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1억 3000만명을 넘어섰다. 세계 곳곳에서 백신 투약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여전하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크다. 만성질환자들은 치료를 받거나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코로나19 대응팀의 연구결과 만성질환자의 코로나19 치명률은 일반 환자의 6.5배였다. 신장질환자의 경우 치명률이 일반 환자에 대비 13.7배까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4차산업 핵심기술인 드론이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만성질환자와 교통 인프라와 의료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첨병으로 활약하며 그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스타트업 짚라인(Zipline)은 향후 미국에서 백신 및 만성질환자를 위한 의료용품 드론 배달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짚라인은 이미 2016년부터 드론을 이용해 아프리카 현지 클리닉에 의료용품을 전달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르완다의 병원과 보건소에 혈액과 의료용품을 배달해왔으며, 지난해 2020년부턴 가나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현재 르완다에 2개, 가나에 4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이 서비스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고 냉장차량이 부족한 지역에서의 의료용품 수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현지의 의사들이 휴대폰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평균 30분 안에 드론이 약 80km 이내의 거리를 날아와 물품을 배달한다. 이 의료용품 수송용 드론은 무게가 거의 1.8킬로그램에 달하는 패키지를 운반할 수 있다. 배달지점에 도착한 드론은 종이 낙하산을 이용해 지정된 장소에 물품을 떨어뜨린다. 작은 비행기 모양을 한 짚라인 드론의 운항 속도는 시속 101km이며, 최고 128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동체 길이는 2m, 날개 길이는 3.4m이며, 0.5초 안에 시속 60km로 이륙한다.

짚라인은 지금까지 홍역, 소아마비, 기타 질병 치료에 필요한 혈액, 중요 의약품, 백신 등을 6만 개 이상 공급했다고 밝혔다. 현재 짚라인은 르완다, 가나 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노력도 지원하고 있다. 당초 일반의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진단 시료까지 배송 품목에 포함시켰다.

짚라인은 올해 안에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만성질환자 등 환자들이 집에서 수혈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내에서도 의료용품 배달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짚라인의 공동 설립자 켈러 리나우도 CEO는 지난 3월3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발발로) 갑자기 병원 네트워크와 의료 시스템의 범위를 사람들과 더 가까이 확장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우리는 머지 않아 코로나19 제품을 대량으로 비축해 병원과 보건 시설에 즉시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만성질환자의 안전과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나우도 CEO는 미국 상업공간에 대한 비행 인증을 받기 위해 미 연방항공청(FAA)과 1년 넘게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이미 캘리포니아에 테스트 시설로 사용하는 두 곳의 물류 센터를 보유 중이며, 드론이 항공기 인증을 받는 즉시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어도 올해 연말 안에는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라인측은 밝혔다. 리나우도 CEO는 “코로나19는 우리 미래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며 “드론을 활용해 보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짚라인의 기업가치는 2021년 현재 12억5000만달러로 평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아프리카 가나, 르완다 물류센터 등지에 직원 300명을 두고 있으며. 골드만삭스가 주요 투자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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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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