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진먼다오가 수입을 타진 중인 중국산 시노팜 백신. ⓒphoto 신화·뉴시스
대만 진먼다오가 수입을 타진 중인 중국산 시노팜 백신. ⓒphoto 신화·뉴시스

대만 본섬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누적확진자 ‘0명’의 진먼다오(金門島)는 아예 독자방역 전선을 꾸리고 있다. 비록 대만에 속했지만 중국 대륙과 불과 4㎞가량 떨어진 진먼다오는 과거 중국과 치열한 포격전을 벌인 곳이다. 양안(兩岸) 관계가 회복된 이후에는 중국 대륙과 처음으로 ‘소삼통(小三通, 통우·통상·통항)’을 실시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만 본섬을 통한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의 방침과 어긋나는 독자방역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21년간 대포알을 주고받았던 중국과 밀접해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18일에는 진먼다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중국산 백신 구입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해 대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섬 전체 인구가 14만명가량인데, 확보된 백신이 최대 800회분(2회 접종 기준 400명분)밖에 없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진먼다오의 호소다. 이에 중앙정부를 향해 “우리가 대안(對岸·중국 본토)에서 국제적으로 허가된 백신을 구입하는 데 동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국제적으로 허가된 백신’은 지난 5월 7일 WHO(세계보건기구)가 긴급승인한 중국산 ‘시노팜’ 백신을 뜻한다.

진먼다오의 이런 요청은 지난 5월 17일 중국 대만사무판공실에서 “대만 동포들이 중국산 백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운을 띄운 데 대한 호응이라고 볼 수 있다. 진먼다오의 이 같은 요구에 대만 위생복리부 측은 “관련 법상 중국산 혈청, 혈액제제나 백신은 수입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다. 천스중(陳時中) 위생복리부장(장관)도 “지방정부가 중국산 백신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청서를 제출하고 합격한 제품이라고 판단되면 중앙정부가 통일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제한된 데이터와 분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산 백신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진먼다오는 섬으로 들어오는 공항과 항구에 코로나19 신속검사대를 설치하는 건으로도 중앙정부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섬으로 들어오는 모든 유증상 입도객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검사대를 임의로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신속검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온 중앙정부는 일치된 방역기준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4일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이에 진먼다오 지방정부가 강경하게 항의하자 이튿날인 5월 26일 신속검사대를 재설치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

급기야 대만 정부도 지난 6월 1일부터 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 공항과 항구에서 진먼다오 등 도서지역으로 향하는 14일 이내 유증상 탑승객을 상대로 신속검사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진먼다오는 아예 6월 1일부터는 입도객 신속검사를 의무로 바꾸고 거부 시 최대 1만5000대만달러(약 6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진먼다오의 방역 독립은 야당인 국민당 소속 지자체장이 주도하고 있다. 대만의 최전선인 진먼다오는 주민 중 전역 장병이 많아 국민당의 전통적 아성(牙城)이다. 중국 정부 역시 지난 5월 27일 적십자회를 통해 진먼다오에 중국산 백신을 기부할 뜻을 밝히는 등 민진당의 가장 약한 고리를 흔들고 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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