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석탄을 원료로 하는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이 생길 뻔했다. ⓒphoto 뉴시스
중국이 석탄을 원료로 하는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현상이 발생해 물류대란이 생길 뻔했다. ⓒphoto 뉴시스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30% 이상을 떠맡아왔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모두 합친 것보다 기여도가 크다. 당연히 중국 경제의 향방은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세계경제를 흔드는 리스크의 진원지다. 생산 감소로 인한 공급망 차질은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리스크의 하나일 뿐이다. 리스크는 복합적이며, 특히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먼저 공급망 리스크를 보자. 최근 일어났던 요소수 품귀 사태는 다행히 중국산 제품의 입항과 수급 조절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중국에서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력난 심화로 산업활동이 어려워지고 농업 생산에 필요한 화학비료 공급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는 요소를 비롯해 비료 관련 제품 수출을 사전검역 명목으로 제한했다. 중국은 전 세계 요소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 요소의 수입국 1위가 인도, 2위가 바로 한국이다. 중국의 공급 중단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경유를 이용하는 화물 트럭과 일부 차량 운전자들이 일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중국의 생산 차질로 발생한 공급망 위기는 요소수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공장이 모두 멈춰 서야 했다.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때문이었다. 자동차의 전자장치들을 연결하는 전선 뭉치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없어 중국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국 내 공장 가동이 멈추고 춘절 연휴까지 겹치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잠시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수입의존도 70% 넘는 품목만 653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1차 출발점이자 생산기지다. 중국으로부터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는 금단현상을 보인다. 한국이 요소수 품귀라는 직격탄을 맞았다면 유럽은 지금 중국의 마그네슘 감산에 휘청대고 있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합금의 원재료다. 중국은 전 세계 마그네슘의 85%를 공급해 왔지만 역시 전력난을 이유로 생산량을 평소의 40%로 줄였다. 중국 마그네슘의 절반 이상이 유럽으로 수출되어왔다. 중국이 마그네슘 생산을 확대하지 않으면 유럽의 차량 생산도 중단될 수 있다고 한다.

공급망 위기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발목 잡는 가운데 중국에 의존하는 원자재 수급은 특히 빨간불이 들어온다.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과 유럽 등 많은 선진기업이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높은 인건비와 환경오염을 피한다는 이유로 ‘천연자원의 1차 가공업’을 중국에 떠넘겼다. 현재 많은 소재산업이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데 중국이 생산을 멈추면 세계도 생산을 멈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리스크가 더 크다. 중간재 품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양국의 독특한 분업구조 때문이다. 굳이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을 중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무역적자이면서 동시에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가 넘어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돼 관심이 필요한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을 포함해 모두 1088개에 달한다. 이 중에 수입의존도가 70%가 넘어 위기에 취약한 품목은 653개로 집계됐다. 특히 광업과 광물금속 관련 업종에 주로 분포돼 있다.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중국산 의존도가 83.5%에 달한다. 국내 자동차 배터리 회사들이 모두 중국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패권 경쟁이나 자원의 무기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공급망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앞으로도 쉽게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무차별적인 ‘홍색 규제’라는 리스크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중국의 규제 조치들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멈추게 만든 전력난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제한 송전 조치 때문이었다. 에너지 사용 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전기를 아낀다고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하도록 전기공급을 끊는 조치를 다른 어느 나라가 할 수 있을까.

사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혹은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당장 주목해야 하는 리스크는 이른바 홍색(紅色) 규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야말로 진짜 ‘차이나 리스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정보기술(IT), 교육, 부동산 등 다양한 기업 부문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이 뉴욕에 상장하려 하자 안보 심사에 착수한 뒤 중국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하도록 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소집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사교육 관련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외국인이 사교육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규제는 모두 극단적이며 시행은 갑작스럽고 대상은 전면적이다. 절차와 규정을 존중하는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없다. 리스크는 흔히 계산이 가능한 불확실성이라고 하지만 중국 정부가 만들어 내는 규제 리스크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2017년 사드 배치를 계기로 전례 없는 중국의 경제보복을 경험한 바 있다. 사드 부지를 수용당한 롯데는 불매운동을 못 버티고 철수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도 2018년 이후 점유율이 1% 밑으로 떨어져 현재까지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아이돌 팬클럽 규제 쇼크로 국내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하이브의 주가가 한때 9%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의 무차별적이고 갑작스러운 ‘홍색 규제’ 행보는 언제든 한국 기업으로 화살이 날아올 수도 있다.

중국의 경기하강은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미 중국 경제는 지난 2분기를 정점으로 본격적인 하강이 시작됐다. 지난 3분기의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2%에 불과했다. 특히 인프라와 부동산 투자 둔화세가 뚜렷하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기초 인프라 투자는 1년 전과 비교해 1% 성장에 그쳤다.

헝다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부동산은 중국의 경제성장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구상은 성장의 원동력을 수출과 부동산에서 내수, 특히 소비로 옮기는 것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국유기업의 파산이 이어질 것이다. 반면에 소비는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재확산, 낮은 백신 효과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수출이 둔화되고 소비 회복은 지연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8%로 낮춰 잡았고 노무라증권도 연간 전망치를 7.7%로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중국 내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4분기 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지금 세계경제 최대의 변수는 시코노믹스, 이른바 시진핑 경제정책의 성패 여부다. ⓒphoto 뉴시스
지금 세계경제 최대의 변수는 시코노믹스, 이른바 시진핑 경제정책의 성패 여부다. ⓒphoto 뉴시스

세계경제 최대 변수 ‘시코노믹스’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수출주도형의 높은 대외의존도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입이 국내 총생산의 87%에 달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중국 한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출의 25%, 수입의 21%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중국 특수를 누리면서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의류와 화장품, 농수산물이나 생활용품 산업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60%가 넘으며 어떤 품목은 80%에 달하기도 한다. 관광이나 여행 산업은 중국이 생사를 좌우한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지고 일자리 13만개가 사라진다고 한다.

중국의 경기하강은 중국발 금융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는 급증했다. 금융위기 시점에 비금융 기업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93.9%에 머물렀으나 2020년 말 현재 163.1%에 달한다.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취약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이 보유한 금액은 20조원에 육박한다. 5년 전인 2016년보다 2배나 불어난 수치다. 중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를 이탈한다면 그에 따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차이나 리스크’를 과장할 필요는 없겠다. 공급망은 되도록 다양하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중국은 너무 크다. 중국 정부 당국이 쏟아내는 규제들은 거칠고 반시장적이지만 체제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일찍 부채 축소를 시작한 덕분에 통화정책을 포함한 정책 운용의 여력도 커졌다. 그만큼 정책을 전환할 때 필요한 수단도 많다.

중국 정부는 균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밝힌 장기적 목표는 오는 2035년까지 GDP를 지금의 2배로 늘리는 것이다. 15년 동안 평균 4.7% 이상의 연간 성장률이 필요한 목표다. 과연 중국은 세계의 우려를 떨치고 경제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부의 적정한 재분배를 이루면서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충격에는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 세계경제 최대의 변수는 이른바 시코노믹스, 즉 시진핑 경제정책의 성패 여부다. 내년 11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당 대회와 미국의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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