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플로트니크(Joshua Plotnik) 박사는 아시아코끼리 인지능력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미국 뉴욕 헌터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육체적·사회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동물의 인지능력이 진화, 발전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코끼리가 주된 연구 테마다. 지난 15년간 행한 태국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아시아코끼리 인지능력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학계에 발표해 왔다. 심리, 인식, 인지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중국의 코끼리 대이동을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플로트니크 박사와 이메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 이번 코끼리 대이동 뉴스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음식이 부족하면 몇 마리씩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15마리나 되는 대가족이 500㎞나 떨어진 곳까지 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중국 내 친구를 통해 알아보고 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면밀히 연구 중이다.”

- 이 코끼리들이 뭘 원한다고 보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코끼리 연구에 기초해 볼 때, 왜 거주지에서 떠났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현지의 식량, 물, 환경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내막은 아무도 모른다.”

- 코끼리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듯하다. “물론이다. 이동 중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농부가 자기 밭에 못 오도록 하고, 관광객들이 사진도 찍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긴다. 앞으로 인구밀집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코끼리만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도 스트레스가 심할 것이다.”

- 이동 중 코끼리 두 마리가 술을 마시다가 대열에서 이탈했다고 하는데, 코끼리가 술을 마실 수 있나. “과학적으로 볼 때 코끼리는 알코올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 알코올이 든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술에 취해 대열을 이탈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갑자기 고칼로리 음식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과정에서 이탈했을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스트레스도 많고 피곤해서 혼자 멀리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코끼리가 술에 취해 도중에 주저앉았다는 얘기는 과학적 검증 없이는 증명하기 어렵다.”

- 코끼리의 오감 능력을 인간과 비교하면. “내가 연구하는 중심 테마지만, 코끼리는 후각·청각 능력이 아주 특별하다. 청각의 경우 아주 멀리 떨어져도 교신할 수 있고 특유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듣기 어려운 주파수지만, 코끼리끼리는 다양한 감정과 표현이 가능하다. 후각도 아주 특별하다. 과일이나 인간 냄새를 멀리서도 파악할 수 있다. 오감 능력이 아주 특별한 동물이다.”

- 코끼리가 누워 잠자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코끼리는 밤에 몇 시간 그냥 선 채로 잠을 잘 수 있다. 누워서 잠자는 것도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 함께 잠자는 모습이 영상으로 전해졌지만, 옆으로 누워 잠을 잔다는 점에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어린 코끼리가 몸부림을 치는 것을 봤지만, 코끼리는 잠을 자면서도 자식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가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안다.”

-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의 차이가 뭔가. “아프리카코끼리는 귀가 둥글고 크다. 몸도 더 크다. 아시아코끼리의 최대 문제는 멸종 위기다. 현재 약 3만5000마리에서 5만마리 정도로 추정하는데, 40만마리가 넘는 아프리카코끼리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인간 거주지가 확장되면서 아시아코끼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같은 상황의 결과다.”

- 코끼리의 수컷·암컷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코끼리 생태계에서 수컷이 가족의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에 기초해 움직인다. 보통 가장 나이가 많고, 현명한 암컷 코끼리가 가족 전체를 지도한다. 수컷 코끼리는 번식기나 작은 그룹에 속해 있을 때에 한해 힘을 발휘한다. 현재 이동 중인 코끼리 무리에는 수컷이 두 마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주 희귀한 경우다. 두 마리 수컷의 존재야말로, 원인도 방향도 모른 채 진행되고 있는 코끼리 이동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 코끼리와 인간의 공존은 가능한가. “물론이고,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공존을 위해서는 코끼리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인간의 영향력을 최소화해 적절한 공간과 충분한 음식을 통해 생존을 도와줘야만 한다.”

- CNN은 코끼리 대이동을 인재라는 차원에서 보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끼리 리더의 잘못으로 몰아가는데.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중국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코끼리 무리 지도자의 오판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 물, 나아가 인간이 이유가 아니라면 500㎞에 이르는 엄청난 여정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내 판단이지만, 중국 내 사람들의 행동과 제한된 음식 같은 것이 장거리 집단이동의 주된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이유는 그 누구도 모른다.”

- 중국의 상아 밀무역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코끼리의 생존에 관련된 것으로, 상아 밀거래는 아주 큰 문제다. 현재 벌어지는 코끼리 이동은 (상아 밀무역과 관련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확산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상아 밀무역을 중지시킬 수 있는 최대의 방안은 교육과 더불어,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강력한 법 시행에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프리카코끼리 상아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코끼리도 함께 여행 중인데 신체적으로 가능한가. “연장자인 암컷 코끼리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하다. 동물 전체를 통틀어 코끼리의 가족애는 아주 특별하다. 어린 자식에 대한 도움이나 지원 없이는 절대로 안 움직인다.”

- 이번 코끼리 이동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 정부, 지역민, 동물학자들 사이의 원만한 협조관계에 아주 놀랐다. 드론을 띄워 이동 중인 코끼리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를 안 주는 범위라면 괜찮다. 코끼리 대이동의 핵심은 ‘왜 거주지를 떠났는가’라는 점이다. 다시 돌려보낼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 행동이 곧 나타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음식, 물, 그리고 생존할 공간을 충분히 보장해줘야만 한다. 만약 알맞은 공간이 제공된다면 두 번 다시 대이동에 나설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내가 보기에 코끼리들 모두가 드론에 대해 아주 익숙한 듯하다. 안정된 공간이 확보될 때까지 드론을 통해 잘 관찰해야만 한다.”

- 인간이 지구상 코끼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인간은 야생 코끼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만 한다. 사실 말하기는 쉽지만 구체화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현지 지역민의 동의와 관심이 ‘변함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수준의 코끼리 생존 상태를 유지하려면 그 같은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교육, 법적 제재, 안전한 주거공간에 대한 논의가 중단 없이 지속돼야만 한다.”

- 코끼리 보호와 관련해 중국과 아시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나는 15년간 태국에서 아시아코끼리에 대해 연구해 왔다. 태국인과 함께 코끼리 보호, 인간과의 충돌 방지에 대해 연구한 것이 자랑스럽다. 태국·인도·중국·스리랑카·미얀마 (코끼리 보호지역 내) 현지 주민들은 코끼리는 물론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참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코끼리가 서로를 이해하며 공존한다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나 인간과 코끼리의 공존을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시행 중이다. 생존해 있는 아시아코끼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수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의 노력과 협조가 한층 더 필요해질 것이다. 서로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 아시아코끼리 모두를 잃게 될 것이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비극이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