 들어온 많은 사람은 대부분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데, 비슷한 사람들끼리 몰리면 심리적으로 필터버블, 확증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우리가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를 빨리 배웠는데 대표적인 게 온라인 쇼핑”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미래산업으로의 구조적인 전환에 관심을 많이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또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 부는 ‘우선주 열풍’ 등 투기적인 주식은 절대 쳐다보지도 말 것을 조언했다. 홍 의원은 “크게 보면 금리의 흐름이 중요하고 내년 2분기나 3분기쯤 돼서 어느 정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대외활동을 할 때 짧은 경기회복이 있을 것”이라며 “이후 조정이 오더라도 좋은 주식은 덜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좋은 주식이 무엇일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2020년 한국 증시를 달군 이른바 ‘동학개미’ 현상에 대해서는 “글로벌 증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미국의 로빈후드, 중국의 청년부추 등이 모두 똑같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로 인해 젊은이들이 증시에 뛰어들었고 이들이 증시 회복세를 주도한 것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코스피가 2700포인트대지만 바이오나 IT는 이미 4000포인트까지 간 거고 조선·철강·건설 등은 1000포인트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소재, 기계,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주력이 돼 경제를 선도했는데 현재 기업의 이익이나 매출을 들여다보면 미래산업으로 잘 전이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IT나 바이오를 끌어올린 동학개미가 금융시장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딜펀드 설 전후 출시”

현재 정부 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인 ‘K-뉴딜’ 정책에서 홍 의원은 TF단장을 맡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K-뉴딜 정책의 실행을 위해 홍 의원은 민간의 자금을 투자받아 BBIG(배터리·바이오·IT·게임)로 대표되는 미래산업 진흥정책에 활용하는 이른바 ‘뉴딜펀드’를 설계했다. 뉴딜펀드는 전략적 투자자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재무적 투자자로 기관투자자와 정부가 참여하면 나머지 출자자로 개인을 포함한 민간이 참여하는 구조다. 재정사업과 민자사업 모두에 해당하고 정책형, 인프라, 민간 뉴딜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각 금융투자사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홍 의원은 “코로나19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할 때가 되면 기술의 전환,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나라와 성공 못 한 나라의 차이가 확연해질 것”이라며 “초기 단계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여해야 하는데 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자금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민 세금 동원한 관제펀드’라는 비판에 대해 “민간자금을 원활히 끌어들이려면 안전장치가 필요한 만큼 일정 수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을 하는 건 통상적인 정책수단이고 스마트대한민국펀드,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이미 시행 중인 선례가 많다”고 말했다. 뉴딜펀드의 일종인 ‘뉴딜인프라펀드’의 경우 2억원 이하 투자자들에 대해 9% 분리과세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홍 의원은 “현재 설계한 뉴딜펀드의 수익률도 4~5% 정도는 나온다”며 “가능하면 설 전에 첫 번째 시리즈 펀드를 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뉴딜펀드를 조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1998~1999년에 IT 벤처투자 버블 당시 정부가 돈이 없어 민간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투자됐는데, 당시 돈으로 추산하면 100조원은 들어갔을 것”이라며 “돈을 번 사람도 많고 날린 사람도 많지만, 그때 투자된 자금으로 인해 시간이 흘러 지금의 엔씨소프트, 네이버 같은 기업이 나오고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도 성장해 한국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도 2006~2007년 황우석 사태 때 투자해서 난리가 났지만 그 돈이 기업에 흘러갔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연구개발을 해 지금의 씨젠 같은 회사가 탄생한 것”이라며 “뉴딜펀드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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