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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2657호] 2021.05.10

백신 수출국 인도발 대유행,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 지난 4월 30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한 화장터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유족들이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동안 희생자들의 시신이 화장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인도의 수도 델리에 사는 안슈 프리야씨는 시아버지에게 필요한 의료용 산소통을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집 인근을 헤맸다. 의료용 산소는 공기를 압축해 냉각한 상태에서 산소를 액화가스 형태로 보존한다. 호흡기 질환 환자 치료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혈액 내의 산소 포화도가 낮아 의료용 산소가 필요하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몸 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델리와 근교에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다. 이미 인도 전역에서 하루 감염자 수가 40만명이 넘었고 하루 3500명 안팎으로 사망하고 있다. 병원들은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빈 병상도 없고 의료용 산소는 부족하다. 환자가 너무 많아 CT나 X선 검사, 혈액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최악의 상황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인도는 의료용 산소 부족이 심각하다. 델리의 병원조차 산소 고갈에 직면하며 정부에 SOS를 보낸다. 산소가 부족한 지방에는 공군이 동원돼 비행기로 산소를 수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야씨가 결국 갈 곳은 암시장이다. 6000루피(약 9만원) 정도 하는 의료용 산소통 하나는 암시장에서 5만루피(약 7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0배에 가까운 가격을 지급해서라도 가족을 구하려는 그녀의 곤경은 인도에서 드물지 않다. 국가 보건 시스템은 이미 마비돼 환자는 병원이 아니라 가족이 돌봐야 한다. 그나마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개인 간호사를 고용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지금 인도에서는 “현관까지 바이러스가 다가왔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바이러스는 국경이나 국적, 연령, 성별, 종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래도 특히 인도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전 세계를 곤란하게 만든다. 이미 소셜미디어(SNS) 피드에서 ‘인도’를 검색하면 산소와 침대가 없는 병원, 엄청난 시신의 화장,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끔찍한 모습들로 가득 차 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사망자 수가 2배에서 5배 정도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상황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건 더욱 인도를 절망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보건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감염 건수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 감염병 전문가이자 인도계 캐나다인인 프라바트 자 토론토대 박사가 개발한 모델은 이미 인도 내 실제 감염 건수가 10배 이상 높을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럴 경우 약 2억명의 확진자가 인도 내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도는 세계 모두와 긴밀히 얽혀 있다. 가깝지 않은 나라로 여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당장 인도발 대유행은 세계 각국이 얼마나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지를 증명했다. 한 나라가, 그것도 인구 14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나라가 전염병의 파도를 정면으로 맞으면 지구상 그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다. 이미 인도발 바이러스를 함께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세계에 넘쳐난다.
   
   인도발 코로나19 파도는 이미 인접국 보건 시스템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인도 북동부와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네팔은 원래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점점 줄어들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미만이었다. 숫자의 변화는 4월 중순부터 발생했다. 인도에서 확진자 수가 늘자 네팔의 확진자 수도 치솟았다. 지난 5월 5일 국제적십자사는 “네팔은 한 달 전보다 57배나 많은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고 검사 인원 중 44%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5월 4일 하루 동안 네팔의 신규 확진자는 7587명이었고 사망자는 55명이었다.
   
   확진자는 주로 수도인 카트만두와 인도와 맞닿은 국경도시에 집중돼 있다. 네팔 정부는 확진자 수의 증가를 인도에서 돌아온 네팔인들에게서 찾고 있다. 인도 동쪽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다. 3월부터 발병률이 급증하기 시작해 4월 초에는 이전의 상황을 크게 웃돌면서 확진자 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 인도의 보건 시스템 붕괴가 가까워지면서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는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가 먼저” 백신 최대 공급지의 변심
   
   이들 인접국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사회적 통제가 단단하지 못하다. 백신을 접종하는 것 외에는 해결법이 마땅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백신을 인도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 푸네에 위치한 세럼연구소(SII)는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처로 아스트라제네카를 전 세계에 보급한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의 가장 큰 공급업체가 세럼이다. 우리 정부 역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을 때, 많은 전문가는 인도가 개발도상국의 백신 구세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개발된 5개의 백신 중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최소 3개 기업에서 생산하는 백신이 지난해까지 인도 제약업체에 생산을 허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도가 어떻게 팬데믹을 이기고 백신 수출로 다른 나라들을 구할 수 있는지를 자랑했다. 당시만 해도 코백스가 세럼연구소와 최소 2억명분에 달하는 백신을 계약했던 때라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인도의 백신은 자기 자신을 우선 보살피느라 바쁜 고소득 국가들과 경쟁할 수 없는 저소득 국가들의 몫이다. 이 흐름을 지지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럼연구소가 시설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3억달러를 지원했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는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코로나19 백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나라가 없도록 도와준다”고 평가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세럼연구소는 지난 4월 21일 기준으로 95개국에 6620만개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했다. 이중 코백스에 1980만개가 먼저 공급됐다. 인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저소득 국가에 1070만개의 백신을 보냈고 세럼연구소가 상업적 계약을 맺은 여러 국가에 3570만개를 판매했다. 자국민에게 제공한 5600만개의 백신보다 더 많은 양을 해외로 보낸 셈이다.
   
