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1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국 교체됐다. 24번의 ‘헛발질 정책’을 펼쳤던 김현미 장관이 떠나고 부동산을 ‘좀 안다’는 변창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지명됐다. 변 장관 후보자가 들어서면 주택 시장은 안정될 수 있을까? 그의 과거 논문과 인터뷰를 근거로 판단할 때 대답은 ‘전혀 아니다’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필자의 칼럼을 반박한 변 후보자의 주간조선 2019년 1월 28일 자 칼럼(‘박원순표 도시재생은 포퓰리즘’ 기사를 반박한다)과 필자가 그의 반박문을 재반박한 주간조선 2월 18일 자 기사(‘박원순표 도시재생 지상논쟁 2R: 변창흠 교수의 반박에 대한 재반박’)를 보라. 이 글을 읽고 나면 장관 취임 뒤 그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눈에 선하다. 변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관(觀)에 대한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다음 <그래프>를 보자.

<그래프1>과 <그래프2>는 필자와 도시경제 및 도시계획 전문가 3인이 공동으로 저술하고 조만간 출간을 앞둔 ‘서울 집값, 진단과 해법’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래프1>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의 지난 3년간 추이를 알려준다. <그래프1>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0년 3월 기존 추세선을 이탈한 뒤부터 올랐는데 그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매매가격의 추이는 어떠한가. <그래프2> 서울 아파트 매매가 추이를 보면 2018년 중반 종전의 가격 궤도를 벗어났다가 2019년 4월 원래의 궤도로 회귀하지만 2019년 5월 이후 다시 급등한다. 2020년 5월을 지나면서는 가격 상승세가 전세가 상승률 못지않게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산 불균형과 개발 이익의 사유화

2020년 5월 이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가격이 급등했을까? 지난여름 정부·여당은 야당과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임대차2법과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입법하고 법령을 시행했다. 결국 <그래프>에 나타난 전세·매매시장의 가격 폭등은 시장원리도 모르고 공부도 하지 않는 무식한 집권당 의원들이 일으킨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급변하고 왜곡되었는데 변창흠 장관 후보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중상 이상은 된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자신을 LH 사장과 국토부 장관으로 뽑아준 현 정권에 대한 ‘립서비스’라면 상관없겠지만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변 후보자가 LH 사장에 취임했던 2019년 4월에 공개된 그의 논문(‘토지공개념 논의와 정책 설계’)을 읽어보니 애석하게도 필자의 걱정이 사실인 것 같다. 그는 현 정부가 주택정책을 잘 수행한다고 정말 믿는 듯하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에서 괴리되었는가를, 그가 쓴 논문을 통해 조목조목 따져보기로 하겠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토지, 주택의 소유 여부에 따라 사회 구성원의 보유자산 불균형이 심화되었으니 공공이 나서서 그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까지는 공자님, 부처님의 말씀처럼 옳은 얘기인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는 사회의 자산 불균형을 없애려면 개발 이익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빈부격차의 원인은 주택과 부동산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에서 비롯된다는 논지다. 변 후보자는 논문의 서론에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세계적으로 심각한 불평등과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의 확대는 토지가치 증가와 관련됐다”는 말을 인용한 다음 “토지사유화로 인한 심각한 불평등과 불로소득 문제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불평등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를 인용해 자신의 신념인 토지공개념 정책과 불로소득 환수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한 셈이다.

그런데 변 후보자는 스티글리츠의 “소득 대비 자산 비율의 확대와 심각한 불평등이 토지가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면밀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인용하는 오류를 범했다.

변 후보자가 인용한 스티글리츠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권 국가에서 나타난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자산 불균형의 확대는 주택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가 상당히 많다. ‘이코노미스트’ 2020년 1월 16일 자 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경제선진국의 신축 주택 공급량은 1970년대 신축 공급량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 주택공급이 줄어든 이유는,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 주택을 가지고 있는 주인들이 “내 동네에서는 집을 짓지 말라”는 ‘님비즘’으로 똘똘 뭉쳐 신축 공급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주택의 가치는 오르고 집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줄인 ‘님비즘’

