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현지시각) 영국 방역 규제가 해제되자 런던의 한 주점에서 젊은이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 ⓒphoto AP·뉴시스
지난 7월 19일(현지시각) 영국 방역 규제가 해제되자 런던의 한 주점에서 젊은이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 ⓒphoto AP·뉴시스

“5, 4, 3, 2, 1!” 지난 7월 19일 영국 런던은 현지시각 0시가 되자마자 ‘자유의 날’ 파티가 열렸다.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거리에 모인 사람들이 자정이 되자마자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환호했다. 이날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 지역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코로나19 강제 방역 지침을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모임이나 집회 인원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등 주요 의무 조치를 해제하고 ‘권고’로 바꿨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오는 8월 16일부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도 내렸다. 성인 인구의 약 75%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조치를 완화한 이후 영국은 오히려 신규 확진자 감소세로 들어섰다. 7월 19일 기준 영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3만9538명이었는데 2주 후인 8월 3일 신규 확진자는 2만1466명으로 줄었다. 이때 저점을 찍고 조금씩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8월 11일 기준 2만명대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런 현상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월 28일(현지시각) ‘영국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치솟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영국에서 오히려 확진자수가 급감해 과학자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영국의 특이한 현상으로 인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의 성공 사례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백신의 감염 예방률이 완전하지 않고 백신 미접종자도 있는 상황에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보건 전문가 등은 방역 제한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의사, 과학자 100여명이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에 ‘방역을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여기에 동참한 전문가 중 하나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맥키 교수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국 위원으로 활동하며 유럽 각국 정부에 정책연구 자문을 제공한다. 그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조치를 “정치적으로 내려진 결정”이라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례 없는 실험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과감한 방역 완화가 한 달 정도 이어진 상황에서, 집단면역 달성 가능성과 앞으로 전망을 듣기 위해 맥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맥키 교수는 최근 신규 확진자 추이에 대해 “아직 원인을 파악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외부적 요인의 영향도 크다”며 “이례적인 폭염이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시즌 종료로 외부 활동이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방역 조치를 해제한 같은 날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술집, 거리에서 수천 명이 모이게 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도 지난 7월 11일 모든 시즌이 종료됐다. ‘최근 확진자 감소세에 대한 백신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맥키 교수는 “백신도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최근 신규 확진자 증감을 설명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 ⓒphoto 마틴 맥키
마틴 맥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 ⓒphoto 마틴 맥키

영국은 전 국민 7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8월 8일 기준으로 영국은 70.6%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과 얀센(1회만 접종) 접종을 마쳤고, 59.3%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10대와 어린이를 제외하면, 1차 접종자는 성인 인구의 90%이고 2차 접종자는 75%다.

맥키 교수는 그래도 앞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아직 집단면역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는 “백신은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감염을 막기는 부족하다”며 “백신을 맞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당수의 감염 사례가 나온다는 게 증거”라고 말했다.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추석 전 3600만명(전 국민의 70%) 접종을 목표로 집단면역의 목표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구 구성원 대부분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을 이루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반적이지만 맥키 교수는 “인구의 90% 이상이 항체를 갖게 된 영국에서도 집단면역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이와 전염성,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맥키 교수는 아무리 집단의 면역력이 높아져도 독감처럼 코로나19와 공존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가 결코 독감처럼 토착화될 수 없는 이유는 변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쉽게 변한다는 사실을 델타 변이를 통해 확인했다. 미래의 돌연변이가 또 생길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하나는 강한 전염성이다.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가 매우 강한 전염성이다.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정도로, 코로나19는 분명히 독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이다.”

한국 정부가 내건 백신 접종 목표를 이미 달성한 영국도 집단면역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맥키 교수의 답은 ‘그래도 백신’이다. 백신 접종자 70%라는 숫자로는 집단면역 달성에 충분하지 않으니 남은 미 접종자들이 빨리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맥키 교수는 최근 접종 대상자로 바뀐 10대도 이제는 빨리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맞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맥키 교수는 “당연하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수백만 명의 10대가 예방접종을 받았다”며 “심장에 경미하고 일시적 염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럴 위험보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생기는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답변했다.

결국 우리로서는 백신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영국은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해 지난해 12월 8일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이 끝난 화이자 백신을 자국민에게 투여했다. 영국은 9월부터 부스터샷도 실시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은 1·2차 접종을 끝낸 사람들에게 3차로 화이자, 모더나 등 다른 종류의 백신을 투여할 예정이다. 맥키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의 백신 종류에 따른 면역력은 큰 차이가 없다”며 “3차까지 부스터 샷을 실시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이론적인 근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1차에 아스트라제네카, 2차에 화이자를 맞는 교차접종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차접종도 부스터샷도 이론적으로는 안전하지만,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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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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