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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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닥은?

간병인을 찾아주고, 요양시설 정보를 알려주는 실버케어 플랫폼. 프로필 확인, 간병인 무료 교육 등을 통한 5단계 간병인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급자 중심의 실버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치킨 맛집은 있는데 치킨집만큼 많은 ‘요양 맛집’은 왜 없을까? 노인 돌봄 통합 중개 플랫폼 ‘케어닥’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2년여 전이었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합숙을 하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인 돌봄’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사업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주 치킨을 배달시켜 먹곤 했다. 그날도 주문한 치킨을 뜯다 문득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노인 관련 시설은 기관등록 기준으로 보면 3만5000곳이 넘는다.

노인요양시설 정보는 제대로 나와 있는 곳이 없는 데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다.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요양원은 국민건강보험(건보)에 관련 정보가 올라와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다. 정보 자체가 소비자보다는 요양급여 지급을 위한 근거 자료에 가깝다. 시설이 깨끗한지, 냄새는 안 나는지, 채광은 잘되는지, 주변에 운동할 만한 공간은 있는지, 정작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공급자 중심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고 정보 비대칭 문제를 IT로 풀어보겠다고 나선 것이 케어닥이다. 변화가 느린 실버케어 시장에도 젊은 스타트업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노후 어디에,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케어닥은 먼저 요양시설 정보와 서비스 품질에 주목했다. 박재병(33) 대표는 “생애주기에서 아픈 노인을 위한 고민은 ‘어디’에 ‘누구’에게 맡기느냐입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미션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디’를 결정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요양시설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우리나라 장기요양기관(시설기관+재가기관)은 2020년 12월 기준 2만2000여곳이다. 여기서 시설기관은 요양원과 공동생활가정(9인 이하 요양원)으로 5000여곳, 나머지 재가기관이 1만7000곳으로 보면 된다. 장기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등급은 1~5등급과 인지장애등급(치매)이 있다. 요양원은 1·2등급만 입소할 수 있고, 재가시설은 1~5등급과 인지장애등급을 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등급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 1600여곳이다. 시설 이용료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요양원은 조건에 따라 본인 부담이 0~15%까지이고, 요양병원은 치료 이외의 병상, 간병, 식사비는 모두 본인 부담으로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박 대표는 “서울 시내 요양병원의 경우 1인 병실을 이용하면 월 500만~1000만원이고 6인실 공동간병을 이용해도 월 200만~300만원이다”라고 말했다. 시설의 종류도 비용도 모두 다르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케어닥은 전국 요양시설을 비교하는 무료 앱을 준비하고 있다. 노인병원·한방병원·정신병원 등을 망라해 질환별로 선택지를 넓혀주고, 시설 홍보 기능도 넣고, 보호자 알림장 기능을 넣는 등 시설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제공하려고 한다. 1년째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8월이면 완성된다.

박 대표는 “요양병원은 심평원에서 1~5등급으로, 요양원은 건보공단에서 A~E등급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데 그중 소비자 만족을 묻는 배점은 100점 중 1점밖에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등급이 좋다고 반드시 소비자에게도 좋은 시설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시설 판단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사용자들의 후기이다. 몇천원짜리 음식 평가에는 수천 개의 후기가 달리는 것이 보통인데 요양시설에 대한 후기는 보기 어렵다. “돈 들여가면서 후기 쓰기를 유도했는데 잘 안 되더라. 실제 사용자와 돈을 내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것이 박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에게 시설을 평가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을 묻자 “냄새”라고 답했다. “냄새가 안 난다는 것은 환자들이 변을 누자마자 처리를 한다는 겁니다. 환기도 잘되는 것이고, 창이 많으면 채광도 잘된다는 겁니다. 홍보에 신경 쓰고 일지를 잘 적는 곳만 해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고객이 소비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곳입니다.” 개발 중인 앱에는 이런 정보들이 모두 들어간다. 근무인력 비율, 가격 정보는 물론이고 사용자 후기, 병원 두 곳을 골라 비교하는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일종의 소비자 감시체계가 생기는 셈이다.

케어닥의 두 번째 미션은 ‘누구’에게 맡길 것이냐이다. 실버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누구’는 간병인이다. 간병인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 요양원은 자격증이 있는 요양보호사가 간병을 맡지만,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자격증이 필요 없는 데다 늘 공급이 달린다. 간병인을 공급하는 회사는 수천 곳 있지만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교육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검증 절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소비자가 간병인을 선택하는 구조도 아니다.

