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총리. ⓒphoto 뉴시스
지난 4월 16일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스가 총리. ⓒphoto 뉴시스

지난 4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우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로 일본의 스가 총리가 초청받았다는 것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보통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는 영국 등 유럽의 전통 우방국 혹은 캐나다, 멕시코 등 이웃 국가 지도자들이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최고지도자를 제일 먼저 만난다는 것은 이제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했으며, 미국이 그 핵심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음을 시사하는 상징으로 이해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정상회담 결과였다. 당초 일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유화적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미국 또한 일본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여, 대중국 대응을 모호한 수준에서 타협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있었다.

52년 만에 공동성명에 등장한 ‘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바이든·스가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예상보다 강도 높은 표현을 다수 담고 있었다. 미·일 양국은 중국을 직접 지칭하면서 중국이 규범 중심의 국제질서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였다. 또한 동중국해에서 그 어떤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영유권 주장 및 활동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미·일 양국은 홍콩 및 신장웨이우얼의 인권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만 관련 입장이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과 일본이 1970년대 중화민국(대만)과 단교하고 중화인민공화국(현재의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대만’이란 두 글자는 일종의 터부였다.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만’이 언급된 것은 1969년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닉슨 미국 대통령과 발표한 공동성명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52년 만에 ‘대만’이란 두 글자가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도전(assertiveness)에 대해 미·일 양국이 통합(unity)으로 대응했다고 제목을 뽑았다. 한국 쪽 반응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칼럼니스트는 “일본이 중국을 버렸다”고 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모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이 이제 “앞뒤 안 가리고 미국 편에 섰다”고 했다.

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놀라는 반응은 일본에서도 나왔다. 다케유치 유키오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면서 중국의 보복조치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 중국은 격하게 반응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과 조어도(釣魚島)는 중국 영토이고, 홍콩과 신장웨이우얼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면서 미·일이 중국 내정을 간섭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4월 17일 자 사설에서 과거 2차대전 당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결성했던 3자 추축(Axis)에 빗대어, 미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추축을 형성했다고 했다.

진짜 중국과 각을 세우고 미국을 선택했나?

각국 정부와 언론들은 미·일 공동성명에 담긴 대중국 공세적 표현들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차분히 짚어 보면, ‘일본이 미국을 선택하고 중국에 각을 세웠다’라는 일도양단식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일 양국의 복잡한 계산의 윤곽을 읽을 수 있다. 미·중 경쟁 상황에서 미국의 반중국연대 동참 요구에 대응하는 일본의 고민은 무엇인가? 그리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우선 지적할 것은 내용 면에서 이번 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과거 공동성명들과 유사한 점도 많다는 것이다. 가령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거나 해당 해역에서의 강압적 현상변경 시도에 반대하는 내용들은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이 아니다. 국제법과 법의 지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 트럼프·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도 중국을 명시적으로 지칭하지 않았을 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국제법 규범에 대한 강조는 미·일 공동성명의 단골 메뉴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영유권 주장이 ‘불법적’이라고 명시된 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2016년 헤이그 중재재판소가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홍콩 및 신장웨이우얼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언급된 것 역시 전에 없던 새로운 표현이긴 하나, 홍콩과 신장웨이우얼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 관심 고조가 비교적 최근 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단지 중국 압박용으로 끼워 넣은 것이라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대만 문제의 경우, ‘대만’이란 두 글자가 52년 만에 언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을 국가로 언급한 것이 아니라 “대만해협(Taiwan Strait)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자연스레 ‘대만’이 언급됐다. 이는 최근 들어 중국이 대만 인근 해상에서 실탄사격훈련을 하는 등 대결적 행태를 고조시킨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문단을 꼼꼼히 읽어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 요청을 수용하면서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일본 외교관들의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성명문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중시한다”라는 문장 후반부에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구절이 삽입되어 있다. 또한 이 문단 끝부분에는 “미·일 양국은 중국과의 솔직한 대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직접 접촉을 통해(directly) 관심사를 공유할 의도를 재확인하며, 공통의 이익이 있는 영역에서 중국과 협력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라는 문장이 있다. 같은 문단에서 동중국해, 남중국해, 홍콩, 신장웨이우얼, 대만해협 등 관련 중국에 대한 공세적 표현이 나열된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 마지막 문장은 다소 생뚱맞다.

원안에는 없던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일본 측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문장은 미국 측 원안에는 없었다고 한다. 사실 ‘양안’이라는 표현 자체가 미국과 일본이 1970년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면서 중국과 대만을 아울러 지칭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China)’으로 부르면 자신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부르는 대만이 반발하니, 아예 ‘중국’ ‘대만’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양국을 지칭하기 위해 ‘양안’이라는 표현이 도입된 것이다. 즉 같은 문장의 앞부분에서는 ‘대만해협’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뒷부분에서는 ‘양안’이라는 전통적 표현을 씀으로써 일종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문단의 마지막에 나오는,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추측건대 공동성명 문안 협상 과정에서 막판에 일본 측 요구로 추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공동성명 최종 발표가 1시간 정도 지연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막판 문안 협상에서 미·일 간에 일본 측 요구 반영 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왜 일본 측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을까? 일본으로서는 중국에 공세적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이 발표될 때, 중국이 일본에 제기할 항의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전통적 표현인 ‘양안’을 추가하고, 인권문제 등과 관련해선 중국에 강도 높은 주문을 하면서도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 필요성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중국이 반발할 경우 따로 해명할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속내까지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이번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는 중국 압박을 위한 미·일 간 연대의 천명이라는 미국의 명분과 중국의 예상되는 반발을 가급적 회피하면서 당장의 현안 관련 득점을 추구하는 일본의 실리가 섞여 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미 회담 전부터 일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대중국 공동전선 동참을 강하게 요구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중국과의 막대한 무역 및 투자를 감안할 때, 섣불리 대중국 포위망에 몸을 싣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일본은 G7 국가 중 유일하게 홍콩이나 신장웨이우얼 관련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다.

