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핑기구(WADA)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약물 검사 건수는 2019년에 비해 45% 감소했다. ⓒphoto. 뉴시스
세계반도핑기구(WADA)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약물 검사 건수는 2019년에 비해 45% 감소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시대의 첫 올림픽은 어렵다. 일본 도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기록 중이고 선수촌 내에서도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대외적인 환경이 최악인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는데 필요한 건 결국 경기의 질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대결은 올림픽과 스포츠가 가지는 본질적 재미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이 본질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약물 문제에 빈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서너달 동안 전 세계적으로 중단됐던 약물 검사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정상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제공한 통계를 보면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약물 검사 문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전 세계 약물 검사 건수가 2019년에 비해 45% 감소했다는 현실을 숨기지는 못한다. WADA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20년 4월~5월, 선수들에 대상으로 한 약물검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 기간 실시된 검사 건수는 총 3203건이었는데 2019년의 같은 기간 5만2365건과 비교하면 급감했다. 관계자들이 줌(zoom)을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소변 샘플과 소량의 혈액 샘플을 선수가 직접 채취해 보내는 비대면 방법도 해봤지만 극히 일부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시범프로그램이었다.

“4125명 선수, 약물 검사 기록 없다”

보통 약물은 반도핑기구보다 한 발 앞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림픽 예선 등 중요한 타깃 경기가 있을 때 약물은 더 교묘하게 작동한다. 경기 시간에 맞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경기 후 검사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설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약물 디자이너들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등 특정 약물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소량의 도핑을 수혈하거나, 운동 능력을 올리는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하거나, 뇌의 특정 부분에 전기를 가하는 식으로 나날이 진화 중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반도핑기구 측에서 내세우는 게 불시검사다. WADA의 약물 검사는 '어떤 선수라도 언제, 어디서나 테스트 받을 수 있어야 한다'를 대원칙으로 삼는다. 그런데 팬데믹이 이 원칙을 무너뜨렸다.

이 원칙이 방해받을 때 내려지는 징계는 매우 강하다. 한때 세계 수영계를 주름잡았던 쑨양(30·중국)이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건 불시 도핑 검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2018년 9월 쑨양의 중국 자택에 국제도핑시험관리(IDTM) 검사원들이 예고없이 방문했다. 도핑 검사를 위해서였다. 당시 쑨양은 혈액 샘플을 채취한 유리병을 자신의 경호원들과 함께 망치로 깨뜨렸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해 2월 쑨양에게 자격 정지 8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는데 지난 6월 CAS는 4년 3개월의 자격 정지를 결정했고 그렇게 그의 도쿄행은 좌절됐다. 약물 검사에서 걸린 적 없는 쑨양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약물 사용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약물 검사를 회피한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AP통신은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1만1470명의 선수들 중 4125명이 올림픽 이전에 약물 검사를 받은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40% 가량이 검사 없이 올림픽까지 도달했다. 올리버 나이글리 WADA 사무총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생긴) 이런 소강상태를 이용하려는 선수들이 없을 거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이 체크해야 할 고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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