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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호] 2021.07.12

러·체코 갈등 불붙인 7년 전 폭파 사건의 진실

▲ 2014년 폭발사건이 벌어진 체코 북부 모라비아 지방 브르베티체의 탄약고 터. 대형 폭발로 초토화돼 복구에 7년이나 걸렸다. photo rferl.org
러시아와 체코가 2014년 체코에서 발생한 탄약고 폭발사건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체코는 지난 4월 7년 전 벌어졌던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물어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추방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에 2550만유로의 배상금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폭파된 체코 탄약고에 있던 무기와 탄약은 불가리아의 무기상 에밀리안 게브레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판매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GRU 요원들은 체코 탄약고 폭발 직후 게브레프 독살도 시도했다. 이 때문에 당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 중이던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폭파공작을 저질렀다고 국제조사기관들과 서방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사건은 2014년 10월 16일 체코 북부 모라비아 지방의 도시 브르베티체에 있는 탄약고에서 발생했다. 58t이나 되는 탄약이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인해 현장에 있던 체코인 관리인 2명이 즉사했다. 또 추가 폭발을 우려해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두 달 후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탄약고에서도 13t의 탄약이 폭발했다. 체코의 민영군수업체인 ‘IMEX’가 국영기업으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하던 사고 현장에는 무기고와 탄약고들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대한 복구작업은 추가 폭발 우려 때문에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고, 체코 당국은 7년이 지난 올 초에야 복구작업을 완료했다.
   
   체코 정부는 지난 4월, 7년간의 수사 끝에 러시아 군정보기관 GRU 공작원들이 폭파작전을 저질렀다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체코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외교관 자격으로 근무하던 러시아 정보기관원 18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지난 4월 17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보당국의 수사 결과 “2014년 브르베티체의 탄약고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을 GRU의 29155부대원들이 저질렀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만드는 ‘분명한 증거’에 따라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폭발로 인해 “엄청난 물적 손실을 입었으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심각하게 위험에 빠뜨리고 혼란을 초래했다. 특히 무고한 두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 가족들의 아버지를 잃게 했다”고 말했다. 바비시는 체코공화국은 주권국가로서 “조사결과에 합당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얀 하마첵 체코 내무장관은 러시아대사관의 외교관들 가운데 정보공작원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모두 48시간 내에 체코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체코 경찰은 같은 날 여러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시로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러시아 공작원 2명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체코 정부는 본명이 알렉산드르 미슈킨과 아나톨리 체피가인 이들이 파괴공작을 직접 수행했다며 그들의 상관과 공범들도 적시했다. 이 러시아 요원들은 2018년 영국에서 러시아의 망명정보원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를 상대로 독극물 노비촉을 사용해 독살을 시도한 혐의자들과도 일치한다.
   
   
   체첸전쟁에서 단련된 요원들
   
   GRU에서 해외공작을 담당하는 29155부대는 모스크바 동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요원들은 체첸과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로 단련된 사람들이다. GRU 내에서도 29155부대에 관한 사항은 비밀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9155부대로 알려진 집단은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되어 왔지만 서방에 드러난 것은 최근이다. 서방의 정보관리들은 그 부대가 어떻게 동원되는지 모르며, 그 요원들이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전혀 모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이 부대를 지휘하는 인물은 소련 시절 우즈베크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사관학교를 나온 안드레이 아베르야노프 소장이다. 그는 1·2차 체첸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데 2015년 러시아연방 영웅 훈장을 받았다. 아베르야노프는 2017년 딸의 결혼식 때 부대원인 아나톨리 체피가와 함께 사진 촬영한 것이 서방 측에 포착되었다.
   
   국제적 조사기관인 ‘벨링캣’과 체코 경찰, 독일 등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탄약고 폭파 공작에는 최소한 6명의 GRU 29155부대원이 동원되었다. 29155부대의 지휘관인 안드레이 아베르야노프 소장도 직접 공작에 참여했다. 그는 자신의 성(姓)에서 한 글자만 바꾼 ‘오베르야노프’라는 가명으로 항공권을 구입했다. 또 29155부대 요원인 알렉산드르 미슈킨 박사와 아나톨리 체피가 대령도 스포츠영양제 판매원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시로프라는 가명으로 티켓을 사는 등 이들 중 상당수는 신분을 위장한 채 움직였다. 공작원 5명이 중부유럽에 집결한 것은 10월 11일. 체피가와 미슈킨은 이날 프라하에 도착해서 호텔에 체크인 후 구시가에서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체코 입국 당시 그들은 루슬란 보시로프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라는 가명으로 된 위장 여권을 사용했는데 나중에 영국에서 벌어진 스크리팔 독살 사건 당시에도 이 여권을 사용했다.
   
   그들의 여행 목적은 사업차 브르베티체 탄약저장고를 방문하는 것으로 사전에 예약도 했다. 사업상 이유로 탄약저장고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사전에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도착시간을 지정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여권 사본을 보내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체피가와 미슈킨 두 사람의 이메일에는 메타데이터가 모두 지워져 있어서 여권 사본을 어디서 보냈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그들이 브르베티체에 이메일로 보낸 여권은 체코 입국 당시의 것과는 다른 타지키스탄 국적의 루슬란 타바로프, 몰도바 국적의 니콜라이 포파였다. ‘IMEX’사는 이들에게 브르베티체에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머물 수 있게 허가했다. 체코 경찰은 두 사람이 직접 탄약저장고에 들어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체피가와 미슈킨이 브르베티체에 도착했을 당시 불가리아의 무기상인 에밀리안 게브레프가 구매할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수송되기 위해 하역되고 있었다.
   