이코노미스트는 구체적으로 미국을 사례로 들어 베이비부머 세대와 청년 세대의 자산 격차가 확대된 사실을 설명했다. 즉 1990년 당시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는 평균 연령 35세로 미국 전체 주택의 3분의 1을 소유한 반면, 2019년 밀레니얼 세대는 평균 나이 31세로 전체 주택의 오직 4%를 갖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자력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을 갖게 돼 자본주의 체제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자본주의를 미워하고 사회주의를 동경한다는 이른바 ‘밀레니얼 사회주의(millenial socialism)’라는 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보유자산의 불균형은 대도시 거주자와 지방 거주자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청년들은 대도시의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어 대도시의 집값은 계속 상승하지만 주택수요가 줄어든 지방은 집값이 하락하거나 정체된다. 따라서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 소외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한 지방 사람들이 기존 사회질서를 불신한 결과물이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인 것이다. 요약하면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방과 대도시의 집 없는 자들의 분노가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반란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주택의 공급 부족이야말로 부자와 빈자, 대도시와 시골, 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의 자산 불균형을 확대시킨 주범이라는 것이 영국, 미국 학자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변 후보자는 우리 사회의 자산 격차 확대의 원인 진단을 잘못했다.

한국의 주택공급은 OECD 중 뒤에서 세 번째

변 후보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2014년 기준 OECD 35개 국가 중에서 8번째로 소득불평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와 주택을 중심으로 한 자산격차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을 압도하며 자산소득이 소득불평등에 기여하는 비중은 80%”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옳다. 그런데 OECD의 2020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 기준 한국의 주택공급은 약 400호로 가입예정국가, 초청국가를 제외할 때 뉴질랜드와 함께 꼴찌에서 3번째다. OECD 기준으로도 주택공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변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소득불평등이 악화된 이유가 필요한 주택의 수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주택을 공급해 국민의 자산 불균형이 확대된 결과는 아닌지. 그가 교수로서 활동할 때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LH를 운영할 때 그런 고민을 해봤는지 진짜 묻고 싶다.

독자들이 <그래프3>(서울과 뉴욕 맨해튼 집값÷건축비 비율 추이)을 보면 주택공급의 부족이 주택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자산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는 필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그래프> 또한 앞서 소개한 책(‘서울 집값, 진단과 해법’)에서 발췌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집값÷건축비 비율 추이’는 하버드대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가 2005년 발표한 논문(‘Why is Manhattan so expensive? Regulation and the rise in housing prices’)에 수록된 내용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이혁주 교수는 이 자료에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 추이’를 분석한 뒤 덧붙여 두 도시의 건축비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비교했다.

물론 서울과 뉴욕 맨해튼의 집값÷건축비 비율 측정 시점은 다르다.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 측정 시기는 2001~2019년이고, 뉴욕 맨해튼의 집값÷건축비 측정은 1984~2002년 자료를 사용했다.

그러나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 측정을 시작한 시점인 2001년은 맨해튼의 집값÷건축비 비율 측정이 완료된 시점에 해당하므로 2001년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을 맨해튼의 2001년도 비율과 비교할 수 있다.

2001~2002년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이 2.5~3 구간에 있을 때 맨해튼은 2.0~2.1에 머물렀다. 이 비율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3.3㎡ 기준 건축비가 600만원이 든다면 아파트값은 3.3㎡당 1800만원이고, 그 아파트가 110㎡(33평형)라면 아파트 가격은 5억9000만원인 것을 뜻한다.(이 가격의 아파트는 불과 4~5년 전 마포, 성동구 등에서 흔했다.)

