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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5개월짜리 폭탄 돌리기… 코인판의 ‘한탕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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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56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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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5개월짜리 폭탄 돌리기… 코인판의 ‘한탕족’들

▲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8000만원을 돌파한 지난 4월 14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들이 이렇게 많이 거래하는데 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언이다. 투자자 보호는 투자 손실을 보전하라는 게 아니라 공시나 코인 발행 업체의 기업 경영 사항을 알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당국이 만드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 보호해 달라는 말에 ‘왜 우리가 원금 보전해야 하느냐’고 말한 건 심각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공청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본인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걸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다”는 임명직 공직자의 발언은 선출직 의원의 우려를 불러왔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격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블랙홀 같은 곳이다. 투자자도, 자금도, 그들의 시간도 무섭게 빨아들인다. ‘불장’이라고 불리던 지난 2월까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실명확인 계좌 수는 250만1769개였다. 이 기간 이들 거래소가 보유한 투자자 예탁금은 4조6191억원이었다. 지금 국내 코인시장을 이끌고 있는 건 전적으로 개미들이다. 높은 변동성에 매력을 느낀 개인들은 주식 거래하듯 블랙홀에 뛰어들었다. 이 중 대부분은 20~30대의 ‘코린이’(코인 초보 투자자)들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3월 4대 거래소에서 계좌를 개설한 신규 투자자 중 158만5000여명이 20~30대였다. 전체 투자자의 65.8%가 20~30대 젊은층이다.
   
   
   해외거래소와 스캠 코인의 만남
   
   이들은 이미 코인 투자자라는 거대한 세력으로 존재한다. 참여한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하지만 막상 이 시장은 매우 위험하다. 암호화폐의 정의부터 법과 규정, 제도 등 갖춰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결같다.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다”는 이유로 방관하는 자세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도 빠져 있다. 그나마 유일한 암호화폐 관련 법안은 ‘특정 금융거래법(특금법)’이다. 다만 거래소를 추리기 위한 법이라 사용자 친화적인 규제는 아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를 다루는 사업자들에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계약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신고의무 유예기간이 주어져 9월 24일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9월 말이면 은 위원장의 말처럼 거래소 대부분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 지가 꽤 됐다.
   
   코인이나 거래소 모두 지금은 특금법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오기 전까지 최대 수익을 뽑는 게 목표다. 그렇다 보니 지금 코인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일들이 물밑에서 벌어진다.
   
   유럽에 기반을 둔 A거래소가 있다. 현재 대략 250개 정도의 코인이 상장돼 있는데 최근에도 국내에서 발행한 코인(김치코인)이 상장해 거래되고 있다. 김치코인이 이곳에 상장됐다니 마치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착시다. A거래소에 코인이 상장되는 과정이 헐겁기 때문이다.
   
   일단 A거래소는 국내에 지사도, 사무실도, 본사 직원도 없다. 대신 한국인 에이전트를 두고 있다. 이 에이전트는 국내에서 코인을 이미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프로젝트팀과 접촉해 A거래소에 상장할 의사가 있는지 접촉하고 다니는 게 일이다.
   
   에이전트가 명함을 뿌리며 의사를 묻고 서로 조건이 맞으면 상장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 코인의 가치나 사업 지속성 등 믿을 만한 거래소들이 따지는 검증 항목들은 없다. 다 프리패스다.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건 코인을 보는 안목이 아니라 코인 바닥에서 얼마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느냐다. 그렇다 보니 어떤 이는 다단계 코인 같은 곳에 종사한 경력도 있다고 한다.
   
   에이전트들과 합의를 본 코인들은 A거래소에 공짜로 상장되지 않는다. ‘상장비’가 필요하다. 국내 거래소 중에서도 적지 않은 곳이 상장비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전트는 이 상장비 중 일부를 수수료로 갖는다. 애초부터 해외 거래소가 국내 에이전트를 섭외할 때 그렇게 제시한다. “상장비 3비트코인 중 1비트코인은 당신이 수수료로 가져라.”
   
