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정부의 사회적 격리 정책에 항의해 브란덴부르크문에 모인 베를린 시위대.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일 정부의 사회적 격리 정책에 항의해 브란덴부르크문에 모인 베를린 시위대. ⓒphoto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올 3월부터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적 격리를 시행하였다.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경제활동도 위축되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라에서는 감염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와 코로나19 감염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가장 최근의 시위사태는 태국에서 발생하였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수도 방콕에서는 지난 8월 16일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나라에서는 2014년 쁘라윳 짠오차 장군이 주도한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였다. 쁘라윳 짠오차 장군은 2019년 3월 선거를 통해 총리로 변신하였다. 그는 올 2월에는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야당인 미래전진당(FFP)을 해산하였다. 성공한 청년 실업가인 타나턴 쭝룽르엉낏이 이끄는 FFP는 총선에서 600만표를 획득하고 80석을 확보하여 의회 제3당으로 발돋움하였다. 그러자 쁘라윳 짠오차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 정당을 해산하였다. FFP가 타나턴 쭝룽르엉낏의 돈을 부정수급했다는 이유였다. 이때부터 방콕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가 강제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반정부 시위도 중단되었다. 그런데 해외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납치살해사건이 이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다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기 시작하였다.

‘독재 타도’ 외치는 태국 시위대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6월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저명한 반정부 활동가인 삿삭시트(37)의 실종이었다. 삿삭시트는 방콕에 있는 동생과 통화하던 중 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던 반정부 인사 2명이 처참하게 살해된 채 메콩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납치되거나 살해당한 해외 반정부 인사들은 모두 9명에 달한다. 태국 정부는 관련 사실을 부인한다.

지난 7월 중순부터는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징역 2년에 처해지지만 시위 규모는 점차 확대되어 8월 16일에는 군사쿠데타 이후 방콕에서 최대 규모인 1만여명이 참가하였다. ‘독재 타도’ ‘민주주의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 사임, 새로운 선거, 반체제 인사들 납치살해사건의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태국의 시위에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유청년(Free Youth)’이라는 단체가 활동하지만, 지도자는 없다고 한다. 이들은 홍콩 시위사태처럼 소셜미디어를 보고 개별적으로 시위에 참가한다. 홍콩 시위에서는 텔레그램이 주로 사용되었다면, 태국에서는 트위터가 인기이다. 트위터를 보고 즉흥적으로 모여서 정부를 규탄하는 플래시몹 시위를 전국에서 벌인다. 홍콩과 대만의 반중시위와 연대의식을 갖는 이들은 스스로를 ‘밀크티동맹(Milk Tea Allian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국 젊은 시위대의 싱징은 일본 애니메이션 ‘방가방가 햄토리’의 주인공 햄스터 ‘햄토리’이다. 시위대는 햄토리의 주제가를 반정부 가요로 개사하여 부른다. “해바라기 씨가 제일 맛있어”라는 햄토리의 노래를 “납세자의 세금이 제일 맛있어”라고 바꿔 부른다.

시위대는 군주제 개혁도 요구하고 있다. 왕족에 대한 비난은 엄한 벌로 다스려지는 태국에서 이번처럼 군주제에 직접적인 비난을 가한 시위는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태국 트위터에는 “우리에게 국왕이 왜 필요한가?”라는 해시태그가 돌고 있다. 변호사 출신 활동가인 아르논 눔파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권한을 확대해왔다며 군주제의 즉각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현 국왕의 아버지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1946~2016)은 군부의 대립을 적절히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태국 정계에 군림하였다. 군부 지도자들이 갈등할 때마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앞에서 무릎 꿇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하였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카메라를 들고 국민들을 직접 찾아 촬영하며 관심을 표하는 활동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인기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독일을 수시로 왕래하는 등 방역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시위대는 국왕 개인의 사유재산과 왕실 재산을 분명하게 분리할 것을 요구한다. 2018년 현재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 단독으로 소유한 왕실 재산은 300억달러 수준이다. 개혁파들은 국왕의 군 지휘권 무효화 등 국왕과 군부의 관계 절연도 주장한다. 시위를 주도한 한 대학생은 영국 BBC방송에 “궁극적으로 우리의 꿈은 진정으로 헌법으로 통제되는 군주제”라고 말했다.

현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과 수출 감소 등으로 인한 경제 악화를 막을 수는 없다. 태국 경제는 올해 2분기에 -12.2%나 역성장을 기록하였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에 선행했던 아시아 재정위기 이후 최악이다.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학문을 나서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반정부 대열에 합류시키는 원인이 바로 실업난이다. 정부의 방역 성공 덕분에 시위대가 코로나19 전파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태국의 시위는 현재로서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나라의 역사와 군부, 군주제 옹호론자들의 강경한 입장을 보면 유혈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BBC는 전망한다.

‘독재타도’ ‘민주주의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태국 시위대. ⓒphoto 뉴시스
‘독재타도’ ‘민주주의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는 태국 시위대. ⓒphoto 뉴시스

주말마다 이어지는 하바롭스크 시위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도 진행형이다. 지난 8월 9일 선거 이후 18일까지 9일째 이어진 시위에서 시민 2명이 사망하고 6700여명이 체포되었다. 대선 이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 규모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위에는 국영기업 노동자, 방송기자 등도 합류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수도 민스크에서만 20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벨라루스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경찰을 동원한 강경진압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스스로 경찰복을 불에 태우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경찰도 나오는 등 일부 경찰관이 시위대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정부 측은 수시로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벨라루스에서 홍콩식 시위 양상이 지속되면서 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시위사태도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가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고질적인 경제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국민이 불안해하는 동안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은 “보드카를 마시고 사우나를 하면 된다”는 억지와 무능으로 일관해 분노를 자아냈다. 국민들은 스스로 마스크를 구해 쓰기 시작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된 국민들이 처음으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시위에 참가하기 사작했다고 한 러시아 언론은 분석했다.

