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담근 김치를 놓고 오른손 엄지를 치켜든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 ⓒphoto 장쥔 트위터
갓 담근 김치를 놓고 오른손 엄지를 치켜든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 ⓒphoto 장쥔 트위터

세상에는 닮은 음식이 많다. 중국의 러우자모(肉夾饃)는 둥근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는 점이 미국 햄버거와 비슷하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와 중국의 따오샤오미엔(刀削面), 한국의 비빔국수는 면의 모양만 다를 뿐 채소나 고기, 양념을 얹어 먹는다는 점은 공통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 음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비슷한 음식을 “우리 음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각 문화권마다 음식의 발전 과정이 다르고 독특한 맛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햄버거나 스파게티를 중국 음식이라 우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보편적 상식이 유독 한·중(韓中) 간에는 통하지 않는다. 양국 간 ‘김치 논쟁’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김치 갈등’은 양 국민의 감정에 더욱 깊은 골을 만들었다. 문제의 발단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국의 행동에 어떤 일관된 메시지나 의도가 있는지 파악하려면, 김치 갈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환구시보가 불붙인 ‘김치 논쟁’

한·중 간 ‘김치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였다. 이 매체는 지난해 11월 28일 쓰촨(四川) 지역의 염장(鹽藏·소금에 절여 저장함)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 인증을 받자, ‘중국이 파오차이 국제표준의 제정을 주도, 한국 매체 폭발: 김치 종주국의 치욕(中國主導制定泡菜業國際標準, 韓媒炸了: 泡菜宗主國的恥辱)’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환구시보는 이 기사에서 “쓰촨성 메이샨(眉山)시 시장관리국이 주도한 파오차이 산업의 국제표준이 정식으로 탄생했으며, 이는 우리나라(중국)가 ISO 체제하에서 제정한 6번째 식품 표준”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김치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전문가가 표준 제정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라며 “한국은 김치 수입이 수출의 10배나 되는 김치 적자국이며, 수입 김치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만 보면 한국은 김치 종주국의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고 많은 양의 김치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악의적인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다. ISO가 인증한 것은 한국의 김치(kimchi)와 다른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paocai)’이다. 그런데도 환구시보는 한국의 김치가 중국어로 ‘파오차이’로 번역되고 판매된다는 점을 악용해 마치 한국의 김치 종주국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간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영국 BBC는 지난해 11월 30일 자 ‘김치, 한·중 문화 갈등을 발효하다(Kimchi ferments cultural feud between South Korea and China)’란 기사에서 “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란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또 다른 중국 고유의 음식이 있다”면서 “ISO 문서는 이번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고 적시했음에도 일부 중국 언론은 이와 다르게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환구시보는 지난해 12월 9일 중국의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 자료를 인용해 다시 한번 ‘김치 흠집 내기’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전임) 중국본부장인 정모씨가 한 기고문에서 1300년 전 한국 삼국시대에 중국의 절임 채소가 한국에 전래되어 한민족의 식습관과 함께 발전해 김치가 됐다고 했다”라며 김치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한국 김치의 발전 역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한국에 일본 고추가 전해진 것은 420여년 전인 임진왜란(1592) 이후이다. 그때부터 고추, 파, 마늘, 생강 같은 양념과 젓갈, 해산물이 들어간 한국 고유의 붉고 시큼한 발효 김치가 탄생했고 발전해 왔다. 지금 한국인이 먹는 발효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의해 국제규격으로 채택되었다. 따라서 ‘절임 채소’라는 공통점만 가지고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 주장하는 환구시보의 보도는 ‘가짜뉴스’이다. 중국 관영매체의 집요한 ‘가짜뉴스’는 14억 중국인이 한국을 오해하고 혐오하도록 조장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김치’의 중국어 번역어가 ‘파오차이’라는 점도 양국 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김치’의 새로운 중국어 용어를 만들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김치는 손님상에도 못 올리는 하찮은 음식”

중국의 ‘김치 공격’은 새해에도 이어졌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올 연초 공식 트위터 계정에 갓 담근 김치를 놓고 오른손 엄지를 치켜든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겨울 생활도 다채롭고 즐거울 수 있다. 한 가지 선택은 손수 가정식 김치를 담그는 것이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내 동료들이 말하길, 김치가 엄청 맛있다고 한다”는 설명문을 붙였다. 장 대사는 ‘김치는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음식’이라고 밝히지도 않았다. 민감한 시기에 중국 대사가 김치 사진을 올려 양 국민의 주목을 끌었다.

