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 최근 시진핑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가 나돌아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photo  뉴시스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 최근 시진핑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가 나돌아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photo 뉴시스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朴方公開信)’에서 제기한 15개 문제는, 그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관계없이 모두 정곡을 찌른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것은 대륙의 앞날과 대륙에 사는 가족·친지들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다.”

지난 8월 7일 미국에 거주하는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 차이샤(蔡霞·69)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차이샤 교수는 중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저명한 사회주의 이론가다. 그녀는 2020년 초 미국 체류 중 훙얼다이(紅二代·공산혁명 원로의 2세) 비공개 모임에서 시진핑을 강하게 비판했다가 공산당 당적(黨籍)을 박탈당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일로 그는 퇴직양로금과 은행계좌까지 몰수당했으며, 중국에 사는 자녀들도 핍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 교수는 당시 비공개 모임에서 공산당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진핑 신랄하게 비판한 중앙당교 교수의 트위터

“우리 당(공산당)은 헌법 수정으로부터 정치적 좀비(僵尸·강시)가 되었다. 한 사람(시진핑을 뜻함)이 총과 칼을 장악하고 체제 자체를 목 조른다. 9000만 당원은 노예가 되었다. 그(시진핑)는 마피아의 두목이다. 시진핑을 바꾸자(換習)는 것은 이미 공산당 내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당 정치국 7인의 상무위원조차 한 사람의 노비, 부하로 살고 있다. 당의 원로든 상무위원이든 다시 한번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힘을 내서 시진핑이 2선으로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

‘시진핑을 바꾸자는 것이 공산당 내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그의 발언은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차이 교수는 원래 공산당 당원 중에서도 핵심 당원이었다. 그녀의 외조부는 마오쩌둥과 함께 농민혁명에 참가했고 부모도 인민해방군에 투신해 항일투쟁을 벌였다. 말하자면 시진핑(習近平)과 같은 이른바 ‘훙얼다이’에 속한다. 게다가 중국에서 중앙당교의 위상은 대단하다. 공산당 중급 간부부터 장관급 고위 간부까지 승진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론 심화학습 기관(사실상 대학원)이다. 따라서 이 학교 교수는 전국의 당정(黨政) 간부층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으며 당 안팎에서 널리 존경을 받는다. 시진핑이 국가부주석 시절 중앙당교 교장을 겸했으므로, 시와 차이샤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 이런 인물이 시진핑 정권에 등을 돌렸으니 당시 국제사회에 준 충격은 컸다.

차이샤는 미국 망명 후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일인 독재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지난해 9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 올 1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차이샤는 중앙당교 교수에서 대표적 ‘반중(反中) 인사’로 거듭났다. 그녀는 지난 8월 7일 다른 망명 중국인인 장둥(Zhang Dong·가명인 듯)의 글을 인용하며 ‘덩푸팡의 공개 편지’를 언급했다. ‘덩푸팡의 공개 편지’가 뭐길래 그녀는 “중국 대륙의 앞날과 가족·친지의 삶과 직결된다”고 했을까. 그리고 왜 이 시기에 그런 글을 올렸을까.

덩샤오핑 장남 ‘덩푸팡’ 명의의 편지글

‘덩푸팡의 공개 편지’란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첫째 아들 덩푸팡(鄧朴方·77)의 이름으로 된 편지글을 말한다. 이 글이 실제로 덩푸팡 본인이 쓴 글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글 마지막에 ‘중공당원(中共黨員) 덩푸팡(鄧朴方)’이란 이름이 붙어 있어 통상 ‘덩푸팡이 양회(兩會) 대표에게 보낸 편지’로 불린다. 양회는 매년 봄 열리는 전인대(全人大·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협(政協·정치협상회의)을 말한다. 편지글은 ‘(양회) 대표 여러분(各位代表), 위원 여러분(各位委員)’으로 시작하여, ‘2020년 4월 30일’로 끝난다.

이 글은 지난해 5월 초부터 중화권 매체를 통해 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15개월이 지난 올 8월 초 차이샤 교수가 다시 이 글을 재인용한 것이다. 차이샤의 트위터 글은 지난 8월 10일까지 742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223번 퍼날라졌다. ‘덩푸팡 편지’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덩푸팡이란 인물의 상징성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베이징의 정치 상황에서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의 내용이다.