러시아 극동의 중심지인 하바롭스크에서 지난 7월 9일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사태도 8월 15일까지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다. 하바롭스크 주민들은 러시아 연방정부 수사당국이 살인혐의로 세르게이 푸르갈 주지사를 모스크바로 압송하여 체포한 데에 항의하고 있다. 하바롭스크의 시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천 명이 참가한 8월 15일 시위에서 사람들은 ‘벨라루스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또 하바롭스크의 노동자들도 벨라루스의 노동자들처럼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고 자유유럽방송은 전했다. 하바롭스크 시위사태도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경제난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푸틴은 백신 개발을 발표하였지만, 최근 지지율은 재임 중 가장 낮은 6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대규모 시위사태가 벌어진 나라는 미국이다. 올 5월 체포 과정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사태가 6~7월 두 달 동안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였다. 6월 한 달 동안 매주 2000만여명이 참가해 미국 역사상 최대 시위사태로 기록되었다. 이 사태로 인해 주 방위군들도 출동했으며, 체포된 사람은 1만5000명에 달한다.

미국 시위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지만, 많은 사람이 참가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난이라는 데에 학자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되고 있다. 정부가 취한 사회적 격리 조치에 따라 많은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줄어든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벨라루스 시위대. ⓒphoto 뉴시스
루카셴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벨라루스 시위대. ⓒphoto 뉴시스

독일의 ‘자유의 날-팬데믹의 종말’ 구호

최근에는 나라별로 정부의 사회적 격리조치 자체에 반대하는 시위도 빈발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제난을 가중시킨다는 게 반대의 이유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지난 8월 1일 정부의 사회적 격리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브란덴부르크문에 모인 시위대는 ‘자유의 날-팬데믹의 종말’이라는 구호와 함께 마스크를 벗고 정부의 거리 두기 정책에 항의하였다. 2만여명의 시위대는 행진 도중 경찰과 충돌하여 133명이 연행되고 경찰 3명이 부상하였다.

이번 시위에는 네오나치 등 극우파도 참여하였다. 한편에서는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도 열렸다고 외신은 전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의 예방책으로 사람 간 1.5m의 거리 두기를 권하고 불가능할 경우 마스크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경찰도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위를 허용했다. 시위 주최 측도 거리 두기를 권고했지만 시위 중에 규정이 준수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독일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나중에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지금까지 21만명의 확진자와 9100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해 유럽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방역에 비교적 선방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7월 31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955명에 달했다. 지난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독일 정부도 초기 코로나19 확산 통제에 성공한 직후부터 2차 팬데믹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메르켈 총리 연정에 참여한 사민당의 사스키아 에스켄 의원은 “거리 두기도 마스크도 거부하는 것은 경제회복과 교육은 물론 우리의 건강과 팬데믹 방역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시위 참가자들을 “코비드 천치(Covidiots)”라고 비판했다.

정부 주도의 사회적 격리에 반대하는 시위는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반정부적인 성격의 시위들과 코로나19 확산의 관련 여부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다. 미국에서는 6월 초부터 시작된 시위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면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시에서 벌어진 시위로 인해 감염자가 급증했다며 9월까지 학교 문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공화당 측 인사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주 원인은 교회, 식당, 살롱 등이 아니라 시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학의 에린 모더카이 교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 3월에는 감염자가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이 다시 이동하기 시작한 4월 말부터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휴대전화의 이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이동과 감염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그는 “시위사태 이후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코로나19 확산시키나 논쟁도

실제로 샌디에이고에서는 6월 초에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섰지만 7월 초까지 확진자는 29명에 불과하다고 샌디에이고 언론들은 전한다. 확진자들도 옥외활동과 관련된 사람은 없다. 시위와 코로나19 전염의 관계를 연구하는 뉴욕이나 텍사스주의 감염병 전문가들도 시위사태와 전염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하버드대·노스이스턴대·노스웨스턴대, 루처스대 연구팀은 지난 6~7월 시위 참가자 4만명을 상대로 추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자의 증가와 시위 참여자 확대와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는 노스웨스턴대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 보도되었다. 연구팀은 “시위 참가자의 숫자와 시위 이후의 코로나19 감염자의 증가 사이에는 분명하고 중요한 음(陰)의 상관관계(a clear and significant negative correlation)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꿔 말하면, 6월과 7월 발생한 시위가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을 촉진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were very unlikely to be)”는 의미라고 노스이스턴 정보통신대의 데이비드 레이저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시위가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면 가장 많은 사람이 시위를 벌인 장소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어야 한다”며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실내에서 사람들이 근접해 있는 환경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바이러스 전파의 유력한 길목이 된다는 데 과학자들의 의견이 점차 일치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주장과 관련된 설명이 될 수 있다. 연구 보고서는 “옥외에서 사람들끼리 근접한 환경은 바이러스 전파의 중요한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도 “실내에서는 사람들을 분리해놓기 어렵고 환기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실외공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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