   
▲ 루슬란 보시로프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오른쪽)라는 가명으로 된 위장 여권을 사용한 체코 탄약고 폭파사건의 범인들. 영국에서 벌어진 스크리팔 독살사건 당시에도 이 가짜 여권이 사용됐다. photo dw.org

   영국 스크리팔 독살 사건 주도자와 일치
   
   10월 13일에는 아베르야노프 소장도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고 같은 날 또 다른 요원들인 보시로프와 페트로프가 체코 프라하에서 오스트라바로 향한 것이 확인됐다. 이곳에서 탄약고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이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하나의 유력한 가설은 아베르야노프 소장과 예조프가 빈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체코의 오스트라바에 도착하여 미슈킨과 체피가, 외교관으로 위장한 카피노스와 칼리닌과 만나 폭발에 사용할 원격조종 폭발물 설치 준비를 도왔다는 것이다.
   
   10월 16일 오전 9시 25분 드디어 16번 탄약고에서 탄약 58t이 폭발하여 건물이 붕괴되었으며 체코인 관리인 2명이 즉사했다. 탄약고가 폭발하고 몇 분 후 체피가와 미슈킨은 빈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아에로플로트에 탑승했다. 아베르야노프 소장과 예조프 중령은 그날 늦게 차를 운전하여 빈으로 돌아간 뒤 공항으로 직행했다. 하루 전 귀국 편을 놓친 아베르야노프는 빈 공항에서 오후 6시 17분 이륙하는 티켓을 새로 구입하여 밤 10시46분 모스크바로 돌아갔다. 예조프도 하루 전 귀국편을 놓쳤는데 며칠 동안 모스크바로 복귀하지 않았다. 그는 10월 27일에서 11월 2일까지 귀국편을 여러 차례 예약했는데 이 기간 동안 그가 오스트리아에 있었는지 체코에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 체코 당국의 설명이다.
   
   
   불가리아 무기상 두 차례 독살 시도
   
   체코 당국은 폭발사건이 일어난 2014년 미슈킨이 29155부대원인 데니스 세르게예프와 사전에 체코를 방문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세르게이 페도토프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그는 체피가와 미슈킨이 북부 모라비아에 도착하기 9개월 전에 이미 이곳에 있었다.
   
   체코 경찰은 브르베티체 지역이 완전히 파괴돼 아직 기폭장치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아마 당초 폭발은 체코 영토가 아닌 무기가 수송되는 중 다른 나라에서 터지도록 계획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무기고는 일찍 터진 셈이다. 체코인 사망자 2명이 기폭장치를 잘못 만져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체코 경찰은 보고 있다.
   
   이 공작은 최소한 6명의 GRU 29155부대원들과 아베르야노프 소장이 직접 참가한 복잡한 작전이었다. 소장 정도의 고위급 지휘관들은 작전상의 실패를 우려하여 가명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아베르야노프가 직접 참가했다는 것은 러시아 정치 지도부와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베르야노프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의 고위급 지휘관일 뿐만 아니라 전화기록 분석에 따르면 GRU 책임자에게 직보하는 위치에 있었다. 또 라브로프 외무장관실을 포함한 크렘린과도 직접 통화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스크리팔 독살 사건 이후에도 라브로프 장관과 반복적으로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슈킨과 체피가가 2014년 12월 러시아 최고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요원인 고르디엔코와 예조프도 훈장을 받았는데 이러한 정황은 이 작전이 러시아 군과 정치지도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비쳤는지를 방증한다. 또 러시아 당국이 이 작전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서방언론들은 분석했다.
   
   GRU의 다른 팀은 폭파 후 불가리아 무기상인 게브레프를 추적해 두 차례나 독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소피아에서, 한 달 후에는 흑해 연안 별장에서였는데 벨링캣에 따르면 게브레프 독살 시도에는 러시아 GRU 29155부대원 8명이 투입됐다. 첫 독살 시도 장소는 2015년 5월 불가리아의 고급 식당이었는데, 게브레프는 저녁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져 구토하기 사작했고 하루 뒤에 혼수상태에 빠졌다. 조사 결과 그에게 사용된 독극물은 러시아에서 ‘테트람’으로 알려진 살충제였다. 이후 GRU장교인 세르게이 페도토프가 당시 소피아에 있었던 것이 확인되었고, 불가리아 검찰은 GRU 요원 2명을 살인기도 혐의로 기소했다.
   
   게브레프는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가 전쟁을 벌일 때에도 조지아에 무기를 수출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조지아에 대한 무기수출 가운데 자신이 한 것은 10%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자신에 대한 독살시도가 발생하기 3개월 전인 2015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체결된 민스크협정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에도 무기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게브레프는 조지아나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공급이 자신에 대한 독살 시도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이후 불가리아의 무기수출 회사들은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의 주문을 따내려고 전력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동유럽의 중·경형 무기와 탄약들에 대한 주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수출된 무기들은 시리아 반군에 직접 가지는 않고 아제르바이잔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갔는데, 게브레프는 자신에 대한 독살 시도 수 시간 전에 시리아로 향하게 될 무기들을 아제르바이잔 배에 선적하는 위조 수출허가증이 2015년 4월 27일 불가리아 외무부에 접수된 것이 GRU 공작의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로 러시아는 불가리아의 군수산업도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고 조사기관 벨링캣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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