한국인의 분노를 야기한 사건은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의 동영상이다. 독자 1400만명을 보유한 그는 지난 1월 10일 ‘중국식 파오차이’가 아닌 ‘한국식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린 뒤 ‘#ChineseFood(중국음식)’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녀는 3년 전에도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영어로 ‘kimchi’라고 쓰고 ‘김치는 옌볜 조선족의 전통 음식(辣白菜是延邊朝鮮族的傳統食物)’이라고 설명했다. 3년 사이에 ‘옌볜 조선족’이 ‘중국’으로 바뀌었다. ‘옌볜 조선족’이 55개 중화민족 중 하나이므로 ‘김치 역시 중국 것’이라는 억지 논리가 숨어 있다. 리쯔치가 중국 일반인에게는 금지된 유튜버와 페이스북에 자기 계정을 만들고 많은 동영상을 올리는 것과 관련, 그녀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소속이며 공산당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어 중국 랴오닝성 방송국 아나운서 주샤(朱霞)는 지난 1월 14일 웨이보 계정에서 김치를 ‘손님상에도 못 올리는’ 하찮은 음식으로 비하했다. 그녀는 1분3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같은 음식이라도 나라가 다르면 문화적 의미가 달라진다. 중국에서 김치 혹은 파오차이는 조선족이라는 한 소수민족의 전통 음식일 뿐이다. 중국 사람들이 파오차이를 만드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인데, 왜 당신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잔칫상에 파오차이(김치)가 올라오면 손님들은 마음에 안 들어 그냥 가버릴 수도 있다. 파오차이로 손님을 대접한다면 손님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타국인에게 소중한 음식을 자기 문화권에서 즐겨 먹지 않는다고 해서 ‘손님상에도 못 올릴 음식’으로 비하한 것이다. 여론을 이끄는 공인(公人)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모르는 천박한 문화 인식을 드러냈다. 만약 어떤 외국인이 중국인의 애호 음식인 만두를 ‘손님상에도 못 올릴 하찮은 음식’이라고 비하한다면, 중국인은 가만있겠는가. 게다가 주샤는 “소국이 이웃의 대국을 무례하게 모욕하면 망할 수 있다”는 막말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정작 이웃 나라를 모욕한 사람이 자신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김치는 5000년 찬란한 중국 문화의 털끝에 불과”

김치 논쟁에 중국 공산당도 뛰어들었다. 공산당 중앙 정법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공식 위챗 계정 ‘창안젠(長安劍)’에서 “(한국은) 김치도 한국 것이고, 곶감도 한국 것이고, 단오(단오)도 한국 것이라 한다. 결국 사사건건 따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생긴 불안감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갖가지 피해망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창안젠은 이어 “우리가 (한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웃어넘길 수 있는 건 진정한 문화적 자신감과 힘 때문”이라며 “김치는 중국 5000년 찬란한 문화의 털끝(九牛一毛·아홉 마리 소에서 뽑은 털 하나처럼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멸시하면서도 ‘김치는 중국 음식’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양국 간 김치 논쟁이 이어지자, 지난 1월 20일 중국 외교부가 나섰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나는 식품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파오차이는 소금 등에 절인 발효식품의 일종으로 소수의 몇 개 나라와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에서는 이를 파오차이라 부르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김치’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은 서로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재료나 맛, 요리법 등은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식 차원에서 ‘파오차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익하고도 우호적인 교류가 진행되는 것을 지지한다. 반대로 이 사안에 편견을 이입시키지 말아야 하고 대립을 조장하며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의 발언은 양국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화 대변인은 ‘파오차이’는 여러 나라와 지역에 있는 음식이라고 했고, (‘김치’가 아니라) ‘파오차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익하고도 우호적인 교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즉 중국 대변인은 ‘소금에 절인 발효식품’의 통칭으로 ‘파오차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치’는 ‘파오차이’의 한 종류이자 하위 개념이 될 수 있다. 이는 한국 ‘김치’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논리다. 화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언론매체나 유튜버, 방송인에 의해 야기된 ‘김치 갈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 없이 ‘편견의 개입과 대립의 조장은 안 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민의 정당한 반론을 ‘편견의 개입’ 내지 ‘대립의 조장’으로 몰아 양국 간 논쟁에서 명분의 우위에 서려는 외교전략이다.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 음식은 중국 것”