뉴욕과 서울의 건축비 대비 집값 비교

다시 맨해튼과 서울의 집값 비교로 돌아가자. 2001~2002년 서울 아파트값이 건축비의 2.5~3배였을 때 맨해튼 집값은 건축비의 2배에 불과했다. 전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의 하나인 뉴욕 맨해튼의 건축비 대비 집값의 비율이 서울의 건축비 대비 아파트값보다 낮았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한국의 진보진영이 천민자본주의의 본고장, 탐욕의 소굴로 비난하는 세계 금융의 심장부 맨해튼의 집값 거품이 서울보다 작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의 거품이 맨해튼의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 수수께끼를 풀려면 <그래프3>에서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최대치 5배를 찍었고, 2019년 다시 5배를 재현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두 정권은 한결같이 수요 규제를 부동산 정책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또한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양가상한제 등 온갖 수요 규제를 패키지로 내놓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신축 주택의 판매가를 규제하는 나라가 한국을 제외하고 또 있을까? 필자는 경제 선진국 중에서 집값을 규제하는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선진국들은 할 줄 몰라서 규제를 안 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주택 가격 규제가 시행되면 공급이 줄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귀결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2020년 6월 주간조선 2610호 칼럼에서 기술했듯이 1989년의 집값 폭등은 정부가 1983년 책정해놨던 3.3㎡당 분양가를 1989년까지 한 치도 바꾸지 않고 고수한 탓에 발생했다. 밑지면서 집을 지을 건축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중단한 이유다. 결국 그 시절의 집값 폭등과 품귀현상도 정부가 일으킨 것이다!

<그래프3> 설명을 다시 이어가겠다. 미국은 2020년 7월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2배인 6만3000달러이다. 최근 맨해튼 소재 주택의 중위값은 코로나19로 하락해 강남 아파트 중위값과 비슷하다. 이것은 전염병 창궐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맨해튼의 집값 하락은 서울 집값에 의문점을 던진다. 한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절반이면 서울 집값은 그 절반은 아니더라도 몇십%는 저렴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이 즐겨 써먹듯이 한국인의 부동산 투기 본능 때문에 서울 집값이 비싼 것인가?

진보진영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래프3>을 보고 서울의 집값에 낀 거품이 맨해튼의 집값 거품보다 심하므로 더 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변창흠 후보자 또한 그 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출범한 뒤 3년 반 동안 아파트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징벌적인 세율 인상 등 자본주의 국가들이 시행하지 않는 각종 규제를 시행했는데 이보다 더 센 규제가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인가? 건축비와 집값의 큰 가격 격차는 그 자체가 비효율을 뜻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집을 파는 사람에게 건축비의 몇 배가 되는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부(富)는 이전되고 집 없는 자와 집 가진 자의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진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photo 뉴시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photo 뉴시스

용적률 10% 올리면 집값은 20~50% 하락

주택공급이 확대된다면 <그래프3>은 어떻게 변할까? 건축비와 매매가의 격차는 당연히 축소된다. 용적률 규제를 완화할수록, 즉 용적률을 높일수록 그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는 뜻이다. 지금 정부는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집값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그렇다면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집값 파동을 겪은 뒤 서울시 용적률을 300%까지 확대 적용해 2000년까지 시행했다는 사실을 참고하기 바란다. 서울 아파트 전체의 용적률을 10% 올리면 보수적으로 봤을 때 집값은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하락한다. 지금은 법정 용적률보다 실현 용적률이 상당히 낮다. 그러므로 용적률을 손대지 않고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헛다리 짚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집값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재개발·재건축이 허용됐는데 그 무렵에도 서울의 아파트값÷건축비 비율은 맨해튼의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결론적으로 서울의 집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도심에서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적률을 높일 수 없다고 고집하는 도시계획가들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몽상가들이나 다름없다. 전원도시의 쾌적함을 꿈꾸는 사람들은 필자처럼 서울 교외에 살면 된다.

진보진영은 도심 혼잡을 이유로 도심 고밀도 개발을 반대한다. 필자에게 그들의 태도는 주택공급을 규제해 자신이 갖고 있는 집의 가치를 올리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진보정치인들과 집주인들이 작당을 해 환경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주택공급을 막아 집값을 비싸게 유지하듯이 말이다.

2019년 1월 변창흠 후보자와 필자가 주간조선 지면을 통해 벌인 도시재생 논쟁.
2019년 1월 변창흠 후보자와 필자가 주간조선 지면을 통해 벌인 도시재생 논쟁.

