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 지분 절반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니콜라 지분 인수 당시 조명됐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투자 안목’이 무색해진 모양새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3월 17일(현지시간) 니콜라는 `한화가 자사 보유니콜라 지분의 절반 가량인 최대 1105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매도 시점은 오는 6월부터 6개월간이다. 앞서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11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니콜라 지분 6.13%를 확보했었다. 주당 매입가는 4.5달러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한화의 니콜라 지분 매각 계획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니콜라 주가 급등 당시 한화가 내세운 수소 관련 투자 로드맵에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설립된 니콜라는 지난해 6월 우회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한 지 나흘 만에 종가 기준 최고가인 79.73달러를 기록했다. 한화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1조 8000억원으로 16배 올랐다. 당시 한화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당시 한화큐셀 전무)이 니콜라의 창업자인 트레버 밀튼을 직접 만나 계약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니콜라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공매도 전문 업체인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의 수소트럭은 사기”라는 보고서를 내면서다. 이후 월가의 공매도 전문 분석 기관인 시트론 리서치도 힌덴버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니콜라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GM이 니콜라의 주식을 취득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GM과의 파트너십도 대폭 축소됐다.

한화그룹은 아직도 니콜라 지분과 관련해서는 현 시점 기준 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워낙 초기에 니콜라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의 현 지분 가치는 현재도 2035억원에 달한다. 2018년 지분 매입 당시에 비해 3배가 넘는다.

하지만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수소사업을 향한 한화그룹의 로드맵은 상당한 차질을 겪을 전망이다. 한화가 니콜라 투자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그룹의 수소사업을 확대하려는 발판으로 삼았었는데, 니콜라가 사실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회사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니콜라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 증권위원회와 법무부가 조사 중이다. 뿐만 아니라 니콜라 지분 인수를 오너 일가의 경영 안목으로 홍보했던 그룹의 전략도 다소 민망한 모양새가 됐다. 한화는 니콜라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다른 신규 수소·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