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 만화를 원전으로 만든 영화 ‘원더우먼’. 이 영화에서 아마존 여전사 공주 다이애나에서 수퍼 파워를 지닌 ‘원더우먼’이 된 갤 가돗(32)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우드의 한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가슴골이 깊이 드러난 검은 드레스에 긴 갈색머리를 한 팔등신 미녀 가돗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지난 3월에 난 둘째 딸 마야를 젖 먹여 키우느라 등이 아프다며 서서 인터뷰에 응했다.

가돗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물음에 대답했다. ‘미스 이스라엘’이었던 가돗은 이스라엘 시민의 의무인 군복무를 했다. ‘원더우먼’은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TV 시리즈로 만들어졌었다.

- 자랄 때 존경하고 롤모델로 삼았던 여성은 누구였는가. “미국의 시인이요 작가이며 민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다. 난 그가 말한 메시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둘째 딸의 이름도 마야로 지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 어머니와 할머니다.”

- 단기간에 할리우드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스타가 되었다.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것에 신경 안 쓴다. 그것은 단지 부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이미 이스라엘에서 오랫동안 유명했기 때문에 명성과 파파라치에 모두 익숙하다. 명성이 좋은 단 하나의 이유는 더 이상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젠 각본을 읽고 좋으면 출연하고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 ‘원더우먼’ 역할을 맡으면서 특별히 유념한 것은 무엇인가. “‘원더우먼’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를 냉정하거나 남자들을 사정없이 처치하는 여자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을 썼다. 모든 사람이 ‘원더우먼’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려고 했다. 그가 위대한 전사이면서도 약점이 있고 회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 두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 이 영화가 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중요하다고 보는가. “첫째 딸 이름은 히브리어로 우주를 뜻하는 알마다. 난 그들을 이 세상으로 데려온 것이 매우 기쁘다. 난 이 영화가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 여권 쟁취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자를 교육시키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

- ‘원더우먼’은 인간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인간관은 어떤 것인가. “난 사람들을 사랑한다. 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로부터 최선의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난 낙천가로 우린 모두 같은 열망과 필요와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더우먼’은 이런 것들을 수용과 사랑으로써 상징하고 있다. 우리가 ‘원더우먼’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우린 보다 나은 사회를 갖게 될 것이다.”

- 그럼 도널드 트럼프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것은 각자의 기호 문제다. 그러나 난 분명히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 언제 자신을 ‘원더우먼’처럼 느끼는가. “내 딸들을 가졌을 때다. 좀 유치한 것 같지만 아기를 낳을 때 내가 신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은 어머니가 되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 영화를 위해 어떤 훈련을 얼마나 했는가. “12년간 댄서로 활동했는데 영화에서 싸우는 동작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승마가 재미있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타 보니 매우 고통스러웠다. 무기 중에선 ‘진실의 올가미’라 불리는 채찍이 좋았다. 그것은 칼처럼 공격적이 아니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 ‘원더우먼’이 완벽한 사람이 아닌 허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허점이 약점으로 보일 우려가 있지 않은가. “‘원더우먼’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지상 세계로 나오면서 물 떠난 물고기가 된 셈이다. 그는 선(善)을 믿는 젊은 이상주의자로 세상을 매우 단순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더우먼’은 인간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을 모르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그는 벌써 허점을 지닌 것이다. 난 그것을 약점으로 보진 않는다. ‘원더우먼’은 허점이 있기에 영화의 다양한 상황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원더우먼’의 한 장면.
영화 ‘원더우먼’의 한 장면.

- 영화에서 ‘원더우먼’의 의상은 1970년대 TV 시리즈에서보다 훨씬 세련되었는데 디자인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했나. “옷을 입고 1주일에 6일씩 6개월간 촬영을 했는데 아주 편했다. 싸우고 연기를 하기 위해선 편해야 했는데 몸에 강렬한 감각을 느끼긴 했으나 편했다. 디자인에 대해선 별 조언을 안 했다. 내가 이미 ‘원더우먼’으로 나왔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입은 옷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보면 한 벌의 옷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곱 벌의 다른 옷들이다.”

- 연기하면서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나.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격투 장면을 찍다가 성게에 발을 찔린 것이다. 그 밖에는 안전했다.”

-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이탈리아와 파리에서도 찍었지만 대부분 런던에서 찍었다. 겨울에 야외에서 찍었는데 몸을 노출한 ‘원더우먼’의 옷을 입어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런던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태양을 즐기면서 너무 많이들 먹어 모두들 체중이 불었다.”

-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비롯해 대형 액션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난 자랄 때부터 매우 활동적이었고 표현 수단으로 내 몸을 사용했다. 날 액션배우라고 정형화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역을 정말로 즐긴다. 언젠가 무거운 드라마도 할 기회가 오겠지만 난 이런 영화들이 좋다.”

- 이스라엘에서도 영화나 TV에 나올 의향이 있는지. “언제나 나올 용의가 있다. 난 배우로서 대부분 할리우드에서 일했지만 모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편하다. 따라서 좋은 감독과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만 있다면 하시라도 나올 것이다.”

- 이스라엘 군에서 받은 훈련과 영화를 위해 받은 훈련이 어떻게 다른가. “군 훈련이 훨씬 더 힘들다. 매일 하루에 6~7시간씩 훈련을 받았는데 정말로 고되다.”

- 여류 감독 패티 젠킨스와 일한 경험은 어떤가. “젠킨스는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 창조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영화 촬영 내내 그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교감했다. 난 사람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니까 여자가 감독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착잡한 마음이 든다. 젠킨스가 이 영화를 맡게 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영화에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 어떻게 역을 얻게 됐는가. “몇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다른 영화들을 위해 여러 차례 오디션에 참석해 지쳐서 연기를 거의 포기할 상태였다. 카메라 테스트 후에 퇴짜 당하기가 일쑤였다. 난 배우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됐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배우가 내 직업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잭 스나이더가 영화 이름도 안 밝히고 나보고 오디션에 나오라고 해서 참가한 뒤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얼마 후 스나이더가 전화로 미국에 와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라면서 ‘원더우먼’이라고 들어 봤느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그렇다.”

- 어디에 사는가. “텔아비브와 여기 이곳이다.”

-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원더우먼’ 속편에 나오겠는가.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어떤 영화에라도 나오겠다. 만약 속편을 만든다면 ‘원더우먼’이 제3차 대전을 미리 막는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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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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