미국에서 찬밥인 환매조건부 주택

필자는 진보진영에 알려주고 싶다. 귀하가 자녀들에게 집을 장만해줄 수 있는 재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집값 급등으로 인한 피해는 귀하의 자녀에게 곧바로 돌아간다고 말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더라도 주거비의 증가는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국가의 생산성 하락으로 귀결된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인 것이다. 주거지의 밀도를 규제하면 총액 기준으로 땅값은 집값보다 빠르게 오른다. 반대로 주거지의 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면 땅값과 집값은 내려간다. 이혁주 교수는 “밀도 규제가 완화되어 고밀도로 주택을 개발하면 땅값은 총액으로나 단위면적 기준으로나 집값보다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변 후보자는 불로소득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개발이익 공유제 시행을 주장했다. 그가 보기에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주택은 불로소득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그는 집값 급등의 원인이 부동산 소유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한 듯하다. 한마디로 토지의 개발권과 소유권을 분리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들 사업의 약점은 주택가치의 상승이 발생하더라도 집주인이 그 혜택을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인들도 이것이 불만이다.

이런 이유로 1960년대 미국에서 ‘공동체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 형태로 시작된 토지임대부 주택 사업은 찬밥 취급을 받아왔다. 또한 이 사업모델의 가장 큰 약점은 앞으로의 주택 수요는 도심에 집중될 것인데 공공이 보유한 국공유지가 서울 도심에 얼마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변 후보자가 이 정책을 추진하면 자신의 정책 성과는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시민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 후보자의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관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 실태(2010)를 연구한 부산대 윤일성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이 강조한 것은 지역주민을 중시하는 사회적 재생이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에서 기대하는 바는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의 물리적 공간 환경을 바꾸는 가시적인 방식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발표된 시기는 2010년으로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등장하기 전이었다. 결국 변 후보자는 도시재생이 처음 시작된 영국에서도 “평가는 드물고 담론은 무성한”(이현석·2017) 도시재생사업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안해 강북의 수많은 정비사업지구를 없애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변 후보자를, 현재의 서울 주택난을 만든 당사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근거다. 자신은 편리한 강남 아파트에서 안락하게 살면서 남들에게는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줄 테니 열악한 동네에서 그냥 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위선이다. 아니, 국민의 충복이 되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폭력이고 행패다.

아파트 개발에서 정부의 용적률 규제는,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사회 구성원들의 자산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밀도 규제는 청년과 장년 세대의 세대 간 자산 불균형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집을 가진 자와 집 없는 자의 계층 간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간 보유자산 격차를 확대시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역세권의 범위를 250m에서 350m로 확대해 고밀도로 개발하면 마치 집값 급등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한마디로 말해 불가능한 얘기다. 서울 역세권에 빈 땅이 있는지 둘러보라. 집을 지으려면 낡은 건물을 헐어야 한다. 그런데 역세권의 높은 땅값과 유흥시설이 밀집한 물리적 환경을 고려하면 공급 가능한 주거시설은 1~2인 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역세권 지역은 자녀를 둔 3인 가구가 살기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등 보육시설이 없어 폭발 직전의 주택 수요 압력을 해소할 수 없다.

도심 전반의 고밀도 개발이 정답이다

집값 급등을 해소하려면 수요 규제 정책을 과감히 폐기하고 도심 전반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지금까지 시행한 규제로도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고 효과가 없는 대책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집값을 잡으려 할수록 집값이 계속 상승한 이유는 자명하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만들어내는 토지이용 규제라는 원인 제거는 제쳐놓고 비싼 집값을 낮추겠다면서 수요 규제라는 표피적인 임시처방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공급을 대폭 확대해 매매가를 낮춰야 주택을 갖지 않은 자로부터 주택을 가진 자로 넘어가는 부(富)의 이전 규모를 줄일 수 있고 집값을 낮출 수 있다.

변 후보자가 문제로 삼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에서 아파트는 문제의 핵심이다. 부동산 시장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학자 출신 장관이 불로소득 환수를 세금 징수를 통해 추진한다면 부끄러운 행위다. 세금 징수 대신 시장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세금을 많이 부과한다고 해서 주택가격은 결코 내려가지 않는다. 이것은 국내외 학자들이 이미 입증한 진리다. 공급이 절대 부족 상태인 것을 잘 아는 집주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사정이 웬만하면 급등한 세금을 감수하고 버틴다.

이때 세금은 세입자에게, 매수자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정부가 공급 규제를 하면 할수록 집 가진 자와 안 가진 자의 자산 불균형은 심화된다. 국민의 자산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집 가진 자를 탓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것인가.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진보가 토지, 주택 부문에서는 서민과 청년세대 착취의 장본인”이라는 어느 학자의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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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WJ부동산연구원장·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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