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중국공산당 중앙위 제19기 제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가운데) 등 당 최고 간부들이 거수 투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중국공산당 중앙위 제19기 제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가운데) 등 당 최고 간부들이 거수 투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세계는 100년 만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 국제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뚜렷이 커졌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한 제19기 제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채택한 회의 결과를 담은 공보(발표)에 밝힌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이다. 중앙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라는 목표는 ‘2035년까지 경제력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기구는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이지만 5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상설기구인 중앙위원회가 권한을 위임받아 당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지도부를 선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7명과 중앙위원 198명 및 후보위원 166명 등 공산당 지도부 전원이 참석했다. 중앙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제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과 2035년까지의 장기발전 전략을 심의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국 공산당이 5년마다 열리는 5중전회에서 장기발전 전략을 내놓은 것은 제9차 5개년 계획(1996~2000) 이후 25년 만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꺼내든 ‘쌍순환’ 전략

중국 공산당은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15년 계획 가운데 첫 번째로 14차 5개년 계획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5중전회에서 결정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쌍순환(雙循環)’이다. 쌍순환 전략은 세계경제(국제 대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쌍순환 전략은 시 총서기가 지난 5월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시 시 총서기는 “세계 최대 규모인 시장과 내수 잠재력이란 장점을 살려 국내와 국제 경제가 서로를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이 이런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14억명이라는 거대한 인구가 떠받치는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99조1000억위안(1경6760조원)으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 경제성장 기여도는 30%에 달했다. 특히 대외의존도는 지난해 31%로 2006년(64%)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수출 비중도 2006년 35%에서 지난해 17%로 감소했다. GDP의 83%를 차지하는 내수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국민들의 지난해 소비지출 규모는 41조2000억위안(6953조원)으로 GDP의 58%에 달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쌍순환 전략은 실질적으로는 미국과의 신냉전과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 속에서 내수에 중점을 두고 경제 자립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기술 자립이다. 중앙위원회는 공보에서 “과학 자립과 자강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삼고, 세계경제 전쟁터에서 혁신성을 보완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조강국·품질강국·인터넷강국·디지털강국 등 4대 강국을 건설하자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첨단 핵심기술의 국산화로 화웨이·틱톡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기술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의 지난해 첨단기술 관련 업체는 22만5000개로 2015년에 비해 3배나 늘었지만 아직 미국을 추월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첨단기술력의 핵심인 반도체 자급률은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해 7대 신(新)인프라로 꼽히는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센터, 산업 인터넷, 특고압송전설비(UHV), 광역철도망, 신에너지자동차(친환경차) 충전시설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이와 함께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올인하는 것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야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US NAVY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US NAVY

‘나 홀로 성장’에 대한 자신감

중국 공산당이 두 가지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의 전략적 중국 봉쇄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두 개의 도전을 극복하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일단 두 개의 도전을 돌파할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나 홀로 성장’에 성공했다. 중국의 지난 3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나 증가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 1분기 -6.8%를 기록했지만, 2분기 3.2%에 이어 3분기에 확대 추세를 보였고, 4분기에도 높은 수치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신속한 코로나19 통제와 효과적인 경기부양 정책 덕분에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성장 궤도로 되돌아온 첫 번째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력이 몇 년 내 거의 비슷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호주의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평가한 ‘2020년 아시아파워지수(API)’에서 미국은 100점 만점에 81.6점으로 1위, 중국은 76.1점으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양국 간 격차는 2018년 9.5점에서 2019년 8.6점, 올해 5.5점으로 갈수록 좁혀지는 추세다. 로위연구소는 “2020년대 말쯤에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소의 허브 레마이우 수석 연구원은 “양국 간 격차가 좁혀진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미흡한 대응이 큰 이유”라면서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해온 환구시보는 사설(지난 10월 30일 자)에서 “쌍순환과 기술 자립 전략은 두 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중국은 앞으로 발전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며, 발전 속도에도 근본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중국을 더욱 압박하겠지만 중국은 이에 대응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5중전회에선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창군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27년까지 실현하겠다는 결정까지 내렸다. 중앙위원회는 공보에서 “2027년까지 국방과 군사의 완전한 현대화, 강한 군대 육성을 위해 공산당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절대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위원회가 과거와는 달리 이번 회의에서 강군(强軍) 계획을 확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밍바오는 “중국 공산당이 군의 현대화 관련 목표를 설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공산당이 19기 5중전회를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가는 길에 외부의 압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면서 “인민해방군의 현대화 목표를 창군 100주년인 2027년으로 설정한 것은 그때까지 미군과 대등해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이 군사력 강화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부국강병(富國强兵)’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35년 82세까지 시진핑 통치 명시화

