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의 MMORPG 게임 ‘미르4’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의 MMORPG 게임 ‘미르4’ (위메이드 제공)

석달 전인 8월 11일 국내 게임회사인 위메이드의 주가는 2만7000원대였다. 11월 11일 이 회사의 주가는 18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석 달 새 6배가 넘게 뛰었다. 또 다른 게임회사 게임빌도 주가 급등 그룹에 가세했다. 석 달 전 3만6000원대였던 주가는 16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2’의 혹평 이후 주가가 급락했던 엔씨소프트도 드라마틱하게 반전 중이다. 한때 50만원 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지금 7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특히 11월 11일에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며 하루 동안 18만1000원이나 상승했다.

이들 게임사의 주가 고공행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에 뛰어들면서 생긴 일이다. NFT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단 하나의 파일이다 보니 원본성과 희소성을 인정받는다. 이 특징 때문에 올해 초 NFT가 주목받았던 분야는 주로 예술 작품과 콘텐츠였다.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NFT가 새롭게 영토를 넓힌 분야는 게임이다. 게임은 소유권 문제가 중요한 장르다. 내가 시간과 돈을 들여 키운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 내가 가진 아이템 소유권, 그리고 이것을 현금화시킬 수 있는 창구 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기존 게임은 유저의 캐릭터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주요 게임사의 운영정책은 유저의 캐릭터나 아이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막상 돈은 유저가 써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임대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사가 언제든 수정이나 삭제를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게임회사가 금지시킨다고 해도 캐릭터 거래나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들을 보면 게임 내 자산들을 현금화하려는 욕구가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욕구에 불을 붙이는 건 게임회사의 수익 구조에도 활로가 된다. NFT나 암호화폐가 게임에 결합된 건 이 지점이다.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P2E)’ 방식의 게임을 블록체인이 뒷받침해 줄 수 있다.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현금화하는 건 유저나 게임회사 모두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다.

‘아이템→게임머니→암호화폐→현금’의 생태계

위메이드 주가가 급등한 건 ‘플레이투언’ 방식을 비즈니스 모델에 도입한 대표적인 게임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위메이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미르4’를 해외에 출시했는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미르4 유저는 게임 내 아이템인 ‘흑철’ 10만 개를 채굴하면 게임 내 코인인 ‘드레이코’ 1개와 교환할 수 있다. 드레이코 1개는 암호화폐 위믹스 1개와 교환된다. 게임 내 흑철 10만개가 위믹스 코인 1개로 바뀌는 셈인데, 유저는 위믹스가 상장돼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빗썸에서만 위믹스를 거래할 수 있다.

다만 미르4 국내 버전에서는 아이템을 위믹스로 바꾸지 못한다. 사행성 등을 이유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을 빼고 출시해야 했다. 미르4는 해외에서 인기를 크게 얻었다. 세계 170여 나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지난달 동시접속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처음 출시 때 열었던 11개의 서버는 한 달 정도 지나자 100개를 넘어섰다.

게임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지분 21.9%를 539억원에 추가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위메이드에서 보듯 P2E 게임은 현금화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필요한데 코인원이 그 역할을 할 거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게임빌의 자회사인 컴투스는 미국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인 ‘미씨컬 게임즈’에 투자했다. 미씨컬 게임즈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NFT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컴투스가 내년에 자체적으로 출시할 게임인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에 P2E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의 급등 역시 블록체인 게임 출시 발표가 만든 결과물이다. 11월 11일 열린 2021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내년에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적용한 게임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플레이투언 게임 방식도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게임과 게임 유통 플랫폼에서 모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영업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엔씨소프트 주가마저도 블록체인과 NFT가 결합되면 끌어올린다.

가열된 분위기에 게임회사들은 잇달아 블록체인과 NFT를 접목시키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과 P2W(Pay to Win, 돈을 쓸수록 강해져 게임에 유리한 구조) 과금 모델을 중심으로 수익 창출을 해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NFT 적용 게임과 P2E(Play to Earn)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와 줄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현재의 주가 급등 역시 이런 종류의 게임이 글로벌 게임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전망에 기댄 투자다.

다만 변수는 있다. P2E 게임은 아직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미경험의 영역이다. 게임계 일각에서는 한때 게임의 미래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내 지지부진해진 VR(가상현실)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국내의 규제 장벽도 눈여겨봐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화를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 부여를 거부해왔다. 국내 시장에서 NFT 기반 게임의 확산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블록체인 게임 기업 스카이피플이 출시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은 NFT 기능을 게임에 적용했기 때문에 등급분류 결정이 취소됐다. 스카이피플 측은 현재 가처분·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khg@chosun.com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