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산세가 급증한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지난해 재산세가 급증한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일각에서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 상향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25개 각 자치구청이 징수하는 재산세의 50%를 공동으로 거둬들여 이를 균등 재분배하고 있다. 재산세 공동과세는 오세훈 전 시장 때인 2008년 도입된 제도로, 소위 부자구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 3구 등지에서 거둔 재산세를 재정이 열악한 다른 구로 재분배해 강남·북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현행 50%인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을 60%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서울 강동구을)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시 자치구 간 재정불균형 완화법(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치구 간 재정불균형 완화를 위해 현행 50%인 특별시분 재산세액을 60%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3선의 강동구청장을 지낸 이해식 의원은 “재산세 공동과세분의 비중은 2008년 40%, 2009년 45%, 2010년 50%로 순차적으로 확대된 후 10년째 5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법률안 개정을 통해 서울시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은 물론 자치구 간 재정 불균형이 완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난감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침묵

지방세법 개정안 발의에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 유력 후보군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강남 3구 집토끼들 단속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강남 3구(송파구병 제외)와 용산구에서는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선 당심을 배제하고 일반 서울시민을 상대로 최대 100%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정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유력 후보들은 공동과세 비율 상향조정이라는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공동과세 비율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강남 3구 집토끼들만 신경 쓰다가 상향조정으로 당장 이득을 보는 다른 지역을 놓칠 염려가 있어서다. ‘부자정당’ 이미지가 덧씌워질 것을 염려해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못 내는 것과 판박이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선박과 항공기를 제외한 지난해 서울시 재산세 부과액(5조6934억원) 규모가 2019년(5조517억원)에 비해 12% 이상 커진 상황에서 군침을 흘리는 다른 자치구들도 한두 곳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해 강남구에 부과된 재산세는 1조1203억원(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포함)으로 강북구(613억원)에 비해 18배에 달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부동산값 폭등과 코로나19 피해 구제 등을 이유로 자치구분 재산세 50% 경감안을 내놓았을 때 민주당 소속 24개 다른 자치구에서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논리 중 하나도 “재산세를 공동과세하기 때문에 서초구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유력 후보군 가운데 재산세 공동과세 상향조정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8년 시장 재임 시절 재산세 공동과세를 도입한 당사자이지만, 이로 인해 강남 3구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윤희숙 의원(서울 서초구갑), 이혜훈 전 의원의 경우 모두 서초구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재산세 공동과세 상향조정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은 나경원 전 의원 정도지만, 옛 지역구 중 하나인 중구에서는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 상향조정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띄워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평가다. 서울시장 후보군 가운데 강남 3구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없어서다. 여권의 유력 후보군으로 손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갑), 우상호 의원(서울 서대문구갑) 가운데 강남 3구를 지역구로 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반대 목소리

전통적으로 재산세는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납세자의 지역에 직접 쓰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산세가 큰 폭 인상되더라도 납세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도로나 학교, 상하수도, 환경미화 등에 쓰인다면 조세저항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년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납부하는 재산세와 별도로 12월에 국세인 종부세까지 이중과세하는 마당에, 납부한 재산세마저 절반(50%) 이상으로 타 지역으로 돌아간다면 자연히 조세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박주민 의원과 재산세 환급 논쟁을 벌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이를 보여준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 재산세 절반인 1809억원이 서울시 통장에 입금되었다”며 “서초구 주민들은 세금을 25개 자치구에서 2번째로 많이 내지만, 내는 세금에 비해 받는 1인당 행정적 서비스(세출예산)는 22위”라고 썼다. 이는 비단 서초구뿐 아니라 강남 3구 주민들의 불만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 상향조정 논란을 둘러싸고는 당장 지역주민들 입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민주당 소속 강남 3구 자치구청장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민주당 소속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재산세 공동과세 인상안은 자치구 재정력 격차 완화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성 설정과 제도개선이 우선”이라며 “세수확대 노력 없이 과세분 비중만 높이자는 것은 자치구의 재정 근간을 흔드는 무책임한 탁상입법”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여야 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반대서한을 보냈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 9월을 합산해 부과된 재산세가 1조1203억원으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강남구는 재산세 공동과세 시행 이후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재정손실을 감당해왔다. “강북의 재정난 지원 측면에서 현행 공동과세 50%까지는 수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기초자치단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강남구의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박성수 송파구청장과 서양호 중구청장도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임을 감안해 공개적인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역시 비슷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송파구와 중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3, 4번째로 많은 재산세를 부담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 상향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도 “서울시에서 공동과세 상향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는데, 60%로 올릴 경우 34억원이 줄어드는 관계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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