   

   “이미 자전거래나 봇거래만 돈다”
   
   이렇게만 보면 그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금법은 거래소에는 시한부 선고다. 국내 거래소들 중 상당수는 9월 24일이라는 데드라인을 받아들었다. 사업을 계속 영위하려면 수억원이 드는 ISMS 인증을 받고 은행과 접촉해 실명확인 계정을 받아야 한다. 이 절차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중소형 거래소일수록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중소형 거래소는 특금법 영향을 받고 있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거래소들의 거래량이 거의 없다.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자기들끼리 사고파는 행위)나 봇거래(프로그램이 자동으로 거래하는 행위)만 돌아간다”고 말했다.
   
   스캠(사기) 코인은 보통 중소형 거래소가 무대였다. 그런데 9월에 영업이 중단된다는 건 사업적으로도 위협이지만 법적 위협까지 받게 된다. 이런 코인들을 ‘설거지’해주는 거래소가 필요한데 해외에서 그 역할을 맡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스캠 프로젝트 특징이 사업을 어떻게 하면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번 돈을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해외 거래소들이 그런 고민에 물꼬를 터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투자자들에게 상장을 전제로 선판매를 한 코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장할 곳이 이제 사라진다? 이미 텔레그램 등에서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모아 프라이빗 세일을 했는데 상장을 안 한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앞서 관계자는 “요즘 코인 사기죄 관련 형사소송에서 재판부가 중요하게 보는 게 코인이 거래가 되는지 여부다. 거래량과 상관없이 어딘가에라도 상장이 돼 있다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면피할 수 있고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억원이 예상되는 수익에 문제가 생길 바에는 다만 얼마라도 상장비를 주고 해외 거래소에 진출하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법적 책임을 피하는 상책이다. 한탕을 추구하는 스캠 코인과 이익을 추구하는 해외 거래소가 손을 잡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최근 중국인들 몇몇이 암호화폐거래소를 만들기 위해 알아보고 다닌다는 얘기가 코인판에 돌았다. 국내 거래소는 최소 100여곳, 많게는 2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레드오션이 없다. 국내서 영업하다가 특금법이 내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중국 거래소는 한국 지점을 철수하고 있다. 4월 들어 서비스를 중단한 오케이이엑스(OKex)코리아가 그랬다. 그런데 철수 대신 설립이라는 반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채로운 일이다.
   
   중국인들은 왜 거래소 설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녔을까. 업계에서는 ‘마지막 한탕’일 거라고 본다. 특금법에 살아남을 소수의 거래소는 상장 기준이 무척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코인들은 상장하지 못한 채 사멸할 가능성이 크다. 급하게 거래소를 설립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받아줄 곳을 찾는 코인들을 노린다는 얘기다.
   
   
   피해자를 피해자에 떠넘기는 ‘탈출맨’
   
   최근 코인판에는 ‘탈출맨’ 혹은 ‘낙하산’이라고 부르는 신종 직업이 등장했다. 이들은 “탈출 컨설팅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만약 내가 가진 코인이 중소형 거래소 단 한 곳에 상장돼 있다고 치자. 이곳이 특금법 영향으로 거래량이 씨가 말랐다면? 거래소가 직접 코인을 사주는 것 외에는 현금화할 방법이 없다.
   
   이럴 때 탈출맨이 등장한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코인을 현금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모은다. 그리곤 그들에게 코인을 자신에게 저렴한 값에 넘길 것을 제안한다. 만약 내 코인이 20원이라면 “5원에 넘기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제안한다. 탈출맨은 이 코인을 자신이 직접 구매하지 않는다. 일단 넘겨받은 뒤 재판매한다. 암호화폐 정보에 어두운 나이 든 사람들이 타깃이다. 이들을 모은 자리에서 말한다. “이것 보세요. 지금 거래소에서 20원에 거래되고 있는 코인인데 제가 반값에 드릴게요.”
   
   그렇게 해서 받은 10원을 원소유자와 5원씩 반반 나눠 갖는다. 여기서 코인을 거래한 건 원소유자와 이걸 떠안은 구매자다. 인수 계약서에는 그들의 인적사항이 기재된다. 탈출맨은 마치 공인중개사처럼 중간에서 중개만 하는 역할로 남아 모든 책임을 빠져나간다. 피해자가 탈출하기 위해서 또 다른 피해자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구조다.
   
