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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미‧러 각축장 그린란드의 독립을 부추기는 손은?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10-06 오후 4:49:47

▲ 지난 5월 20일 그린란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가운데)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오른쪽), 예베 코포드 덴마크 외무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들어 북극해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 초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란드 총리가 강경독립파 인사인 외무장관을 해임하는 등 그린란드 국내 정치의 갈등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린란드의 면적은 216만6086㎢로 우리나라의 20배가 넘는 큰 섬이지만 인구는 5만7000명에 불과하다. 그린란드는 1953년까지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그 이후는 덴마크왕국의 자치령이다. 현재 국방은 덴마크가 담당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조명받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매 의사
   
   그린란드는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매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를 매입하여 방대한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그린란드 배치 미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이 제안은 그린란드를 ‘제2의 알래스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메티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파는 것이 아니며 트럼프의 제안은 “어리석다(absurd)”고 일축했다. 트럼프의 제안은 미국 국내에서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북극지방으로 진출하여 미국의 안보위협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미국 세계정치연구소의 마렉 초다비에키츠 교수는 최근 뉴스맥스 기고문에서 “그린란드는 미국과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극지방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미국은 북극으로부터의 러시아군 위협에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북극지방에 수세기 동안 개입해온 러시아는 푸틴 집권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북극지방에서 이미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7년에는 러시아의 잠수함이 북극점(the North Pole)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고 영유권을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도 이에 대한 주권을 주장한다. 소련 붕괴 이후 버려두었던 북극해 주변의 군기지들도 완전히 복구한 상태다. 러시아는 프란츠요제프제도에 위치한 전진기지도 크게 확장했다. 이는 북극점으로부터 불과 600마일(약 1000㎞) 떨어져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미사일이 북극지방에서는 중력 때문에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탄도탄요격미사일방어체제(anti-ballistic missile defense)를 설치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가 바로 그린란드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은 한때의 웃음거리로 끝났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 듯하다. 러시아의 분석가인 세르게이 수하체프는 지난해 러시아 정부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장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린란드를 지목했다. “그린란드는 거대하고 중요하다. 남북으로는 모스크바에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거리보다 길고, 동서로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덴마크의 코펜하겐 거리보다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5만7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모스크바의 축구장인 루즈니키스타디움에 들어가는 관중 수밖에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은 그린란드라는 거대한 영토의 운명이 외부 강대국들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자원의 보고로 평가받는 그린란드 전경. photo 뉴시스

   인구 5만7000명… 강대국 개입 요소 충분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제안 자체가 세계에서 제일 큰 섬의 운명이 강대국들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제안을 덴마크가 거절했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수하체프의 주장이다. 그는 “실제로 미국은 영토 획득에 반대한 적이 없다.… 그린란드에 관한 한 미국인들은 그러한(매입할) 분명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미국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린란드는 유럽보다는 북미대륙에 훨씬 더 가까이 놓여 있다. 둘째, 최초의 그린란드 탐험가들은 미국인이었다. 셋째, 미국에는 영토 매입의 역사가 있다. 미국은 1867년에 알래스카를 사들일 때 그린란드도 매입하려 했다. 그리고 이후 50년 동안이나 그린란드 매입을 꾸준히 시도했다. 1921년 4월에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대한 주권을 선언하자 미국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2차대전에 이은 냉전기간 동안에도 미국은 그린란드를 자국의 방어권에 포함시켰으며 공군기지도 건설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하체프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비춰 보면 트럼프가 결코 ‘예외적인 미국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안보상의 이유만은 아니다. 이 섬에는 방대한 광물이 묻혀 있다. 엄청난 양의 우라늄과, 하이테크 기술에 점차 중요해지는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다. 1979년 덴마크가 그린란드의 자치를 승인한 이후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외국 회사들과 협력하며 자원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환경과 생활양식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다. 그린란드 주민은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로 양분되어 있다. 독립을 둘러싼 장치적 갈등도 심각한 상태이다. 5월 선거 결과, 의회에 다수당도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태는 외세의 개입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지난 9월 27일 독립을 강경하게 주장해온 펠레 브로베르그 외무장관을 해임했다. 브로베르그가 9월 초 덴마크의 신문 베를링스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있을 덴마크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 원주민인 이누이트가 아닌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덴마크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에게데 총리는 즉각 “그린란드의 모든 시민들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린란드 주민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과반수의 주민들이 독립에 찬성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서구의 분석가들은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한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실제로 이미 10년 전인 2011년 러시아의 분석가인 아르투르 인디예프는 ‘북극전투’라는 저서에서 “그린란드의 주민들이 독립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미군기지의 철수를 도모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독립투쟁을 돕는 것이다. 이는 알래스카와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러시아는 하나의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에 반대하는 투쟁은 우리의 국경이 아니라 나토동맹국들의 영토 안에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방 측 분석가들은 그린란드의 경우 특히 인구가 적기 때문에 러시아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 러시아가 군 기지를 건설한 프란츠요제프제도.

   독립 투표에 덴마크인은 배제 논란
   
   러시아 당국은 부인하지만 러시아의 분석가들은 “그린란드의 독립은 러시아에 잠재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분석한다. 러시아의 분석가 예브게니 크루치코프는 “러시아가 과거의 소련과는 전혀 다른 지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소련은 ‘거의 맹목적’으로 ‘영토적인 현상유지(territorial status quo)’를 지지했지만 러시아의 입장은 달라졌으며 그중 하나가 그린란드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린란드에 매장된 광물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이 격화될수록 러시아는 그린란드의 독립을 지지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북극지방에 야심적으로 진출하며 러시아의 이익을 증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자국이 개발하고 있는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NSR)에 대한 해외투자를 유인하거나 지원을 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유엔이 북극해에서의 러시아 영해 확장을 승인하기를 희망한다. 그린란드와 관련해서는 미·덴마크 안보협력 관계의 종료뿐만 아니라 툴레(Thule)의 미군기지 철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그린란드가 미국에 우호적인 자세를 갖지 못하도록 그린란드의 지위 변화를 막으려 한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캐나다 및 덴마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린란드에 북쪽에서 다가오는 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분석가들은 미국이 이누이트인 등 그린란드 원주민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여 분리주의 운동을 막아낼 것을 촉구한다. 그린란드 원주민은 지금까지 덴마크 국민들보다 많은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으며 시회보장 혜택도 더 누릴 수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 모두 그린란드의 천연자원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북극지방에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자원이 개발되지 않고 묻혀 있다.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캐나다 해안의 빙산이 녹고 있다. 그 결과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항해가 점차 가능해지고 있다. 또 미국이나 캐나다는 지금까지 접근이 불가능했던 지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린란드에는 미래의 에너지 자원인 우라늄과, 갈수록 중요해지는 첨단정보기술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가 거의 무한정 매장되어 있다. 러시아는 북극항로를 통제하고 북극의 에너지 자원도 장악하려 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월 미국은 그린란드를 매입할 의사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덴마크 외무장관, 그린란드 총리 등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correct)’ 처사였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북극위원회(Arctic Council) 회의에 참석한 뒤에 그린란드를 방문하여 “북극 파트너인 그린란드 및 덴마크와 관계 증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1991년 창설된 북극위원회는 북극해에 면한 국가들의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와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7개국이며 한국도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의장국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2년간 러시아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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