케어닥은 간병인 중개 서비스를 론칭하고 간병인 시장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섰다. 간병인의 명칭을 더 전문적인 ‘케어코디’로 부르고 프로필, 인성 등 5단계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케어닥 사무실 옆에 교육장을 별도로 마련하고 무료로 간병 전문 교육을 하고 있다. 돌봄일지를 작성해 보호자와 공유하고 사용자 후기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 케어닥에 등록된 케어코디는 2000여명이고 요양병원 80여곳에 공동 간병인을 보내고 있다. “경력과 질환 등에 따라 비용을 차별화하려고 합니다. 잘하는 사람은 취업이 더 잘되고 돈을 더 많이 받도록 간병인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돈을 더 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도 있고 무조건 싼 쪽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선택지를 간병인에게 주던 걸 소비자에게 주는 것으로 룰을 바꾼 겁니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도 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돈을 내고라도 더 나은 돌봄을 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노인이 복지의 대상에서 소비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설명대로 케어닥 앱을 통해 선택한 간병인의 프로필 보기를 하면 경력, 성향, 최근 돌본 환자도 알 수 있고 사용 후기도 볼 수 있다. 비용은 24시간 기준 9만~13만원, 정찰제로 케어닥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지역은 서울, 경기에 이어 올해 부산으로 확장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아일랜드에 여행 가서 노숙자들을 인터뷰하고(왼쪽) 직접 노숙자 경험을 하기도 했다. 팻말에 ‘사랑이 뭔지 꿈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적혀 있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아일랜드에 여행 가서 노숙자들을 인터뷰하고(왼쪽) 직접 노숙자 경험을 하기도 했다. 팻말에 ‘사랑이 뭔지 꿈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적혀 있다.

아일랜드 노숙자에서 케어닥까지

케어닥의 현재 수익 모델은 중개 수수료이다. 이것만으로는 확장성이 크지 않다. 그가 그리는 그림 중 간병인 중개 서비스는 한 축에 불과하다. 그는 실버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한다. 그전에 그가 케어닥을 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들어보자. 남들은 돌아보지도 않는 실버케어 사업에 어떻게 뛰어들었는지를 알면 그의 도전을 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경상남도 진주 외곽의 밀양 박씨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중풍, 탈모, 치매가 가족력이다 보니 대머리에 이 집 저 집 치매, 중풍을 앓는 친척들을 보며 자랐다. 6남매 중 막내에게 시집온 어머니는 온 동네 시댁 식구의 수발을 다 들어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면 농협 직원이 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말 잘 듣는 아들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고생을 보고 자란 누나들과 그의 목표는 “가난의 대를 끊자”였다.

그러려면 대기업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부산대 상경대학에 입학해 학생회장으로 스펙을 쌓고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 학사장교를 마쳤다. 대기업 순서대로 30여곳에 입사 지원을 해서 몇 곳에 합격을 했다. 그중에는 삼성도 포함됐다. 온 마을 경사였다. 취업 준비 기간 중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는데도 그에게는 비밀로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거기다 대기업 들어간 선배들을 만났더니 회사에 대한 불만만 쏟아냈다. 친구의 배신까지 겹치며 극도의 회의가 들었다. ‘취업이 뭐라고 이렇게 매달렸나.’ 자신에 대해서도, 집안의 기대도 참기 힘들었다.

친구들은 신입사원 연수를 갈 때 그는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영어권에다 무조건 멀고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구했더니 아일랜드행이었다. 집에는 “3주 일정”이라 말하고 친구들에게는 “안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장교 월급을 모은 돈과 친구에게 빌린 돈 2000여만원이 수중에 있었다. 해방감에 취했다. “제가 엄청 잘 놀더라고요. 클럽에 가면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들 있죠? 바로 저였어요. 날마다 돈 펑펑 쓰면서 미친 듯이 놀았더니 클럽 스타가 됐어요. 방송에 나올 정도였어요.” 그렇게 한 달, 돈이 바닥이 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에 전화 한 번 안 했다는 사실도 그때야 깨달았다.

