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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7호]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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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공공주택 폭탄 맞은 강남 민심 심상찮다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12-14 오후 12:01:52

▲ 공공주택 공급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서울의료원과 주차장 부지(빨간선 안쪽).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현장(가운데) 바로 옆이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민들이 공공주택 추가공급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세액 기준으로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강남 3구 주민들은 7월·9월 재산세에 이은 12월 종부세 고지서까지 받아들고 가히 민심이 폭발 직전이다. 한데 서울 집값 폭등에 놀란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3구의 요지 곳곳에 당초 계획보다 많은 공공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주거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송파구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 부지 부근에는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널려 있다. 특히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주변에는 ‘거짓말하는 서울시, SH공사 이곳에서 함께 죽자’ ‘주민 시체 위에 어디 한번 지어봐라’와 같은 과격한 문구의 붉은색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나붙었다. 공공주택 공급 문제가 내년 3월 대선 직후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남 3구의 표심을 결정짓는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공공주택 확대에 뿔난 강남 3구
   
   문제의 단초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 폭등에 놀란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도심 내 알짜부지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징발해 공공주택 공급예정지에 편입시키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될 예정이던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가 포함된 것은 물론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된 강남구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 역시 공공주택 부지로 징발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주민들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도 제약을 받는 상태다.
   
   사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인 2016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일대와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을 아우르는 지역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인수해 현대차그룹 본사가 입주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로 조성하는 계획에 따라 내놓는 공공기여금 등을 재원으로, 영동대로 지하를 복합개발하고 잠실 종합운동장을 아우르는 지역을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MICE)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하자 국토부와 서울시 등은 2018년 ‘12·19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옛 서울의료원 북측 주차장 부지에 공공주택 8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박원순 전 시장 유고(有故)로 인한 시정공백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합동으로 ‘8·4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면서, 당초 8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던 옛 서울의료원 북측 주차장 부지의 공공주택 공급규모를 3000가구로 4배 가까이 늘렸다.
   
   ‘국제교류복합지구’라는 당초 지구 지정 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은 지난 4·7재보궐선거로 서울시장이 바뀌고서도 계속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이건희 미술관 예정지로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를 낙점하면서,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와 교환할 서울시 땅으로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측에 제공하기로 하면서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사들여 서울시에 제공하고, 대신 서울시는 시유지를 LH 측에 내주어 공공주택을 짓는 구조다.
   
   사실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인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할 서울시 시유지는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가 가장 유력했었다. 서부면허시험장 일대는 이미 주변이 대단위 아파트촌으로 개발된 터라 초·중·고 각급 학교 등 기반시설이 충분해 아파트 단지가 하나가 더 들어선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마포구의 반대에 부딪힌 서울시가 돌연 교환 부지로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된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계획에 없던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도 200~300호가량의 공공주택을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면적 3만1543㎡의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들어서는 전체 공공주택은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3000호를 비롯 200~300호가 추가된 3200~3300호에 달한다.
   
   
   이건희 미술관 맞교환하며 유탄
   
   이 경우 코엑스~현대차 GBC~탄천~잠실 스포츠·마이스 단지(종합운동장)로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할 국제교류복합지구가 초고밀도 대단지 아파트에 의해 끊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사실 동부간선고가도로 바로 옆에 있는 해당 부지는 공공주택이 들어서기에 적합한 땅인지도 의문이 드는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인 터라 건축비와 임대료 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의 개별공시지가만 봐도 ㎡당 2774만원으로,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당 398만원)의 무려 7배에 달한다. 이런 금싸라기 땅에 공공주택을 지을 사업비면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훨씬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현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이 입주해 있는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는 현대차 GBC에서 탄천을 건너 잠실 종합운동장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유일한 동서회랑(回廊)이란 점에서 강남구의 우려가 크다. 현재 노천주차장으로 쓰는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와 GBC와 사이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대웅제약 본사 등 크고 작은 빌딩과 상가들이 이미 빼곡히 들어서 소유권 등의 문제로 부지연계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반면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는 GBC와 거의 붙어있다시피해서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에 비해 상호연계가 훨씬 수월한 편이다.
   
   이미 옛 서울의료원 남쪽의 옛 한국감정원 빌딩은 삼성생명 소유로, GBC 개발 주체인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사옥으로 임차해 사용 중이다. 한데 공공주택이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에까지 들어서 버리면 코엑스~현대차 GBC~잠실 스포츠·마이스 단지로 이어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한가운데 초고밀도의 대단지 아파트가 ‘알박기’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 단지는 사업자 선정에 착수해 현재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과 한화 컨소시엄이 맞붙은 상태다. 한데 옛 서울의료원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사업 방향이 꼬일 수밖에 없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시민감시단의 한 관계자는 “강남에 사는 것이 마치 죄인처럼 나쁜 인상을 주는데 공공주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택공급은 기존 노후주택을 재건축·재개발해 공급해야지 국제교류복합지구를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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