   하지만 인도의 코로나19 웨이브는 모든 걸 바꾸고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창궐한다는 건 인도산 백신의 우선공급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걸 뜻한다. 가장 큰 백신 생산국이 자국 접종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하자 저소득 국가들은 이미 코너에 몰렸다. 인도 정부는 45세 이상의 모든 인도인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능한 많은 인도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백신 수출국 숫자와 수출 물량 자체가 4월 초부터 급감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세럼연구소가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보다는 거의 전량을 인도 내로 우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백신의 수출금지 조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비상사태에 대처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모든 걸 사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의 목표는 최소 4억명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건데, 이럴 경우 저소득 국가들에 중요한 백신 공급원인 코백스의 프로젝트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주요 백신 공급지는 4곳. 인도보다 많은 백신을 생산하는 곳은 자국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백신의 효과를 의심받는 중국뿐이다.
   
   
▲ 세계 최대 백신 생산기지 중 하나인 인도 세럼연구소에서 만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량이 최근 들어 급감했다. photo 뉴시스

   “인도 변이? 이전 면역력을 압도하고 있다”
   
   철저하게 막더라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는 싱가포르에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제 아랫단을 떠받치는 이주노동자 약 30만명은 대부분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왔다. 그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내린 조치 때문에 가혹할 정도로 하루하루 갇힌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지난해 4월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이동권에 제한을 받는다. 업무를 위한 이동 외에는 숙소를 벗어날 수 없다.
   
   가혹한 통제 속에서도 싱가포르는 변이를 완전히 틀어막는 데 실패했다. 인도에서 처음 출현한 코로나19 ‘이중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을 감염시킨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4일 싱가포르 보건부는 10건의 인도발 이중변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로렌스 웡 재정부 장관은 “새로운 변종과 감염 사례가 남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확산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전 세계 20개국에서 발견됐다. 인접국을 넘어 미국, 영국, 스페인, 폴란드 등에 상륙했고 가장 최근에는 아프리카 케냐에 도달했다. 국내에서도 발견됐는데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월 4일 0시 기준으로 인도 변이가 확인된 사례가 33명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미 코로나19 변이에 익숙하다. 남아프리카에서도 확인됐고 영국이나 브라질에서도 변이를 발견했다.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인도 변이가 일정 부분 인간 세포를 더 수월하게 감염시키고 항체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의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인도에서 채취한 유전자 배열 표본의 38%가 두 가지 돌연변이를 포함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이중변이’를 ‘B.1.617’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인도는 집단면역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 항체를 검사한 연구에서 인도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 인구의 50% 이상이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았기에 인도인들이 어느 정도 자연적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한 게 아닌가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당시 연구진은 시나리오를 통해 인도 전국적으로 이미 약 2억7100만명의 사람이 감염되었다고 추정했다. 인도 인구 14억명 중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따라서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인도 내 확진자 추세가 앞으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낙관론이 폐기됐다. 사례 급증의 다른 원인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인도 변이가 주목받게 됐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인도의 새로운 변종을 연구하고 있다. 무엇이 확진자 급증을 유발한 주요 원인인지를 판단할 정보가 충분하진 않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B.1.617’을 경계한다. 감염병 전문가인 크리스 머레이 미 워싱턴대 교수는 인도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확진자 사례가 목격된다는 것이 “일부 인구의 자연 감염으로 생긴 과거 면역력을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B.1.617’이 확산의 주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진단한다.
   
   특히 인도의 환경은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에서 몇 달 동안 감염을 계속 유지하며 변화를 겪기에 좋은 조건이다. 밀집된 거주지에 많은 사람이 뒤섞이는 건 과거에 감염됐더라도 다시 재감염되는 사례들을 만든다. 바이러스가 면역 반응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인 셈인데 이럴 경우 변종들은 더 강한 모습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인도 변이 스파이크 단백질 변화시켜”
   
   문제는 이런 변이가 백신에 끼칠 영향이다. 지난 3월 9일 의학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된 논문은 이 변종이 L452R이라는 돌연변이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을 부분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지적했다. 4월 5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된 또 다른 논문은 “L452R 돌연변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면역 체계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논문들이 말하는 건 바이러스가 기존의 항체에 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까지 예비 연구의 단계이며 L452R과 같은 돌연변이가 바이러스를 더 치명적으로 만드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세계 각지에서 인도의 상황을 주시하고 인도에 지원의 뜻을 내비치는 건 보건의료적인 측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미 인도의 팬데믹을 경제적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많은 미국 기업이 백오피스 운영을 위해 수백만 명의 인도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주 서비스를 인도에 두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인건비에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을 내세운 인도는 백오피스로 거둬들이는 연 수익이 약 2000억달러(225조원)에 달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 전역에 지사 혹은 위성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떠나 인도의 혼란을 재빨리 막는 건 실리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미 상공회의소와 약 40개 기업의 CEO들이 의료품 등의 현물을 인도에 제공하기 위해 대책본부까지 만든 이유다.
   
   각자도생하며 코로나19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던 시류가 계속 이어지던 상황에서 인도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명제가 옳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아메시 아달자 존스홉킨스대학교 감염병학 박사는 “만약 이 전염병이 모든 나라에서 통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백신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디게 퍼지는 백신보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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