중국 유튜버나 방송사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 선전매체(환구시보)와 당 정법위, 정부(외교부)까지 나서 김치에 대한 자국의 주장을 반복,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각각의 일들은 서로 아무 연관성 없는 개별사건일까, 아니면 그 속에 흐르는 일관된 ‘의도’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미 ‘우리의 역사’를 빼앗으려 한 전력이 있고, 그 우려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1983년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에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약칭 邊疆中心)’이란 조직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변강중심은 2002년 2월 연구소 내에 ‘동북변강역사 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 現狀系列硏究工程)’이란 5년(2002~2006년)짜리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이것을 줄여 ‘동북공정’이라 부른다. 중국은 2006년경 사실상 이 연구를 마무리했으나, 한국 정부와 국민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덮어두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한 목적은 동북 3성의 역사적 연고권(緣故權)을 확실히 해둠으로써,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영토분쟁과 국경분쟁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남북한이 통일되어 한반도에 강대한 국가가 탄생하면, 옛 고구려 영토였던 만주 지역의 고토를 회복하려 할 수도 있으므로, 고구려사를 아예 중국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그런 분쟁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또 고구려사가 중국사가 되면,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와 조선도 자연스럽게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흡수된다. 누가 봐도 한민족의 역사인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가관과 역사관이 필요했다.

중국은 1990년대 국가통합과 영토보전을 위해 만들어낸 새로운 국가관, 즉 ‘통일 다민족국가(統一多民族國家)’란 개념으로 그것을 해결했다. 중국은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漢族)만의 나라가 아니라, 한족이 중심이 되고 55개 소수민족이 통일적으로 결합된 국가라는 개념이다. 중국의 역사도 한족만의 역사가 아니라 소수민족의 역사까지 포함한다는 관점으로 바뀌었다. 이 역사관이 무서운 이유는,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 모든 소수민족의 역사도 중국의 역사로 본다’는 점이다. 역사의 판별 기준이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있느냐’ 여부가 된다. 중국을 정복한 칭기즈칸의 역사도, 오랜 기간 독립 국가였던 티베트의 역사도, 그 무대가 대부분 현재 중국 영토라는 이유로 모두 중국 역사로 간주한다. 고구려가 존재했던 지역의 상당 부분이 동북 3성이었고 동북 3성은 현재 중국 땅이므로 고구려 역사도 ‘중국의 역사’라는 논리가 탄생한다. 고구려사가 중국의 역사가 되면, 평양 이북의 북한 땅도 중국 역사의 강역(疆域)이 된다. 중국은 언젠가 국제 여건이 무르익으면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실에서 먼지 쌓인 ‘동북공정’ 연구 결과를 끄집어낼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한·중 간에 ‘고구려사’에 대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통일 다민족국가관에 따르면,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하나이므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도 ‘중국 것’이 된다. ‘김치 논쟁’과 ‘동북공정’이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동북 3성의 역사가 중국 역사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도 중국 것이 되고, 결국 ‘파오차이’도 중국 것이 된다. 랴오닝성 방송국 아나운서 주샤가 “김치 혹은 파오차이는 조선족이라는 한 소수민족의 전통 음식일 뿐”이라고 한 것은 이런 인식을 담고 있다. 공산당 정법위도 “김치는 중국 5000년 찬란한 문화의 털끝”이라고 했다. 민족과 역사와 문화를 한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다. ‘동북공정’과 ‘김치 공정’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치뿐만 아니라 한복도 ‘중국화’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중국 게임회사의 한복 캐릭터 논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 네티즌은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의상이니 중국 옷이다”라거나 “중국 명나라 의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방치하면 국제적으로 한복은 중국 옷으로 인식된다.

문화 주권 지키려면 침묵해선 안 된다

동북 3성의 조선족은 19세기 말~20세기 초 한반도에서 건너간 한국 동포들이고, 그들이 가진 문화 역시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자국 내 200만 조선족의 존재를 이용해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까지 ‘중국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가히 ‘21세기의 문화 제국주의’라 할 만하다. 역사와 문화를 빼앗으면, 그다음은 영토와 사람이다. 이는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이 깨지고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면, 중국은 그런 유혹을 받을지도 모른다.

중국 외교부와 달리 한국 외교부는 양국 간 김치 논쟁에 대해 일언반구 대응이 없다. 국제법상 본국과 관련된 타국의 행위에 대해 침묵하면, 타국의 행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침묵은 묵인이 되고, 묵인은 인정이 된다. 중국 외교부가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결연히 반대한다”든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남기는 까닭은, 그것이 쌓여 훗날 자국의 국익을 지키고 권리를 확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김치’로 상징되는 우리 문화 주권을 지키려면, 지금처럼 침묵해선 안 된다.

지해범 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