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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83호] 2021.11.15

인플레 공포…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 잡기 힘들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2021-11-17 오후 4:02:55

▲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 물가는 13년2개월 만에 가장 큰 27.3%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photo 뉴시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3.2% 올랐다.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지막으로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2월의 3.0%였다. 일단 유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석유류 제품의 가격 상승률은 27.3%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공공서비스, 개인 서비스, 집세 등 서비스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휴대전화료가 25.5%, 공공서비스가 5.4% 상승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8% 올랐다. 상승 폭은 2012년 1월 이후 최대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6% 올라, 2011년 8월의 5.2%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농산물값은 덜 올랐다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10월 지수는 전월보다 3.0% 상승해 2011년 7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곡물의 생산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난 탓인데 통상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은 3~6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 수준에 그친다. 사료 가격이 오르면 축산농가의 생산비용 부담도 더 늘어날 것이다.
   
   
   전 세계는 지금 물가상승 중
   
   물가상승 추세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5개월 연속 5%를 넘어섰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상으로 석 달 넘게 이어진 것은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4%로, 13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독일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30년 내 최고 수준이었다.
   
   지금의 세계적인 물가상승 추세는 다양한 요인과 상호작용이 겹쳐서 발생했다. 기본적으로는 경기회복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 -3.2%에서 올해 6%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경제활동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수요는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물리적 공급망의 붕괴는 아직 충분히 복원되지 않았다. 소비 수요를 가진 선진국과 생산 공장이 많이 있는 신흥국 간에 백신 보급의 차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접종률이 60%를 넘어섰지만, 저개발국은 20% 언저리다. 아직 공장 가동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제조업체들이 많다.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반해 생산량이 증가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가격 상승은 당연하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으로 시작된 물가상승 추세를 악화시킨 것은 예상치 못한 에너지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지난 10월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년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0%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83.6달러를 기록하면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천연가스 역시 미국의 경우 연초 대비 3배 수준으로 올랐다. 원유 증산을 둘러싼 미국 정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의 알력은 앞으로도 한동안 원유가격의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상승에 더해 항만 운영 장애와 물류 부문의 병목 현상이 심해졌고 운송비는 치솟았다. 현재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비용상승은 당연히 가격으로 전이된다. 유가가 오르고 급등한 물류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일시적일 것으로 보였던 물가상승 추세는 지속적인 현상으로 바뀌었다.
   
   저탄소 녹색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한 기존 체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막대한 규모의 신규 투자와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발생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의 시대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은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관련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생산은 줄어들면서 해당 자원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친환경 산업의 원자재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급증했다. 전기자동차의 경우만 해도 코발트, 니켈 등 광물자원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필요한 자원의 공급 확대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로 석탄, 석유 등 전통적인 화석에너지 부문 투자가 중단되거나 감소하면서 수요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풍력발전 발전기에 필요한 희토류나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필수적인 구리의 값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탄소 중립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부문 투자는 2030년까지 4조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이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광물자원 수요는 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최근 발등의 불이 된 요소수 가격 급등도 같은 맥락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를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경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품이다. 요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중국은 석탄에서 추출한다. 문제는 최근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환경규제 강화로 석탄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발전용 석탄 수요의 증가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중국으로서는 자기가 쓸 요소도 부족한데, 발전용 석탄까지 귀해지면서 전면적인 수출규제에 나서게 된 것이었고, 우리나라는 국내 요소수 시장의 97%를 중국 물량으로 해결하는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 지난 10월 2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또 다른 물가상승의 원인은 ‘유동성’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과 물류 대란이 공급 측면에서 물가를 올린 요인이었다면 수요 측면에서는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늘어난 유동성은 미국이 대략 7000조원, 우리나라는 500조원 정도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풀리고 화폐 유통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물가압력은 더 커진다. 지난 8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지난해 본원통화 공급은 전년 대비 15.0%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도 통화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동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으로 2%를 웃돌았던 원인의 하나로 정부의 확장재정을 꼽았다. 전례가 없는 저금리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동성을 쏟아냈고,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은 커졌다.
   
   지금의 물가상승 추세는 얼마나 더 계속될까. 일부에서는 자칫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같이 진행되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자주 경기침체와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가 늘어나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면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러나 1970년대에는 경기가 가라앉아 실업률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특히 문제인 것은 대응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돈을 풀면 물가가 더 오르고, 반대로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량을 줄이면 경기가 더 나빠진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던 1974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1%였다.
   
   
   ‘유동성 줄이기’ 선거 앞둔 정부의 고민
   
   하지만 적어도 당장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언급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물가상승은 주로 공급 측면에 원인이 있고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것은 사실 원자재 가격 강세와 고용시장으로의 더딘 복귀가 만들어낸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다. 공급 혼선만으로 경기 경착륙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성장추세가 완전히 꺾였다는 시각은 무리다. 지금의 상황은 아직 경기후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붕괴한 공급망의 복원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있어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과 방역체계 개편으로 수요가 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아무래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얘기지만 늘어난 유동성은 적절한 시점에 회수되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물가상승 국면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물론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 단계에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거나 통화량을 축소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개인사업자들은 약 1000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하는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추가 이자가 10조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1월 4일 내놓은 보고서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성장률이 0.08~0.1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역시 긴축재정으로의 전환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더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긴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47.9%였던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1.3%로, 내년에는 55.1%로 높아진다. 적자를 더 늘리지만 않아도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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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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