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사옥 ⓒphoto 뉴시스
CJ ENM 사옥 ⓒphoto 뉴시스

CJ ENM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CJ ENM은 “당사는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및 사업 시너지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며 “향후 해당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조회공시했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하라”는 코스닥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따른 것이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공시 나흘 전인 10월 21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SM 측에 전달했다. 거래 대상은 이수만 대표프로듀서 보유지분인 18.72%다. 보유지분 평가금액은 최대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거래와 관련해 CJ그룹 측에서 이수만 대표를 직접 만난 이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경후 CJ ENM 부사장의 고모다.

이번 인수전을 맞아 CJ ENM 측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따로 꾸렸다는 말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M&A를 담당하던 회사 내부 조직이 인수합병 관련 실무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부사장대우) ⓒphoto 뉴시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부사장대우) ⓒphoto 뉴시스

이번 인수전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대형 기획사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인수전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CJ ENM 이경후 부사장이 관여하며 본격적인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그룹 한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과 관련해 “인수와 관련한 수뇌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이경후 부사장이 아주 공격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85년생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 부사장과 남동생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이다. 이 부사장은 2011년 지주사 CJ에 입사한 뒤 CJ오쇼핑에서 상품개발, 방송기획 등을 거쳐 2016년부터 CJ 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8년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CJ ENM의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 발령받으면서 일선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사장이 전면에 나설 때부터 이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 두 남매가 “차후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해왔다. 이 부장에게는 바이오·식품 사업을 맡기고 이 부사장에게는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맡겨 이재현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남매의 역할을 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 ⓒphoto 뉴시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 ⓒphoto 뉴시스

SM엔터 측 요구조건 까다로워

이 같은 관측은 앞서 2018년 이경후 부사장이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를 위한 유럽 실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나왔었다. 당시 유럽 현장 실사에는 이 부사장의 남편인 정종환 CJ ENM 상무(현 부사장대우)가 동행하기도 했었다. 이 부장이 금지약물 소지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아 경영 일선 복귀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누나인 이 부사장이 먼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CJ ENM 내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위상이 과거만 못하다는 점에서 굳이 인수를 해야 하냐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드러내놓고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현재 3조원 이상에서 많게는 4조원에 육박하는 금액까지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에는 CJ ENM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등도 이번 인수전에 함께 뛰어들었지만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인수 금액을 제시하면서 네이버 측은 비교적 일찍부터 발을 뺐다. 이후에는 CJ ENM과 카카오의 2파전 구도로 인수전이 치러졌다는 것이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3대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창업주의 보유지분이 매물로 나온 만큼 여러 회사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다른 회사들은 사실상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로 “SM엔터테인먼트 측의 인수 요구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다”는 점을 든다. 보유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이수만 대표에게 인수사 내 주요 경영진으로서 자리를 보장해줄 것과, 100억원 수준의 연봉을 지급할 것을 확정하라는 등 인수 측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런 요구조건에도 CJ ENM이 응한 것은 그만큼 인수와 관련한 그룹 수뇌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설명도 된다.

반면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수를 포기한 쪽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으레 제기하는 이야기”라는 관측도 한다. 인기 매물에 대한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진 뒤 경쟁에서 떨어진 측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흔히 만드는 논리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SM엔터테인먼트를 성공적으로 인수합병할 경우 CJ ENM은 기존에 보유한 채널들을 포함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팬들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net의 음악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참가한 것 역시 이번 인수전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제기한다. Mnet은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운영하는 음악 전문 채널이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다른 회사들보다 CJ ENM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나오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결론이 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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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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