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김해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이관을 발표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 ⓒphoto 뉴시스
2019년 6월 김해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이관을 발표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 ⓒphoto 뉴시스

김경수 경남지사의 도지사직 상실로 가덕도신공항 기류 변화가 주목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된 직후부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주도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에 참여하는 등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 왔다. 그런 김 전 지사가 지난 7월 21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창원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가덕도신공항 추진에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철호 울산시장 등과 함께 가덕도를 찾기도 했다.

반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야권에서 경남지사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후보들은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표결 때 불참 또는 기권 등의 방식으로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하는 뜻을 우회전달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에 내년 경남지사 선거결과가 향후 가덕도신공항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후보군 표결 불참 또는 기권

실제로 야권인 국민의힘에서 경남지사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재선·창원 마산회원구)은 지난 7월 21일 김경수 전 지사의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루킹 댓글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가덕도신공항도 김해공항 확장보다 경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임에도 부화뇌동했다”고 김경수 전 지사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한홍 의원은 홍준표 전 지사 시절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던 관계로 경남지사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윤한홍 의원은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표결 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특별법 통과와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표결에 불참한 바 있다.

과거 경남지사에 도전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경남지사 야권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박완수(재선·창원 의창구), 이달곤(재선·창원 진해구) 의원 등도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표결 때 불참 또는 기권 등의 방식으로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 표명한 바 있다. 당시 표결 때 박완수 의원은 불참했고, 이달곤 의원은 기권했다. 이 밖에 조해진(3선·밀양의령함안창녕), 박대출(3선·진주갑) 의원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표결 때 불참했다.

야권 경남지사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5선) 역시 지난해 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 직후, “선거에 이용하려고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쳐선 안 된다”라며 “가덕도는 세계적인 연구용역기관(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4년 전 가장 낮은 점수를 매긴 후보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야권에서 경남지사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재선 이상 전·현직 의원 중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표결 때 찬성의사를 밝힌 사람은 윤영석 의원(3선·양산갑)이 유일하다.

반면 여권에서 경남지사 후보 차출이 거명되는 민홍철 의원(3선·김해갑), 김정호 의원(재선·김해을)은 모두 가덕도신공항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정호 의원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주도로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꾸렸을 때, 검증단장을 맡기도 했다. 자연히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가덕도신공항 협력 여부는 김경수 전 지사의 후임을 뽑는 경남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부산과 엇갈리는 경남 여론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입장이 찬성과 반대로 명확히 갈리는 부산(찬성), 대구경북(반대) 지역 의원들과 달리 경남지역 의원들의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입장은 소속 정당과 지역구,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산 강서구에 속한 가덕도에 신공항을 조성할 경우 박근혜 정부 때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에 비해 오히려 공항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창원, 진주 등지의 의원들은 부정적인 기류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반면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거가대교와 연결돼 공항 이용이 편리해지는 거제, 통영 등지의 의원들은 긍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인구 55만명으로 경남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김해 지역 의원들 역시 김해공항 확장 시 소음피해가 우려된다는 점과 소속 정당이 민주당이란 점에서 가덕도신공항에 찬성 뜻을 밝히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 역시 과거 김해을에서 초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경남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양산은 지역 의원(윤영석·김두관)의 당적은 다르지만, 부산지하철이 오가는 부산생활권이라는 점에서 가덕도신공항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경수 전 지사를 제외한 역대 경남지사들은 경남도 관내도 아닌 부산 강서구에 속한 가덕도신공항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왔다. 김경수 전 지사의 전임자인 홍준표 전 지사(현 국민의힘 의원)와 전전임자인 김두관 전 지사(현 민주당 의원) 모두 지사 재임 중 가덕도보다는 밀양신공항에 힘을 실어 왔다. 김두관 전 지사와 홍준표 전 지사는 과거 경남지사 선거 때도 선거공약으로 각각 ‘동남권 신공항’ ‘남부권 신공항’ 밀양 유치를 내건 바 있다. “물구덩이(가덕도)보다 맨땅(밀양)이 낫다”는 홍준표 전 지사의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반면 김경수 전 지사는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나, 2018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당선됐을 때 모두 ‘밀양신공항’ 등을 선거공보 등에서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 결국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당선된 직후부터는 같은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과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결성해 가덕도신공항 유치에 적극 나서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직후 경남도 홈페이지에 가덕신공항 특별페이지를 신설하기도 했다. 경남도 관내에서 벌어지는 사업도 아닌 ‘가덕신공항’을 ‘부울경 메가시티’ ‘경남형 뉴딜’ 등과 함께 홈페이지에 주요 정책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남도 홈페이지에는 밀양신공항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김두관·홍준표 전 지사의 과거 발언들과 가덕도신공항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김경수 전 지사의 발언이 동시에 검색되는 등 지금도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과거 밀양신공항을 주장해왔던 김두관 전 지사와 홍준표 전 지사는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일단 가덕도신공항 찬성 쪽으로 입장이 돌아선 상태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은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형 국책사업을 그렇게 처리한 것은 국가 백년지대계를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나쁜 짓 한 것”이라며 “아직은 지방선거 국면이 아니라서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은 “경남 입장에서 보면 김해신공항이 훨씬 빠르고 창원이나 김해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10조원도 안 돼 금방 할 수 있는 사업을 경남지사가 4~5년을 허비한 것이고 국가적으로 봐도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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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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