덩푸팡은 ‘훙얼다이’의 맏형 격이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 덩샤오핑이 문화혁명 시기(1966~1976) 마오쩌둥과 사인방(四人幇·江靑, 姚文元, 王洪文, 張春橋)에 의해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파벌)’란 딱지가 붙어 박해를 받는 동안 그의 장남 덩푸팡 역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다. 당시 베이징대학(北京大學) 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덩푸팡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서기이자 공산당 예비당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위안쯔(聶元梓)가 이끄는 조반파(造反派·주자파를 공격한 행동파)에 끌려가 대학 기숙사에 감금된 채 곤봉 등으로 고문을 당했다. 아버지 덩샤오핑의 죄를 밝히라는 협박과 고문을 견디다 못한 그는 1968년 8월 베이징대학 건물 3층에서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척추가 부러져 정신을 잃었지만 덩푸팡은 ‘제2호 주자파(덩샤오핑을 지칭)의 아들’이란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덩푸팡이 중국장애인연합회와 장애인기금을 만들어 회장직을 맡게 된 배경에는 이런 아픈 가족사가 있다.

‘덩푸팡’이란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편지글은 사람들에게 묵직하게 다가갈 것이다. 덩푸팡과 같이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이념투쟁의 희생자 가운데는 현재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68)도 있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1960년대 초 ‘반당분자’로 몰려 핍박을 받았고, 이로 인해 아들 시진핑 역시 문화혁명 기간 농촌으로 하방(下放)되어 힘든 청년기를 보냈다. 9살 차이인 덩푸팡과 시진핑은 한때 ‘핍박받는 훙얼다이’로서 같은 배를 탔으나 지금은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고 있으니 역사의 장난이자 인간사의 무상함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론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덩푸팡의 공개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양회가 열리려는 특수한 시기에 대표 여러분의 심경이 복잡하고 마음속에 해답을 얻지 못한 수많은 의혹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어떤 말은 하고 싶어도 감히 하지 못하고 어떤 문제는 묻고 싶어도 감히 묻지 못해 베이징 양회에 참석한 대표들조차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심정,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지난 수십년간 나는 신체적 원인(장애) 때문에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큰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그중에는 국가의 안위(安危)와 관련되는 문제도 있다. 만약 이 시점에서 아무도 일어나 말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앞으로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니 여러분들이 생각해주기 바란다.’

‘편지’의 작성자는 시진핑 정부의 감시와 탄압이 갈수록 심해져 머지않아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임을 예측하고 이 글을 작성한 셈인데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중국은 ‘편지’ 작성 이후 1년여 사이에 당 원로 중 누구도 공산당의 활동에 관해 개인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 같은 절박한 심정에서 편지는 총 15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4번 질문에선 정부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양회 대표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월권을 일삼는 당 중앙을 비판했다.

‘1. 양회의 대표가 되어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모(謀) 전제 권력자(시진핑을 가리킴)의 권위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가?

2. 헌법이 분명히 규정했듯이, 양회 대표는 중앙 정부의 각종 잘못을 감독하고 바로잡을 권한이 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중앙은 ‘망의죄(忘議罪·정해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당 중앙의 방침과 어긋난 주장을 펴는 죄)’란 걸 내놓고, 올해는 ‘지도자를 경외할 줄 모르는 죄(不知敬畏罪)’를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양회 대표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3. 우리나라의 최고권력자는 황제 가문의 세습 황제인가, 아니면 국민이 뽑는 총통인가, 아니면 당내 투표로 뽑는 총서기인가?

4. 당 중앙이 여러 번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당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망의’가 되고, 민중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선동과 전복(煽顚)’이 된다. 대표들께 묻는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덩푸팡 편지’는 이어 5~11번 항목에선 코로나19, 미·중 관계, 일대일로, 슝안(雄安)신구, 대만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중 ‘슝안신구’란 베이징 남쪽 120㎞ 지역에 건설되는 신도시로, 시진핑의 야심작으로 꼽힌다. 덩샤오핑의 선전(深圳), 장쩌민(江澤民)의 푸둥(浦東), 후진타오(胡錦濤)의 빈하이(瀕海)신구에 버금가는 초일류,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다.

‘5. 우한(武漢) 코로나19가 이미 전 세계로 퍼졌다. 당 중앙은 통제의 시간을 질질 끈 것은 아닌가? 국민에게 코로나19의 진상을 감춘 것은 아닌가?

6. 중·미(中美)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데 중앙의 주요 영도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7. 홍콩의 혼란이 거의 1년이나 계속되는데 도대체 누가 홍콩의 일국양제라는 좋은 시스템을 파괴했는가? 중앙의 영도자는 이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8. ‘일대일로’의 비이성적 투자는 전인대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고 중앙 지도자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여기저기에 돈을 뿌리고 있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지금처럼 프로젝트가 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9. 전인대의 비준도 거치지 않고 전문가의 논증도 없이, 중앙 영도자가 몇 사람의 건의에 따라 수조위안에 달하는 슝안신구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무슨 행위이며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10. 대만과 대륙은 왜 갈수록 멀어지는가? 중앙은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11. 대규모의 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많은 민간기업이 문을 닫고 대규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중앙의 잘못된 결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가? 만약 있다면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당 원로 특수보호’

‘덩푸팡 편지’는 다음으로 시진핑의 헌법 개정과 계획경제, 국제사회의 중국 이미지를 거론했다. 헌법 개정이란 2018년 3월 전인대에서 시진핑이 국가주석 3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폐지하여 장기집권의 길을 연 것을 말한다.

