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는 지난 11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올해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는 지난 11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photo 뉴시스

정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로 5조7000억원을 부과했다. 작년보다 4조원이 늘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15배 증가했다. 종합부동산세 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징벌적 세금’이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17년에서 2020년까지의 누적 물가상승률이 4.3%이고 코로나19로 돈을 많이 풀었는데도 작년 물가상승률이 0.5%에 그친 사실을 고려할 때 종부세 인상률은 비상식적으로 높다.

현 정부의 과도한 세금 인상은 종부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2015년에서 2019년까지 OECD 회원국의 세금부담률을 분석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세금부담률은 2015년 23.7%에서 2019년 27.4%로 3.7%포인트 올랐다. 이는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세금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리는 것이 상식이다.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종부세를 물가상승률의 수백 배로 올리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빼앗는 행위나 다름없다. 조선 후기의 삼정(三政) 문란과 비교될 정도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세금을 매기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조차도 종부세는 물론이고 재산세, 상속세가 없다.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탈레반 극단주의자들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OECD 중 가장 큰 세금부담률 상승폭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종부세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종부세 부과를 정당화했다. 그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예고했고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징벌적인 세금 부과를 이미 예고했는데 미리 팔지 않고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고 되레 국민을 꾸짖은 셈이다. 20번이 넘는 부동산 규제를 반복한 정부의 정책 책임자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이호승 실장에게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종합부동산세가 왜 15배나 올랐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문재인 정권이 4년 내내 고집한 수요규제 일변도의 정책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고 그 결과 종부세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정주택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이 사실을 학술적으로 증명한 연구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이혁주 서울과기대 교수가 발제한 ‘주택 문제의 해결, 고밀화가 답이다’라는 세미나 주제가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이 교수는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발생한 집값 급등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음을 증명했다. 그는 통계 분석을 위해 현 정부가 출발한 2017년 5월에서 2019년까지의 KB국민은행의 월간 가격 자료를 활용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뒤 정부와 한국은행이 실시한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격 데이터를 배제한 것이다. 그래서 〈그림1〉에 표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횟수는 19회에 그쳤다. 〈그림1〉의 연두색 막대그래프는 정부의 대책 횟수이고 빨간색 막대그래프는 정부가 19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결과 나타난 아파트 가격의 상승 추이다. 〈그림1〉을 평면으로 처리한 〈그림2〉는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집값이 우상향했음을 가리킨다.

“아파트값 상승의 93%는 정책 요인”

〈그림2〉에 쓰인 ‘+0.6 point/month’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것은 서울 아파트값 지수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때문에 매월 0.544포인트 추가로 상승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2017년 5월의 다음 달인 2017년 6월 아파트값은 현 정부의 정책 때문에 2×0.544=0.1088포인트 더 올랐다는 것이다. 2017년 5월에서 2019년 12월까지는 모두 32개월이므로 이 32개월 동안 정책 실패로 인해 오르지 않을 집값이 32×0.544=17.4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이 교수는 “같은 기간 실제 집값은 18.8포인트 올랐기 때문에 17.4÷18.8=0.93, 즉 2019년 12월까지 상승한 서울 아파트값의 93%는 정책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종합부동산세가 급증한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사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를 납부하기 싫으면 진즉에 집을 왜 팔지 않았느냐고 핀잔’한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가 정책을 총괄할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가고 권세를 누리는 공무원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의 “국민 98%는 종부세 납세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틀렸다. 엄밀히 따져보면 종부세 부과대상이 2%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은 94만7000명이다.(토지분 종부세 납부대상자 7만9600명 제외) 2019년 기준 전체 가구수는 2034만3000가구이고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45만6000가구이므로 주택 보유 가구수 기준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을 계산하면 종부세를 내야 하는 가구는 8.26%나 된다. 정부가 말하는 종부세 부과대상 2%라는 숫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자를 전체 인구의 수로 나눠 계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납부대상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서 가구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약 10%라고 발표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책당국의 꼼수 숫자놀음

설령 국민의 2%만이 종부세를 부담한다고 해도 정부의 종부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행 종부세가 문제투성이기 때문이다. 김용수 숭실대 박사는 최근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납세 순응을 위한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종합부동산세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우선 현재의 종부세제는 세금 납부 대상자가 매년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종부세 과세표준이 공시지가에 연동된 탓에 부동산 시세에 따라 종부세액이 변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해결방안으로 종부세 과세표준을 지금의 공시가격이 아닌 부동산 취득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한 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박사의 지적은 100% 옳다.