중국 공산당이 미국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2035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한 것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중국에 대한 전략적 봉쇄를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의도는 미국의 정권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쌍순환과 기술 자립 전략을 통해 이른바 ‘지구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시 총서기 등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장기전이라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게다가 2035년은 시 총서기가 ‘사회주의 현대화’라는 목표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제시한 시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5중전회에서 시 총서기가 ‘조타수’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위원회는 공보에서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을 위해 시진핑 동지를 당 중앙의 핵심 및 당의 핵심 조타수로 삼아 모두 단합해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밝혔다. 이는 시 총서기가 앞으로 82세가 되는 2035년까지 통치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시 총서기를 중심으로 단결해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21세기 ‘신(新)대장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마오쩌둥의 20세기 대장정이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을 승리로 이끌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듯이, 시 총서기의 21세기 신대장정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세계 최강국이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중국군망
중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중국군망

패권 경쟁에서는 공화·민주 한목소리

미국도 중국의 부상을 억눌러야만 패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과 의회는 초당적으로 강경한 대(對)중국 정책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주요 정치세력 간에 별 이견이 없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대중 정책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시진핑 총서기 체제하에 중국의 부상은 전 세계가 아니더라도 미국에 대한 분명한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무역, 금융, 안보, 스파이, 화웨이 등 기술 패권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조치와 압박을 가했을 때 민주당은 이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강경한 대중 조치들을 시행하는 것에 오히려 전폭적으로 협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는 지난 7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관리 및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 등을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틱톡’을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처리했다. 위구르족과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 인권 문제, 대만 지원,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코로나19 방역이나 인종차별 등의 각종 현안에 대해선 정파적으로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있어서는 이례적으로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반중(反中)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차기 대통령은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중 양국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미국과 소련보다 훨씬 긴밀히 연결돼 있는 ‘협력적 경쟁’ 관계”라면서도 “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거칠게 몰아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 연구원은 “미·중 양국의 갈등은 무역을 넘어 외교·안보, 5G, AI, 생명공학 등 핵심기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댈리 윌슨센터 미·중관계연구소 소장은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논쟁적이고 적대적이기에 차기 미국 대통령은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미국의 대중국 외교 정책은 앞으로 4년간은 이전 4년보다 더 강경해질 것”이라며 “중국이 바뀌었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차기 미국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중 여론을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지난 7월 31일)에 따르면 중국에 ‘비호감’을 느끼는 미국인 비율은 73%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반중 정서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공화당 지지자(83%)와 민주당 지지자(68%)가 모두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즈우 홍콩대학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소장은 “40여년간 중·미 관계를 연구해왔는데 지금이 최악”이라면서 “1989년 천안문사태 당시에도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밑바닥 정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은 훨씬 나쁘고 뿌리 깊다”고 밝혔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 성향과 무관한 반중 정서

이런 맥락에서 미국 대선 이후 미·중 양국은 본격적인 신냉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주펑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미 관계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워 양국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국제전문가 모임 발다이클럽의 표도르 루키야노프 연구소장은 “세계가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이라는 매우 거대하고 위험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신냉전은 다른 나라들에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국제질서에 매우 파괴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무튼 한반도가 자칫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문재인 정부는 차기 미국 정부와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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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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