‘구체적 역할’에 답 흐리는 일본

물론 일본의 소극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본 측은 답을 흐리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스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산케이신문 기자가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였으나 스가 총리는 원론적 답변만을 제시했다.

동맹국들과 함께 대중국 압박의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상징과 레토릭의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동시에 일본 측은 국내적으로 필요한 실리는 확실히 챙기는 모양새를 보여주었다. 우선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센카쿠제도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물론 이는 과거 오바마·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던 공약이지만, 국내적으로 외교적 업적으로 홍보하기에는 충분하다. 덧붙여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도쿄올림픽 개최 노력 지지 표명을 끌어냈다.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함에 따라 이미 도쿄올림픽 개최 의사를 밝힌 스가 정부로서는 도쿄올림픽 개최의 동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또한 스가 총리 방미 기간 중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 최고경영자와 직접 접촉하여 일본 국민 전체가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였다.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OECD 국가 중 최저인 가운데 백신 접종 부진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모두 현재 지지율 부진으로 부심하고 있는 스가 총리에게는 소중한 한 점 한 점이 될 것이다. 오는 10월 21일 중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늦어도 9월 중에는 중의원 총선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과시하는 동시에 센카쿠 문제, 도쿄올림픽, 코로나19 백신 등과 관련해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가는 것은 향후 총선 승리를 통해 장기집권의 포석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스가 총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실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 관련 언론에 표출된 초기 반응을 넘어서 공동성명문을 중심으로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면, 일부 언론, 전문가의 판단과 달리 ‘일본이 중국을 버리고 완전히 미국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향후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이 아시아가 될 것이고, 중국 견제가 핵심 관심사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과거 미·일 공동성명문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s)와 공통의 원칙(common principles)이라는 표현들을 여러 차례 써 가면서 일본의 동참을 유도했다. 앞으로도 미국은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동맹망을 구축하여 중국을 압박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실리 챙긴 스가

그러나 미국의 이런 구상에 대해 일본이 상징과 레토릭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의 차원에서 적극 참여를 결정하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본은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홍콩 및 신장웨이우얼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등에 대해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기는 하나,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실제 정치·경제적 자원을 소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향후 있을 수 있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여, 중국과의 협상과 대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공동성명에 반영시키려 노력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바꿔 말하자면 현재 스가 정부가 직면한 국내 정치적 수요에 따른 실리 추구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의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 요구에 상징적 차원에서 부응하기는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정책 차원에서 일본이 스스로 비용을 치러가며 반중연대 구축의 선봉에 설 생각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이런 모호한 태도의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1969년 사토 총리 방미 당시 닉슨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강경 방침을 천명하면서 일본으로 하여금 대만의 안보가 곧 일본의 안보라는 식의 강한 표현까지 미·일 공동성명에 명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2년도 못 가 미국은 전격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 전 일본은 미·중 비밀외교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1989년 천안문사태 때도 미국은 일본으로 하여금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도록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이면에서 당시 부시(아버지) 행정부는 중국과 비밀협상에 임하였고, 대중국 제재를 먼저 해제한 것도 미국이었다. 일본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강대국 외교에 ‘들러리’를 선 것이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어느 일본 정부 고위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보다 중국이 거리가 가깝고, 경제적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일본이 모든 면에서 미국에 동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다른 고위관료는 미국과 일본이 방향성은 같지만 미·중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일본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 중심 구조에 일본이 주니어 파트너로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일본 두 나라가 핵심을 구성하는 반중연대는 일본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표면적으로는 반중연대의 기치를 들고 있지만, 초강대국 외교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미·중 관계가 급변할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일본이 지금 현재 미국의 요구에만 부응하여 반중연대에 참여했다가 미·중 관계가 급변할 경우, 부정적 영향은 일본 혼자서 뒤집어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에 뒤통수 맞았던 경험들

물론 지역을 포괄하는 다자기구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일본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으로서도 만약 10여개 나라가 공동으로 중국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한다면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면서 그런 연대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EU(유럽연합)라든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자기구가 발달해 있는 유럽의 경우, 개별국가들이 다자기구를 통해 중국의 인권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제규범 준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중국의 반발 역시 개별 국가 수준이 아닌 다자기구 차원에서 흡수함으로써 개별국가는 중국의 반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는 중국의 반발을 완충해줄 다자기구가 없다. 일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중 경쟁은 이제 국제정치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가치와 공통의 원칙을 내세우며 대중국 압박에 동참해 달라는 미국, 그리고 방대한 국내 시장과 점증하는 군사력을 무기로 반중연대를 돌파하고 세력권을 확대하려는 중국. 그 사이에 낀 일본의 고민은 일본만의 고민이 아니라 미·중 경쟁 시대에 미·중 간 양자택일을 강요당하는 모든 나라의 고민일 것이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나라들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5월 방미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도 스가 총리에게 구사했던 것과 유사한 압박을 가해올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난 일본의 고민을 깊이 연구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려 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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