필자의 지인인 한 고령 은퇴자가 며칠 전 연락을 해 종부세와 관련된 괴로운 사연을 밝힌 적이 있다. 본인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50%가 더 많은 1600만원의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왔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400만원이 나와서 올해 종부세액으로 1000만원을 예상해 돈을 준비해뒀는데 예상보다 큰 금액의 세금을 내야 하니 정신이 까마득하다는 한탄이었다. 그날 밤 그와의 전화통화는 길었다. 그는 종부세의 납부시한이 12월 15일이며 만일 그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면 1일 연체할 때마다 연체료가 붙는다면서 뭐 이런 일이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생활비 확보 차원에서 월세를 받고 있는 집을 파는 것과 그 집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 좋겠냐고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필자의 지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제도의 비합리성에서 출발했다. 내년에 70세가 되는 은퇴자가 일을 할 수 없는데 부족한 돈을 보름 동안 당장 어디서 구할 것인가.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대출을 받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을 것인데 금융위원회가 가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때 디테일이 매우 약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다시 김 박사의 발표로 돌아가겠다.

김 박사는 정부의 종부세 사용 행태도 비판했다. 종부세는 정부가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징수하는 국세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부가 종부세를 각 지자체에 나눠주고 일반회계로 사용하므로 주택가격 안정을 전혀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박사의 지적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목적으로 종부세를 걷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지자체 교부금으로 세금을 전용한다는 비판인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세수를 저소득층 주택공급 정책에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정부는 종부세를 부과하기 전에 종부세 납부액이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급증한 이유를 설명하고 정책 실패에 대한 해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종부세 부과는 그다음에 하는 것이 순서이고 도리이다.

지난 11월 2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photo 뉴시스

목적과 달리 지출되는 종부세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처음 시행했는데 처음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재산세를 납부하는 사람이 또다시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이중과세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종부세는 국세이고 재산세는 지방세일 뿐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종부세 부과의 목적이 주택가격 안정에 있다고 말한다. 과연 정부·여당의 주장은 옳을까. 정부·여당의 주장과는 다르게 주택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에서 정부의 종부세 부과는 임차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수요가 많은 서울이 특히 그렇다. 정부·여당은 오직 2% 부자들이 종부세를 부담한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은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비용을 정부·여당이 발 벗고 나서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있으니 종부세 폭탄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건 과장된 얘기”라고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장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1회 계약갱신 때는 맞는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4년이 지나면 임대인은 임차인을 교체하고 새 임차인에게 그동안 납부했던 종부세를 떠넘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혼 없는 고위관료의 전형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의 가계자산은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에 집중됐다.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쏠려 있고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은 20%에 그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금융자산은 각각 70%, 64%나 된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국토면적은 작은데 인구는 많아 부동산에 투자하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지 않아서인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설익은 기준으로 종부세 세금폭탄을 던지는 대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주택시장을 무조건 힘으로 억누르려고 하는 대신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필자의 지인은 40년이 된 낡은 빌라를 리모델링한 뒤 받은 월세를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상가는 공실위험이 높은 탓에 안정적인 생활비 조달이 어려울 것 같아 수요가 많은 주택을 구입한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스마트한 선택이다. 우리의 주식시장이 미국처럼 활성화되었다면 다주택을 소유하려는 수요는 눈에 띄게 감소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왜 그럴까?

주식시장 키워야 부동산 잡는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배당 수입을 목적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분기 배당을 하는 기업이 고작 6개에 불과하지만 미국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80%는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식투자자들은 분기 배당금을 생활비로 쓸 수 있다. 분기 배당에 관한 규정을 보더라도 한국은 융통성이 없다. 우리는 매분기 말(3·6·9·12월)에 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반면 미국은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다. 정부의 쓸데없는 규제가 주식 투자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나태함과 안일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배당소득세는 지방세를 포함해 15.4%나 된다. 기업을 소유한 대주주들이 배당을 꺼리는 이유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배당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배당소득세율을 낮춘다면 국민의 재산증식에 도움이 되고 노후 대비가 되니 정부에도 좋은 일이다. 정부가 노후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국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 배당은 주주들의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증대시킬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세율로 악명이 자자한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 10~30%를 할증해 최대 65%의 세율을 부과하는 탓에 세금을 내고서는 가업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실이 이와 같으니 상장기업의 대주주들은 본인 기업의 주가가 낮게 유지되기를 원한다. 승계를 앞둔 일부 대주주들이 주가가 상승하는 것 같으면 보유 주식을 매물폭탄으로 내놓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이유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기업들은 돈을 잘 벌더라도 계속해서 번 돈을 내부에 유보해 놓는다. 그래서 자본은 과다해지고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아져 주가의 저평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빈번하게 발생했던 상장기업들의 물적 분할이 그것이다. 많은 대기업이 올해 물적 분할을 했다. 투자자 보호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물적 분할이 수없이 일어났음에도 정부는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했다. 개인들의 주택 매수(투기)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잡아내려 하면서도 주식시장에 참여한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입고 있는 수많은 피해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주식은 하지 말고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10년간 코스피가 ‘박스피’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과 부동산시장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은 부동산의 대안인 주식시장의 매력이 없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환경은 정부와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순서가 틀렸다.

정책은 상식에 맞게 펼쳐야 한다. 정부·여당은 종부세 부과와 관련해 납부대상자 2%와 나머지 98%를 편가르기해서는 안 된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한 방법이 오직 세금 부과에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드는 유휴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한다면 국민의 자산소득을 증가시키고 집값 안정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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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부동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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