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서부 레 트화-무티에 지방의 오래된 성 ‘샤토 드 라 모테 샹드니에’(Château de la Mothe-Chandeniers). 프랑스의 오랜 귀족 가문인 보세이 소유였다. 이 성은 전쟁과 화재 등을 겪으며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는데 2017년 ‘달타냥’이 이 성의 소유권을 인수한 뒤 복원해 대중들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달타냥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실존인물. 그의 이름을 딴 21세기의 ‘달타냥(Dartagnans.fr)’은 문화재를 인수해 복원하는 스타트업이다. 19세기 이전에 지어진 수많은 성과 궁전, 호화주택들이 접근성이 떨어져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재정난 등으로 방치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프랑스인 친구 두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2014년부터 시작한 달타냥의 ‘샤토 챌린지(chateau challenge)’는 버려진 성을 사들여 역사적 가치를 보존한다. 이후 챌린지의 대상을 성에서 오래된 궁전·주택, 유적으로 확대해왔다. 달타냥은 고성을 복원하고 관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성을 둘러싼 지역 경제의 활성화까지 도모한다. 샤토 챌린지엔 관광객을 유치하고, 나아가 인근 교통 인프라 구축, 유기농산물 재배를 통한 지역 경제 재활성화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달타냥의 주무기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프로젝트별로 크라우드 펀딩을 조성해 자금을 모집하고 단순주식회사(SAS)를 세워 투자자에 지분을 분배한다. SAS는 일종의 유한책임회사로, SAS 주주가 되면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큼의 권리를 대표자에 위임할 수 있다. 이렇게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복원한 성의 소유권·이용권을 준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평생 무료입장, 고성 프레스코에 이름 각인, 고성 운영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들의 프로젝트에 157개국 15만 명의 투자자가 참여해왔다.

2017년 12월 크라우드 펀딩을 조성했던 ‘샤토 드 라 모테 샹드니에’ 프로젝트의 경우 1만8600명이 최소 50유로씩 투자, 모금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총 160만유로(약 21억9000만원)의 모금에 성공한 바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던 이들은 성의 평생 이용권을 받았다. 폐허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이 성은 복원을 거친 후 지금까지 1만5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 관광명소가 됐다.

달타냥이 최근 성공적으로 모금을 마친 샤토 챌린지 프로젝트는 프랑스 고성 ‘샤토 드 비브락’이다. 프랑스 중서부 코냑 지방에 위치한 이 성의 최종 모금 목표는 60만유로(약 7억7400만원). 현재 총 65만4801유로(약 9억)로 모금이 종료됐는데, 96개국 7334명이 참여했다. 현재 복원을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든 상태다. 투자자는 평생 샤토 비브락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영지 한쪽 농장 일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달타냥 창립자인 로멩 델라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고성은 100년 이상 버려진 금덩어리 같다”며 “역동적인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달타냥의 온라인 홈페이지(dartagnans.fr/)에 방문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으며, 복원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6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현재 8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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