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헝다그룹 시티플라자 구조물 앞을 지나고 있다. ⓒphoto 뉴시스
9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헝다그룹 시티플라자 구조물 앞을 지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 대형 건설사인 헝다그룹(Evergrande)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국내 증권사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중국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만큼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헝다그룹은 성명을 내고 이날 하루 모든 역내 채권에 대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헝다그룹 회사채 가격은 올 6월 100위안에 육박했지만 9월 초 20위안 수준으로 폭락했다. 불과 3개월 동안 80% 가까운 가격이 빠진 것이다.

현재 헝다그룹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는 기본적으로 헝다의 높은 기업부채에 기인한다. 헝다그룹은 현재 부채가 1조9700억위안(약 355조원)에 달한다. 앞서 코로나19사태로 전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중국도 주택 가격이 폭등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 당국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제한한 것이 현 위기의 직접적 요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면서 사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한 것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헝다는 현재 중국 2위 규모의 부동산 개발 회사다. 창업가 쉬자인은 2017년 알리바바의 마윈과 텐센트의 마화텅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전기차, 생수, 관광, 헬스케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부채가 폭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자 급속하게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헝다그룹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원 위안화 환율 변화 추이와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원 위안화 환율은 17일 기준 182.51원으로 올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헝다그룹 파산설이 홍콩 증시에서 퍼지기 시작한 6월 이후에도 상승 추세에는 변화가 없다.

증권가에서는 헝다그룹의 해체가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권력이 강한 중국 정부의 개입 과정에서 발생한 일인만큼,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해 사태 확산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 16일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의 해체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향후 2년간 진행되겠지만 단기간 파괴적인 디폴트 전염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부동산 위험을 넘어 금융 시스템 붕괴로 연결되고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부동산 가격 폭락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옥죄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충격이 다소 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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