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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0호]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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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시아계 최초 독일 연방의회 입성한 이예원 의원

조윤정  기자 wastrada0721@chosun.com 2021-10-23 오후 12:51:10

photo 이예원 의원
이예원(34) 독일 하원의원은 지난 9월 26일(현지시각) 치러진 독일 총선거 결과에 나타난 사회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총선에서 1당이 된 진보정당 사민당(SPD) 소속인 이 의원은 ‘이민 2세 젊은 여성’으로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국계·아시아계 이민자로서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이뤄낸 정치적 성과다. 지난 10월 12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 의원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사민당이 이번에 선전한 덕분에 연방의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셈이다. 중도좌파의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기민당(CDU)을 근소하게 이기고 제1당이 됐다. 사민당은 25.7% 득표율을 얻어 보수성향의 기민·기사당 연합을 1.6%포인트 차로 앞지르며 연정 구성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과반 득표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1위당 대표인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16년 만에 독일은 총리가 바뀌며 정권이 교체된다. 그전까지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임시로 총리직을 계속 맡는다.
   
   선거 결과에 대해 이 의원은 “독일 국민이 진보적인 정치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평을 내렸다. 이민가정 출신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 교육과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공정과 평등의 회복, 기후변화에 맞서는 강력한 정책 등에 더 많은 지지가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녹색당도 14.8% 득표율을 얻어 세 번째로 의석 수가 많은 정당이 됐다. 그는 “어린 소녀들과 여성, 이민 2세대, 또 젊은이들이 내가 선거에 출마한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다”며 “과거보다 많은 사람이 확실한 사회적 정의와 효율적인 기후변화 정책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철저한 사회민주주의자이자 사민당원”으로 규정한다. 이 의원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도 사민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직접 보내준 사진에서도 강렬한 빨간색 원피스나 재킷을 입고, 빨간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이 의원은 당의 의제와 부합하고 당에 걸맞은 인물로 인정받아 높은 정당명부 순위에 들었다. 지역구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아헨시 1지역구에서 지지도가 녹색당, 기민당에 밀려 3등이었음에도 당선된 것은 독일이 채택한 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정당명부 순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아헨시 1지역구는 녹색당에 높은 지지를 보냈다. 정당 득표율도 녹색당이 29.0%로 1등을 차지했고, 지역구 의원도 녹색당 후보 올리버 크리셔가 30.2%로 당선됐다. 이 의원 득표율은 23.8%, 사민당 득표율은 22.0%였다. 지역구, 정당 득표율에서 밀렸지만 이 의원의 정당명부 순위가 높았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1인2표제로, 각각 지역구 의원 1명과 선호하는 정당을 뽑는다. 지역구 의원은 최다득표자 1인으로 선출되고, 16개 주별 정당 득표율에 기반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다. 이 때문에 지역구에서는 낙선하더라도 주별 정당명부에서 높은 순위에 있으면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헨시는 대학교가 중심에 있어 학생 인구 비율이 높다. 그래서 강력한 기후변화 정책을 얘기하는 녹색당의 지지율이 높은 추세를 보여왔다. 그리고 기민당은 당에서 총리 후보로 나선 아르민 라셰트의 고향이 아헨시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지역구 의원으로 나를 지지해준 표(3만3087)가 정당 득표수(3만588)보다 많아서 그 점은 뿌듯하게 생각한다.”
   
   베를린 분데스탁(연방의회)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이 의원이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이민법 개정이다. 외국 국적을 가졌어도, 일정 기간 독일에서 살았다면 지역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도 이민자 포용정책을 내세웠다가 강한 반이민 정서에 부딪힌 바 있다. ‘이민법 개정안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은 독일에서 일정 기간을 살면 자동으로 지방선거 투표권을 준다. 이것은 독일에서 논쟁거리조차 안 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단지 모든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 이예원 의원과 울라 슈미트 전 아헨시 지역구 의원. photo 이예원 의원

   이민가정에서 태어난 독일인으로서 이 의원이 겪어야 했던 그간의 불안한 생활도 이러한 주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 의원과 남동생은 독일 아헨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독일에 공부하러 온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비자에 유효기간이 있었다. 이 때문에 1999년에는 온 가족이 한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때 12살이었던 이 의원은 “나는 아헨에서 나고 자랐는데 왜 한국에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기억한다. 이 의원은 당시 아헨시의 지역구 의원이었던 울라 슈미트(사민당)에게 직접 편지를 써 가족들의 사연을 알렸고, 슈미트 의원의 도움으로 가족들은 독일에 남을 수 있었다. 이 의원은 슈미트 의원을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 의원의 한국계 정체성은 뚜렷하다. 독일식 이름 대신 ‘이예원(Rhie Ye- Won)’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는 “나는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편”이라며 “요새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서 그런지, 내 주변 사람들도 한국 영화나 음악, 음식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RWTH 아헨공과대학교에서 정치학,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할 때는 서울의 독일문화원에서 인턴도 했다. 또 석사과정 중에는 서울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적도 있다. 이 의원은 “이민자 배경이 두드러지는 것 때문에 느끼는 차별은 거의 없었다”며 “사람들은 내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려 노력하고, 내가 가진 문화적 배경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로 이주한 이 의원의 부모님은 아직도 집에서 한국말을 쓴다. 아버지는 RWTH 아헨공과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다가 최근 은퇴했고, 어머니는 아헨시의 병원에서 아직도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해 이 의원은 “독일 파견 간호사는 아니다”라며 “두 분 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독일로 이주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과 독일의 양국관계에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도 유럽연합과 독일이 지금보다 더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독일은 한국처럼 분단을 겪었고 통일도 경험한 국가”라며 “이런 경험이 한반도 문제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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