‘12. 지금의 지도자는 손아귀에 쥔 권리를 이용해 스스로 헌법을 고쳐 임기제를 폐지했다. 이는 도대체 어떤 행위인가? 만약 누가 자신을 위해 법을 만들 권리가 있다면, 국가 헌법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13. 중앙은 세계적으로 도태된 계획경제 모델을 다시 들고나왔다. 이는 개인 정권을 강화하려는 것인가,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고려한 것인가?

14. 최근 들어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일순간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국가의 신용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임은 마땅히 누가 져야 하는가.’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편지’의 마지막 대목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5.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자는 원로 동지(老同志)들의 집단적 동의를 저지하기 위해 당 중앙은 뜻밖에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원로 동지들과 현역 당정군을 ‘특수보호(特殊保護)’했다. ‘특수보호’란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통신과 행동의 자유, 손님의 방문을 저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행위인가? 또 누가 그에게 이런 권력을 주었는가?’

이 글에서 말하는 원로 동지란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주룽지(朱鏞基)·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등 전직 국가 최고지도자들을 말한다. 15번 항목은 시진핑의 당 중앙이 이들 당 원로와 일부 현역 간부들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사실상 ‘연금(軟禁)’하고 있음을 폭로한 글이다. 이것이 맞는다면 중국 최고위층 내부에 심각한 권력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 지적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공산당의 선전·선동기관인 중국의 언론에선 이를 취재·보도할 리도 없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는 있다. 올 3월 말~4월 초 마카오 ‘오문도보(澳門導報)’에 실린 원자바오 전 총리의 ‘사모곡(思母曲)’이 바로 그것이다. 원자바오는 지난해 말 타계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이 글에서 “나는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동정하고, 기만과 모욕과 압박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내 마음속의 중국은 공평과 정의가 충만하고, 사람의 본질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했다. 원자바오가 말한 ‘기만과 모욕과 압박’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모곡’에서 이런 단어를 쓴 의도는 짐작할 수 있다. 요주의 인물에 대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자기검열이 철저한 중국에서 이런 글은 숨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서 보면, 원자바오의 글은 ‘현재 자신을 비롯한 당 원로들은 시진핑 세력으로부터 기만과 모욕과 압박을 받고 있으며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덩푸팡 편지’가 지적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특수보호’, 즉 ‘사실상의 가택연금’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2020년 4월의 ‘덩푸팡 편지’와 1년 후 ‘원자바오의 사모곡’이 똑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덩푸팡 편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각 대표 여러분, 당신들의 어깨 위에는 당과 인민이 위탁한 중대한 임무가 놓여 있다. 국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대사 앞에서 나는 여러분들이 어리석게 행동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여러분들이 표결권을 행사할 때 마땅히 인민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국가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역사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지, 결코 모 권력자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가 아니라 인민과 국가, 역사를 위해 책임져야”

편지는 이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천고(千古)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양회 대표들의 용기를 촉구했다. 이 글이 실제로 덩푸팡의 글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지혜를 모아 글을 작성한 뒤 덩의 이름을 도용(盜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쉐청(文學城)’ 같은 중화권 언론은 “덩푸팡 본인의 글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구구절절이 사실(句句屬實)이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차이샤도 트위터에서 똑같은 평가를 내렸다. 이 편지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덩푸팡이 2018년 9월 중국장애인연합회 제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실제로 시진핑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의 보도에 따르면, 덩은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이때, 우리는 협력적이고 상호 윈윈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거만하게 굴어서도 안 되고,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되며… 냉철한 마음을 지니고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덩의 발언은 미국과 경제·군사적 대결을 벌이는 시진핑의 강경 외교노선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어떤 글이 권력의 감시와 억압에도 널리 퍼져나가는 것은, 그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이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의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언론·출판 자유의 봉쇄로 사람들의 숨통은 꽉 막힌 ‘암흑의 시대’이다. 15개월 전 나돌았던 ‘덩푸팡의 공개 편지’가 다시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전해지는 것은, 거기에 중국인의 갈증을 풀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편지글이 중국에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까?

지해범 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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