취업을 하려고 보니 노동밖에 없었다. 한 부 팔면 50센트 남는 신문팔이부터 접시닦기, 청소, 설거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 꼬박 한 달을 일하고 300만원을 벌었지만 몸에 무리가 왔다. 지친 몸을 끌고 퇴근하던 길, 집 앞 노숙자가 눈에 들어왔다. 인도에서 왔다는 노숙자는 취업을 못 해 구걸해서 번 돈을 인도에 보낸다고 했다. 서로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울었다. 노숙자와 친구가 되고 보니 노숙자들 삶에 관심이 갔다. 1년 가까이 100여명의 노숙자를 인터뷰해서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누군가는 작가라 부르고 아일랜드 TED에서는 강연 요청이 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모두 노숙자들의 것이었다. “노숙자가 돼 보기 전에는 넌 외로움을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한 노숙자의 말도 떠올랐다. 머리카락, 눈썹 모두 밀고 진짜 노숙자가 돼서 거리에 나선 순간 그 말뜻을 이해했다. 사람들이 피할 줄 알았는데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구걸은 불법이었다. 자아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톰이라는 이름의 노숙자가 다가왔다. 노숙 경력 30년이라면서 전 재산인 24유로를 건네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았다.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몰랐는데 너에게 갚을 테니 너도 누군가에게 갚아라.”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pay it forword(선행 나눔), 무거운 화두를 안고 진짜 여행을 떠났다. 남미, 북미, 아시아, 유럽을 돌고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모험가라도 된 듯 글을 쓰고 강연을 다녔지만 여행을 돌이켜보니 내가 잘난 것이 아니었다. 모두 누군가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눔을 찾아 부산 달동네의 독거노인 돕기에 나섰다. 칭찬도 듣고 보람도 있었다. 톰 아저씨로 인한 마음의 부채감도 덜었다. 그런데 1년여 돈과 시간을 쏟았건만 노인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달리기를 하면 어려운 노인에게 기부가 되는 소셜기업을 창업했지만 투자자들은 고개를 돌렸다. 한 투자자가 “네가 가장 크게 생각한 문제가 뭐냐. 그걸 고민해봐라”라고 조언했다. 노인요양시설 영업에 휘둘리는 달동네 노인들, 온 동네 어르신들 간병하다 늙은 어머니 생각이 났다. 바로 ‘노인 돌봄’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실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당장 급한 요양시설과 간병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박 대표의 목표는 실버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실버산업은 노인이 아파야 돈을 버는 구조다. 돌봄 노인 대상은 75세 이상을 이른다. 이들의 사이클을 보면 ‘골절 또는 질환→병원→재활병원→(집)→요양병원 또는 요양원’이다. 대부분 한번 병원 신세를 지면 회복해서 집에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집에 왔다가도 결국 병원으로 다시 가게 된다. ‘회복’ 단계에 대한 기대도 노력도 없다. 노인 부양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재원이 고갈된 상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매년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합산해 걷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 비율이 6.55%에서 10.25%까지, 무려 56.5%가 인상됐지만 그동안 모아둔 재원도 다 쓰고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매년 장기요양시설에 들어가는 보조금만 10조원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 장기요양보험 적자는 1조26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도 정부가 노인 돌봄의 90%를 책임지다 현재는 65%까지 줄어들었다. 그 틈을 민간이 메우면서 관련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 보험사들이 치매보험, 간병보험 등을 앞세워 실버케어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정부 보험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솔루션은 뭘까? 박 대표는 아픈 노인으로 돈을 버는 시장을 노인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병원이 아닌 집으로 돌아가야 더 돈을 버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건강을 더 유지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고 회복 단계에 더 투자하는 것이 노인 부양의 절대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간병회사인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Buurtzorg)에서 10년간 종단 연구(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의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노인 자립심을 키우고 간병을 잘해 회복하는 데 돈을 쓰게 했더니 초기비용은 늘었지만 절대비용이 30% 줄었습니다. 교통사고도 예방을 위해 캠페인도 하고 시설에 투자하는 것처럼 노인 돌봄 시장도 뒷단보다 앞단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케어닥은 간병인·보호자 일지를 통해 회복 단계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쌓고 있다. 데이터 추적을 꾸준히 하고 방법을 제시하면 시장의 방향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박 대표는 케어닥의 목표도 ‘건강을 회복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병상을 채우는 ‘돈’이 아닌 존엄한 노후는 우리 모두의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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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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