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11월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2% 급락한 2839.01에 장을 마감했다. ⓒphoto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 11월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2% 급락한 2839.01에 장을 마감했다. ⓒphoto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월 26일 오미크론을 ‘우려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높은 전염력, 백신 효과 약화 등의 위험한 특징이 확인되면 ‘우려변이’다. 알파, 베타, 감마 그리고 델타에 이어 5번째다.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국경 봉쇄조치 등을 취하고 있지만, 확산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역부족이다. 12월 7일 현재 오미크론 변이는 전 대륙에 걸쳐 45개국에서 확인됐다.

오미크론의 강한 전염력은 델타 변이보다 2배 많은 32개의 표면에 있는 돌기(spike) 때문이라고 한다. 돌기는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역할을 하는데 백신 접종으로 우리 몸속에 생긴 항체도 그 단백질을 탐지해 감염을 막는다. 현재의 코로나 백신은 중국 우한에서 2020년 1월에 발견된 바이러스의 돌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오미크론은 돌기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바뀌어 모양이 달라지고 항체가 알아보지 못한다. 초기 데이터로는 델타보다 전염력이 5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만약 델타보다 독성까지 강하다면 치명적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으로 세계는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 원유시장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의 경우, 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대로, 유럽 브렌트유는 7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고 경기가 나빠지면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특히 지난 11월 26일 미국 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약 2.5% 떨어지면서 1950년 이후 역대 ‘블랙프라이데이’ 가운데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날로 남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낮췄다. 바이러스 변이가 세계적인 공급난과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급난과 인플레이션은 시장이 코로나 변이를 우려하는 가장 큰 배경이다. 역시 이른바 위드코로나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은 접어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급망은 아직도 취약한 상태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할 중국의 대응이 특히 주목된다. 중국 본토에서 아직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감염이 발생하면 도시 전체에 대한 대규모 폐쇄와 강제 방역은 물론 검역 강화와 항만에서의 엄격한 검열까지 포함하는 ‘제로 코비드’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다. 중국이 다시 문을 닫겠다고 하면 공급망 차질은 더욱 심해지고 또 길어질 것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오미크론이 공급망에 다시 타격을 준다면 아시아 지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이 1.6%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개봉박두 직전인 미국의 긴축통화정책

공급망 정체의 또 다른 원인인 인력 이탈 현상도 정상으로의 회복이 늦어진다. 미국의 경우 400만명 이상의 인력이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에서 이탈했다. 바이러스 공포는 고용시장 복귀를 막는 요인 중의 하나다.

공급망 차질과 노동력 부족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미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고 유로존의 물가상승률도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였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커진다.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내년 하반기 이전에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준의 정책 대응이란 결국 경기부양책 철회다. 만약 자산매입 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이 빨라진다면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끝내고 이르면 내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본격화하면 그 파장은 전 세계에 미친다. 감염 공포와 방역 강화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데 빠른 금리 상승까지 겹친다면 경기는 더 어려워진다.

지금으로서는 한국 경제의 올해 연간 4% 성장도 위험하다.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였다. 1분기의 1.7%, 2분기 0.8%에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였다. 당초에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4분기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10월부터 방역 조처가 완화됐으며, 11월부터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됐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신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서부 지역 항만은 코로나19 이후 항만 노동자들의 집단감염 등 인력난으로 인해 적체 현상이 심화되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주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 서부 지역 항만은 코로나19 이후 항만 노동자들의 집단감염 등 인력난으로 인해 적체 현상이 심화되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주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 세계 백신 보급 전까지 경제 회복 위태”

물론 오미크론 변이가 치명적이지 않거나 기존 백신의 효과가 충분하다면 경기 하강의 위험은 줄어든다. 변이의 전파력과 치명률은 별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해지면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오미크론이 다른 변종보다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아직까지 변이로 인한 사망자 보고는 없다고 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전염병연구소장도 지금까지의 보고로는 오미크론이 강한 감염력과 비교해 중증도는 낮다고 평가했다. 기대하는 것처럼 만약 전파력이 높더라도 치명률이 낮다면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밀어내면서 코로나를 일반 감기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고 기대하고 있다. 전염력만 높고 치명률이 낮다면 오히려 팬데믹의 종료를 앞당길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JP모건은 오미크론으로 생긴 주가 하락은 저가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치명률이 설사 델타 변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도 상황의 통제는 가능하다. 일단 코로나19 초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뤄져 일정한 수준의 보호막은 형성됐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로 인한 영향도 단기적 충격으로 끝났다. 기존 백신과 치료제의 효과가 충분하기만 해도 큰 충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떤 속단도 금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지난 2년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전파력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은 뚜렷하다. 반면 독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가는 경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물론 초기의 보고로는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증상이 비교적 가벼웠다고 한다. 확진자의 80%가 무증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젊기 때문에 심각한 증세가 덜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전 세계 코로나 감염의 주종인 델타 변이와 영국에서 맨 처음 보고됐던 알파 변이도 초기에는 증상이 가벼운 것으로만 알려졌었다. 백신 효과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자료도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변이에 대한 백신 개발은 아직 먼 얘기다.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 이어지는 변이의 연속적인 출현이 의미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팬데믹은 인류 공동의 문제지만 백신은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백신 불평등과 돌연변이의 발생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가 세계적 감염병으로 발전한 것도 강한 전염력 때문만은 아니다. 고도화된 세계화의 영향이 컸다. 세계가 좁아진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골고루 이루어지지 못하면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고 감염 확산의 추세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백신 보급률이 낮은 빈곤 국가에서 돌연변이가 계속 발생하면서, 개발된 백신 효능을 무력화하는 변이체가 나와 다시 선진국으로 유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30일 기준으로 아프리카 지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7%였고, 한 차례라도 백신을 접종한 비율까지 합해도 11%에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는 저소득 국가에서 백신을 단 한 차례도 맞지 못한 인구가 6%로 나타났다. 다수의 선진국에서 인구 60~80%가 접종을 완료하고, 추가접종까지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세계가 빠르고 공평하게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한, 바이러스의 생존을 위한 진화라고 할 수 있는 변이의 출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이 지나가면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백신과 치료법을 무력화할 변종이 출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OECD는 전 세계에서 백신 생산과 보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경제회복은 계속 불확실하고 위태로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충격에 발동 못 하는 비상계획

코로나와 공존을 선언하며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 전략을 펼친 후 우리 사회는 지금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는 8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도 많게는 최근 하루 60명이 넘고 있다. 모든 수치와 지표가 최악이다.

정부는 원래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이 넘거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이면 비상계획을 발동해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 지침을 중단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비상계획을 발동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경제 충격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역을 강화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추가접종을 마치려면 앞으로 적어도 4~5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계절은 벌써 겨울이다. 실내에 머무는 경우가 늘어나 바이러스는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도 평가는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중증환자 통계가 나와야 전파력과 치사율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변이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과도한 공포도 지나친 낙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역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낫겠다. 아무래도 올해 겨울 역시 지난해와 별로 다르지 않은 우울한 ‘코로나 겨울’이 될 듯하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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