   코인도 어느 정도 옥석을 가릴 방법이 있지만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코린이들은 불확실한 정보와 큰 폭의 상승 변동성에 의존하기 쉽다. 정확한 정보 자체가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코인들은 이런 틈을 노린다. 상장 안 된 코인이 상장을 미끼로 큰 상승을 약속하는 식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최근 상장 사기 제보 채널을 열어 사례를 수집했다. 60여건의 제보가 접수됐는데 대부분 상장과 관련한 사기였다. “이 대화방에 계신 분들에게만 업비트에 상장할 코인의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다” “업비트에 상장하기 위해 OO거래소에 상장했으니 먼저 거래하라”는 식이었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됐더라도 투자자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일도 생긴다. 코인들은 대부분 굉장한 기능과 파트너를 갖고 있다고 홍보되기 마련이다. 알 만한 기업 혹은 단체와 제휴를 맺었다거나, 대규모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는 식으로 마케팅한다. 지난 3월 업비트에 상장돼 있던 ‘고머니2’라는 코인은 북미의 한 투자회사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 공시는 거짓이었고 거래소 차원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 문제가 제기되자 고머니2는 바로 상장폐지됐지만 유일한 암호화폐 관련법인 특금법에서도 거래소의 허위 공시에 관한 규정은 없다.
   
   

   기재부-금융위, “암호화폐는 네 담당”
   
   지금까지 나열한 무법지대의 피해 사례들을 막을 수 있는 제도는 현재 없다. 스캠 코인이 거짓 정보를 퍼트려도, 이를 거래소가 걸러내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상장해도, 그 누구에게 쉽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이런 배경에는 암호화폐를 유령처럼 취급하고 싶어 하는 정부의 방관이 있다. 암호화폐는 여전히 자산인지 상품인지 정해지지 않았고 그 실체도 인정받지 못한다.
   
   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대응하는 정부의 사령탑은 여전히 국무조정실이 맡고 있다. ‘여전히’라는 수식어에서 보듯 이전부터 국무조정실이 이 역할을 맡았다. ‘1차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박상기의 난’ 이후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체계적 대응을 모색한다는 명목으로 2018년 1월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가 됐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홍남기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이후 코인과 관련해 국무조정실의 역할이 주목받은 적은 없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박상기 전 장관의 발언 뒤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하고 침체기를 걷자 암호화폐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명칭부터 사용자 보호까지 어떤 카테고리도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이 없다. 투자자들이 많이 빠지고 시장이 잠잠했을 때가 대책을 세울 골든타임이었는데 그 시기를 놓친 셈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면 “사기나 다단계를 조심하라”는 일회성 경고를 날릴 뿐이었다. 처음 범정부 대책을 만들기 위해 국무조정실에 파견 나왔던 유관 부처 에이스급 직원들 중 상당수는 암호화폐 시장이 조용해지자 원대복귀했다. 이를 두고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해석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기재부 수장이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특금법을 금융위가 소관하고 있기에 (암호화폐와)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홍 부총리의 발언 뒤 암호화폐 관련 질의에 노코멘트 중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재의 국무조정실 주도의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암호화폐 문제가 금융위가 혼자 다루기에는 포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자금세탁은 금융위의 주 전공이지만 과세와 해외송금은 기재부, 블록체인은 과기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과 충돌하는 걸 꺼린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1차 코인 광풍)은 정부 초반이었고 대통령 지지도가 70%나 됐다. 투자자의 반발이 있어도 정부와 당이 발맞춰 가는 방향성이 훨씬 중요했다. 지금은 젊은층의 반발로 당에서 암호화폐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생겼다. 반면 금융위나 기재부나 모두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걸 꺼리는 상황인데 앞으로 당과 반목하는 모습이 비치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민주당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축이라는 상황이 문제다. 한 축에서는 부동산 문제와 함께 ‘투기 근절’이라는 키워드로 사태를 해석하고, 다른 축에서는 정부와 비슷한 입장에서 바라봤다가는 더 큰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유연함을 강조한다. 유권자와 정부 사이에 끼여 명확한 입장을 재빠르게 도출해내기 쉽지 않은 구도다.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우리 코린이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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