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부동산 세제의 영향으로 최근 서점가에서는 국세청이 발간한  ‘주택과 세금’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photo 뉴시스
복잡해진 부동산 세제의 영향으로 최근 서점가에서는 국세청이 발간한 ‘주택과 세금’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photo 뉴시스

부동산 세금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동산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재산세 감면 상한선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지금의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완화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종부세는 공시지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인원만 과세’하고, 1가구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안을 냈다. 하지만 특위 안에 대한 당 내 이견과 정부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조정을 거쳐 6월 안에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9억원을 유지하되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하고 10년 이상 장기거주 공제를 신설해서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 일부에서는 자칫 부자에 대한 세금감면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종부세와 양도세 과세 완화는 지지층의 반응을 생각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이슈일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는 눈앞에 닥친 문제다. 종부세율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6월부터 인상되었다. 종부세와 재산세 과세의 기준일이 6월 1일이다.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되도록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 종부세의 경우 세율이 높아졌고 공시가격의 인상으로 대상도 대폭 확대됐다. 양도소득세는 1주택자의 경우에도 주택가격이 9억원이 넘으면 거주요건과 보유요건을 모두 강화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은 양도소득세부터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그리고 취득세 등 4가지다. 부동산을 사거나 팔 때 내야 하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와 같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거래세’라고 부르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처럼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동안 내는 세금은 ‘보유세’라고 한다. 재산세는 지방세지만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로 일종의 부유세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6월부터 시행됐다. 재산세와는 별도로 개인별로 합산하여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한다. 부동산 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세와 공시가격으로 구분된다. 시세는 부동산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말하고,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전국의 대표적인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 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이다. 부동산 세금은 과세기준가격, 즉 실거래가격이나 공시가격과 세율에 의해 결정된다.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지만,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에 대한 비율을 말한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은 주택의 경우 국세청 기준시가에서 6억원을 차감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1가구1주택자인 경우에는 3억원을 추가로 공제해 9억원이 차감된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적고 거래세는 많은 편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2021년 4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기준 0.16%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8개국 평균인 0.53%의 3분의1 수준이고, 0.9%인 미국과 비교하면 5분의1에 불과하다. 이것도 평균치를 비교한 것뿐이다. 미국은 재산세가 주와 카운티, 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데, 주택 감정가격의 2% 정도를 내는 곳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에 매겨지는 세금이 적은 것은 아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동산 세금 비중은 4.05%로 OECD 평균치인 1.96%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최근에 늘어난 세금까지 감안하면,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친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유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이 많은 것은 거래세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8년 기준 0.9%로 OECD 평균인 1.1%보다 조금 낮은 편이지만, 거래세의 비중은 1.5%로 OECD 평균인 0.4%보다 4배가량 높다. 보유세 대비 거래세 비중을 보면 OECD 평균치가 0.36으로 3분의1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5로 거꾸로 거래세가 보유세의 3배에 가깝게 많다.

경제 효율성 저해하는 거래세

원래 보유세는 부동산에 매겨지는 여러 세목 중에서 가장 성장 친화적인 세금이라고 한다. 부동산은 노동이나 자본과 달리 공급이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토지공개념을 최초로 주창한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토지에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임대 수익은 전액을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유세는 부동산 보유 동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세금이기도 하다.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특별히 가격상승이 예상되지 않는 한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기 어렵다. 다주택자의 매도 물건을 늘리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의 허점을 파고든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 상승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2000만가구 가운데 절반이 전세나 월세를 산다. 임대가 주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보유세 부담을 늘리기만 하는 건 반드시 옳은 방향이아닐 수 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조세 저항을 부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보유세 세수는 올해 많게는 12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의 6조원, 2020년의 7조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 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는 부유층 세금을 넘어 중산층 세금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부세 기준 9억원은 2008년에 만들어진 기준이다. 그동안 집값이 전국 42.7%, 서울은 43.2%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1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종부세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가능하다면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원래 재산세는 해당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쓰는 돈이다. 주민에게 재산세를 걷어 지역 학교, 복지시설,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각종 문화시설을 짓고 운용하는 데 쓴다. 주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직접 보고 경험하게 된다.

보유세와 달리 거래세는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세금 부과방식이다. 세금과 같이 거래 과정상에 발생하는 높은 거래 비용은 매매를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거래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거래를 통해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에도 세금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이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정책이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맞는다. 투기 수요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다한 양도소득세 인상은 투기 수요를 가라앉히는 효과보다 오히려 매물 축소로 인한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커져 거래 위축과 제한된 거래로 인한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 중과로 거래가 줄고 가격만 뛰면 결과적으로 투기자들의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는 투기를 억제하고 거래는 활성화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차라리 시세 차익을 올린 사람들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법이 낫다.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 및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보유세 인상과 함께 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세 완화는 부동산 조세정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믿지 못할 공시가격도 문제

기본적으로는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감정평가 단계의 오류는 공정하지 못한 공시가격과 세금으로 이어진다. 구조도 편의적이다. 공시가격은 ‘시세’와 ‘현실화율’이 동반 상승하면 급증한다. 지방세법과 종부세법에서는 과세표준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시가격을 쓰도록 위임해 놓고 있다. 그러나 공시가격 상승을 이끄는 ‘현실화율’이란 용어는 지방세법이나 종부세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 어디에도 없다. 세법 개정이 필요한 일을 행정명령으로 대충 처리하는 건 잘하는 일이 아니다. 세금은 행정부의 지침에 의한 과세기준을 변경해 결정하기보다는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정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에 따라 앞으로는 집값이 하락해도 공시가격이 매해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오는 2030년에 이르러서는 90%까지 오른다. 현재 10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앞으로 9년 동안 시세가 전혀 오르지 않더라도 현실화율 90%를 적용받으면 결국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9억원을 초과하게 된다.

경제정책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세제에 정치적 의지가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다. 세금도 어떤 의미로는 일종의 정치다. 하지만 오로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세정책을 이용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부동산 세제가 오로지 ‘부동산 정치’에 이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는 더 많은 지지를 받으려는 정치적 목표의 달성에도 자주 실패한다. 부동산에 매겨지는 세금 역시 다른 세금처럼 공정성과 안정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유동성이 넘치는 시장에서 조세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건 가능하지 않다. 주택 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쳐 신규 주택 공급 감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자칫 가격 급등으로 시장의 안정도 이루지 못하면서 불로소득의 환수도 실패하기 쉽다. 투기 수요 억제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잡히지는 않는다.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수요 억제를 위한 세금 중과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효과도 별로 없다. 지난 몇 년간의 우리 부동산 시장이 이미 충분히 보여준 사실이 아닌가 싶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